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개발자들에 의해 모두가 도매금으로 넘어가 뭇매를 맞고 있다. 어찌하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이 시대의 영웅은 다름아닌 개발자, 그들이다. 썩고 병든 사람들은 일부 상층부에 있는 개발자들, 그들 뿐이라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도 많은 개발자들이 좁은 사무실 한켠에서 머리를 조아린채 오로지 이 시대의 문화와 언어, 신화 창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영웅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간다. 주변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소신과 역사의식이 투철하다. 그게 공통점이다.
 
 마르크스는 무려 14년간을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책에 묻혀 살았다. 그가 고민하고 열망한 것은 새로운 시대의 점화였다. 그 때문인지 그가 앉은 자리는 시멘트 바닥에 구멍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불후의 명작 ‘자본론’을 완성했다.
 
 애니메이션 신화창조의 대가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는 30여년을 토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 세계를 펼쳤다. 똑똑하고 명석했지만 주변을 살피지 않았고 유혹에도 빠지지 않았다. 작품을 완성하면서 예술성을 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늘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금도 일본 대중문화의 빼놓을 수 없는 영웅이란 칭송을 받고있다.
 
 이 시대의 영웅, 개발자들이여. 말그대로 개발자란 이름으로 남고 싶다면 3의 숫자에 대한 미련을 먼저 버려야 한다. 다작에 두려워 해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만들고 완성하다 보면 그 이름으로 남는 것이다. 3개 작품만 그럭저럭 만들면 그 이름으로 남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꽂은 비로소 불러주는 사람에 의해 불려진다. 그렇다면 먼저 명예욕,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좆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것이다. 한 작품을 기획하고 완성했다고 해서 그걸 계급장처럼 생각하고 이곳 저곳 주변을 기웃거리고 돌아 다닌다면 아마도 아이들도 웃을 일이다.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 시대의 영웅, 개발자들이여. 마지막으로 진정, 게임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한다면 역사의식부터 새로이 무장하라. 거창한 역사의식이 아니다. 자신이 숨쉬고 삶을 담아가는 주변을 사랑하고 동료애와 애사심을 발휘하며 사사로운 감정에 쏠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 나가는 게 내면의 역사 의식이자 기준이다.
 
 특히 예술을 논하지 말라. 그 것을 예술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개발자 자신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팬이며 마니아들이다. 예술작에 매달리지 말고 상품성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란 평범한 진리를 잊지말아야 한다. 자신의 열작품 가운데 한작품만이라도 게임 역사서 남는다면 그는 진정한 한 시대의 영웅이다.
 
 애니메이션을 영화 수준으로 한단계 끌어 올린 시대의 히어로,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평은 이렇다. "그는 결코 거들먹 거리지 않았다. 명석하고 뛰어났지만 그랬다. 그리고 그 능력에도 걸핏하면 독립해 나가겠다고 떠들지도 않았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하나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이 시대의 영웅, 개발자들이여. 여러분의 좌우명으로 생각하라.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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