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철이 다가왔다. 그 때문인지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사실 7∼8월은 게임계 입장에서 보면 한해의 농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최대의 성수철인 겨울 시즌 만큼은 못하지만 이 시기를 통해 유저의 성향과 추이를 직시해 볼 수 있고, 경쟁사의 행보도 나름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위기는 의외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게임 수요가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아니면 경기 탓인지는 알수 없으나 예전 만큼은 아닌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요 포털들이 클베를 마친 기대작들을 대거 편성하는 등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 만큼 바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산업은 드물다. 시이소오 게임을 벌이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다툼이 없으면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특히 그만 그만한 작품으로는 대세몰이가 어렵다.
 
   그래서 경쟁작이 필요하고 라이벌 회사의 움직임이 긴요하다. 일본 게임업계가 세계 콘솔시장의 주도권을 점유한 배경을 살펴 보면 닌텐도에 맞선 소니가, 소니에 맞선 닌텐도가 서로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기가 안 좋다면 더 용기를 내야 한다. 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경기만을 탓하면서  자리 수성에만 매달린다면 그 것은 진정한 프로라 할 수 없다.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동물과 같다. 부양하고 재촉하면 열리고 끔틀대기 마련이다.
 
   일본 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전구 공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때마침 몰아친 불경기로 그는 큰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침체의 늪에 빠진 수요 부양을 위해 1만여개의 홍보용 전구를 무료로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기획했고 마침내 그는 이를 적중시켰다.
 
  그의  성공에는 마쓰시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수용한 오카다 건전지 회사 오카다사장의 대범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구를 켜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필요했다. 마쓰시타가 오카다 사장을 찾은 건 그 때문이었다.
 
  오카다 사장은 마쓰시타의 무료 배포 제안이 너무도 황당하고 무모했지만 그의 용기에 감탄해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전구와 배터리를 함께 파는 패키지 상품도 선보였다. 얼마 후 마쓰시타의 전구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오카다 배터리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이 일로 양사는 위기를 넘겼고 끝내 명성을 얻었다. 지혜와 용단이 없었다면 얻을 수 없는 결실이다.
 
 시장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경기만 그냥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수요를 만들고, 만들 수 있는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거기에는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가 필요하다. 지혜와 도전이 뒤따라야 한다.
 
  올 여름 시즌을 게임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았으면 한다. 지난해는 그 지긋지긋한 ‘바다이야기’ 파문 탓이라고 돌리고, 이젠 신명난 마당으로 탈바꿈 시켜볼 수 는 없을까. 그 흐름은 오로지 업계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본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여우는 갈림길에서 고른길 보다 험한 길을 선택한다. 그 것은 그래야만 사냥꾼의 총부리에서 피해 갈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수요만, 경기만 탓 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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