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적인 프로 골퍼로 자리잡은 최경주선수의 인터뷰가 한 일간 신문에 실렸다. 명함도 없는 한 무명 선수가 기라성 같은 세계 유명 프로 골퍼들과 어깨를 겨루겠다고 무작정 태평양을 건너간 게 그다.
 
  말도 통할리 없고, 눈꼽만큼도 주목 받을리 만무했다. 현지 적응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세계의 텃세는 알아줄만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보란듯이 PGA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6번의 우승을 거머 쥐었다.
 
  그는 ‘계단의 원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올라갈 때도 한계단, 내려 갈때도 한 계단이란 것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 막을 내린 브리티시 오픈 결과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근 두차례 연거푸 우승했는데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마저 제패했다면 한꺼번에 열계단을 뛰어 오르는 것이 되는 셈이라며 ‘엘리베이터’식 스타 탄생을 경계했다.
 
  오르면 내려오기 마련이다. 계단의 원리는 다름아닌 원칙과 절차를 상징한다. 과정없이 그만큼을 뛰어오르면 그만큼을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며 과정을 생략하던 70∼80년대 군부 시절,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부정· 부패 등으로 연루돼 추락했는가.
 
  학력 위조사건도 그  연장 선장에 있다. 한계단씩 걸어 오르기 보다는 학력만 내세우면 엘리베이팅할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편승한 결과다. 무섭게 뛰어오른 만큼 형편없이 구겨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은 탓이다.
 
  요즘 연예계의 얘기를 들어 보면 진정한 스타가 없다는 말들이 많다. 기본기를 닦지 않은 채 포장과 마케팅에 의한 결과로 만들어진 스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반짝하다 그만 사라지고 만다. 생명력이 말이 아닌 셈이다. 오죽하면 어제의 스타가 오늘의 스타가 아니라고 하겠나.
 
  보여지는 데만 급급한 까닭이다. 인내심은 고사하고 자존심 조차 없다. 최근 말썽을 빚은 팬택EX 구단 처리 문제도 제대로 계단을 밟지 않은 채, 단박에 몇계단 뛰어 올라보겠다는 협회의 전시행정의 발로에서 비롯된 유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e스포츠계의 첫 계단은 산업계다. 산업이 존재하지 않으면 e스포츠는 물빠진 독이다. 그 점을 유념했어야 했다. 환호성이 들리니까 무조건 세상밖으로 뛰쳐 나가면 될 것이란 생각은 오만이며 착각이다. 결과적으로  e스포츠계에 전혀 보탬이 되지않는, 떠나는 구단주 주머니만 크게 부풀려 놓았다.
 
  주변을 살펴보면 어디 이 뿐인가. 일부 개발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어찌보면 산업계의 일그러진 한건주의에서 전염된 게 아닐 까 싶다. 단계를 거쳐 올라갔다기 보다는 자다 깨어나 보니 올라선 경우가 많고, 그래서 안하무인을 잉태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마저 들 정도라면 너무 큰 비약일까.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지혜가 아쉽다.
  계단을 차례차례 밟고 올라가는 사람들, 또 한단계씩 숨 고르며 성장하는 기업들, 그리고 결과보다는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와 행정을 보고 기다려지는 까닭은 단지 지혜가 모자란 탓일까, 아니면 우매한 탓일까.
 
  갑자기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교훈이 생각났다. 천천히 오르고 내려가는 게 건강한 제도권을 형성하는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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