꿈의 무대인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프로리그 2007’ 전기리그 우승컵이 결국 삼성전자칸의 품으로 돌아갔다.
 
 만만찮은 상대 르까프오즈를 4 대 0으로 일축한 완승이었지만, 우승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약 2년전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컵대회 우승을 한 적이 있지만, 정규 팀리그에서 만큼은 우승까지 무려 7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삼성으로선 그야말로 꿀맛같은 우승이 아닐 수 없다.
 
 창단 첫 우승이란 점 외에도 삼성의 이번 프로리그 제패는 여러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다른 스포츠에서 삼성계열 구단은 대부분이 ‘부자구단’이다. 삼성식 ‘일등주의’ 구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소위 S급 선수들을 싹쓸이, 우승을 밥먹듯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스포츠는 물론 탁구·테니스 등 비인기 종목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선수단에 대한 전폭적 지원과 함께 A급 선수들에 대한 무차별적 스카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왠지 e스포츠에서만큼은 그동안 삼성의 투자는 전혀 삼성답지(?) 않았다. SK텔레콤과 KTF와 같은 이동통신사들에 비해서 훨씬 적은 투자로 일관해왔다.
 
 임요환·이윤열·강민 등과 같은 초특급 스타가 단 한명도 없다. 일각에선 삼성 칸의 예산이 SKT T1의 절반도 채 안될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그래서 더 값진 우승이었겠지만, 재계 랭킹 1위 삼성이 그동안 스포츠 시장에서 보여준 행태와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그룹차원의 투자 등을 종합해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삼성이 주관하는 국제e스포츠대회 ‘WCG’에 매년 수 백억원을 쏟아붓는 것까지 감안하면 더욱 신기한 일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대략 두가지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스포츠계 전반에서 삼성의 독식에 대한 경쟁 기업들의 반발이 거센 마당에 ‘게임까지 삼성이 모든 것을 싹쓸이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까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두번째 이유는 거대 기업인 삼성이 e스포츠로서의 게임을 포함한 게임사업에 전반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알려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사실 소리없이 게임사업을 강화해 이미 매출만 놓고보면 게임업계 톱5에 들어갈 수준이다. 올해 순수 게임 퍼블리싱 매출만도 5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던전앤파이터’ ‘붉은보석’ 등 하나도 갖기 어렵다는 대박 게임을 두개나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연간 매출 수 십조원에 달하는 삼성에 있어 게임사업은 여전히 ‘새발의 피’다. 담당 사업부(DSC) 외에는 별 관심조차 두지않을 만한 수치이다. 한 삼성출신 관계자는 “매출면에서 1조원의 벽을 넘지 않고는 삼성 경영진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공룡기업 삼성이 10∼20대 청소년들의 주머니를 턴다’는 얘기가 들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삼성의 솔직한 속내가 아닐까.
 
 삼성이 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해질 때 대한민국 e스포츠와 게임산업도 보다 한단계 레벨업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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