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진 미국 변호사>
 국내외 기업 자문 변호사로 일하는 필자는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와 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 게임 사용자정보(User Database)를 두고 논란을 빚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간혹 관련 규정을 계약서에 명시해 놓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런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외 홍보에 열을 올린 퍼블리셔 측에서는 자신들의 마케팅 능력 덕에 고객을 끌어 왔으니 게임의 사용자 DB는 당연히 자신들이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퍼블리셔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동의 절차를 거친 후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되므로 홍보와 마케팅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 퍼블리셔가 사용자의 DB를 소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법적으로는 퍼블리셔가 개인에게 명시적인 동의를 받고 정보를 수집했으므로 사용자 DB는 퍼블리셔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개발사는 어떤가. 소스코드를 비롯해 게임과 관련된 모든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게임의 기획부터 완성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 개발사들은 사용자 정보가 어렵게 게임을 만든 자신들에게 귀속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양측은 서로 자신의 이익을 내세우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지만 사실 게임 퍼블리싱은 공동 프로젝트적 성격이 강하다. 홍보가 아무리 뛰어나도 게임 자체가 매력을 끌지 못하면 사용자의 관심이 지속되기 어렵고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사용자가 늘지 않으니 개발사나 퍼블리셔 어느 한 쪽이라도 자신들의 임무를 소홀히 하게 되면 그 게임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게임의 성공은 이들 간 공동 노력의 결실이며 양측의 긴밀한 협조 덕에 사용자 역시 좋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켜본 바로는 이들의 관계가 항상 좋게 유지되지만은 않는다. 이들 관계가 좋고 나쁨은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계약 만료 시점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적절한 계약조항이 사전에 준비된 경우에야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해외 퍼블리싱 계약 건에서 해외 퍼블리셔가 DB를 제공하지 않는 횡포를 부리기도 했고 DB를 제공하는 대가로 개발사에 금액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듯 양쪽의 협력관계가 틀어지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로 돌아간다. 오랫동안 누적된 정보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통에 고객들은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해야만 하는 황당한 경험을 한다. 결국 오랜 기간 어렵게 모은 고객들이 떨어져나가고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계약 여부가 달라졌다고 하여 고객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게임산업의 주체는 소비자인 사용자다. 고객이 없으면 이익도 발생할 수 없는 만큼 개발사와 퍼블리셔 양쪽 모두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각자 가진 장점을 부각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사용자 DB를 주요 이슈로 삼아 재계약을 유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개발사가 다시 명시적 동의를 얻는 절차를 통해 사용자 DB를 재수집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고객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뿐더러 게임의 사용자 DB는 공동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만큼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함께 소유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계약 초기에 퍼블리셔는 형님 역할을, 개발사는 아우 역할을 맡으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런 관계가 계약 종료시점에도 유지되어 형님의 배려가 지속되고 아우 역시 형님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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