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진 미국변호사>
  최근 국내 게임회사에 투자하려는 외국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국내 게임회사의 세계무대 진출을 도와 모든 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들 한다. 그런데 필자가 정작 투자 계약 초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국내 게임회사를 돕겠다는 외국투자자들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국내 게임회사에 투자하는 외국 게임업계의 투자자들은 종종 보통주(Common Stock)의 형태로 투자한다. 보통주로 투자를 할 경우,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기존의 주주들과 같은 상황에서 동고동락을 해야 한다. 반면, 게임산업 계열의 회사가 아닌 사모투자 (Private Equity) 전문 회사들은 투자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개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형태의 투자를 선호한다. 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한 회사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하거나 회사에 보통주식으로의 전환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회사가 파산할 경우 남은 재산에 대한 우선권을 챙기기도 한다. 우선매도권(Right of First Sale)이나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Right)을 요구하는 것 역시 투기성이 짙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 외국투자자가 국내 게임회사에 투자하면서 중국과 같은 외국의 특정 지역을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한 퍼블리싱 권한을 갖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최근 경험한 바로는 몇몇 회사의 투자계약서에 기간에 대한 특정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이들 회사와 계약을 맺은 외국투자자가 국내 게임회사의 외국 퍼블리싱을 막으려고 한 경우도 있었다. 외국투자자가 퍼블리싱을 볼모로 다른 조건들을 수용하라고 국내 게임회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가능하면 계약서에 선금이나 로열티 금액 같은 구체적인 퍼블리싱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좋다. 퍼블리싱 만료시점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의무사항 역시 분명하게 드러내야 함은 물론이다.
 
 경영권을 침해 받지 않으면서 투자자에게 합리적으로 동의권을 제공하는 경로를 모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음을 알지만, 필자가 본 대부분의 투자계약서 초안은 경영권 침해의 색깔이 짙었다. 회사의 보고 의무를 보더라도, 어느 쪽이 최종 경영권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심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투자자 입장에서야 자신들이 투자한 자금의 사용용도에 대하여 견제를 하고 동의권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동의권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해보아야 한다.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거나 경영권이 투자자에게 넘어간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동의권을 내주는 것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한때 막연히 외국투자자의 자금을 받게 되면 회사의 가치도 따라 상승하리라는 기대에 부푼 때가 있었다. 실제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 본다면 오히려 회사가치를 떨어뜨리거나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한 일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외국투자자들이 단순히 자금을 대주는 좋은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권에 지장을 줄 정도로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회사 사정이 좋을 때야 동반자 관계가 유지되겠지만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언제든지 위협의 요소로 돌변할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외국투자자들을 그저 반길 것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자조건을 면밀히 고려하여 투자를 받아들여야 하겠다. 투자조건을 합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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