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의 개발사와 퍼블리셔(배급사)의 관계를 유심히 바라보면 한가지 안타까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작품을 론칭할 때 양측 입장은 퍼블리셔가 갑이고 개발사가 을로 서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작품이 뜨게 되면 사정은 조금 바뀌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주도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퍼블리셔는 갑의 위상을 지켜려 하고, 개발사는 을의 위치에서 갑에 대한 피해의식만 키워간다.
 
 그러다가 완전 대박을 터트리면 사정은 급변하게 된다. 더이상 그 집(퍼블리셔)에서 머무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앙금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더부살이한 설음에 복받쳤는지 모르겠지만 끝내 그 집을 외면하고 만다. 비상의 나래를 위한 새로운 몸짓과 다짐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역할과 기능에 따라 업무를 분장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수평적, 협력관계로 봐야 타당하다. 그런데도 그런 기기묘묘한 관계설정이 계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은 다름아닌 우월적 지위를 내세운 퍼블리셔들의 거드름 때문이다.
 
 산업토양이 튼실해지기 위해서는 풀숲이 무성해야 한다. 잔디처럼 무수한 개발사들이 군집을 이루고 꿈틀거려야 큰 숲을 이룰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숲을 조성하고 기름지게 다듬는 사람은 퍼블리셔라 할 수 있다. 잔디만으로는 숲을 이룰 수 없다. 반대로 잔디없는 나무와 숲은 홍수에, 가뭄에 견뎌낼 수 없다. 상하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역할분담을 잘해 줘야 한다. 언필칭 배급은 메이저가 맡는 게 맞다. 그들에겐  시장을 조성하고 외연을 넓히는 데 필요한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더 큰 메이저의 출현도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태어날때부터 메이저사였느냐’며 퍼블리셔를 꿈꾸고 지향하는 개발사들이 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너무 험하고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개발보다 더 고통스러운 길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개발사들이 적지않다는 데 있다. 굳이 자신들이 잘하는 개발일을 제쳐두고 퍼블리셔를 지향하는 목적이 뭘까. 더 큰 그림과 야망도 그 것이지만 퍼블리셔들에 대한 불신과 한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월트 디즈니· 콜롬비아 트라이스타·20세기 폭스 등 미국의 영화메이저들은 많은 스튜디오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다. 그렇지만 지배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협력적 관계를 고수하고 있다. 수익이 나면 확실히 배분하고 필요한 첨단기술 등은 수시로 스튜디오에 전수한다. 그렇다보니 불공정 거래 및 게임이란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서로 윈윈하자는 것이다.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갈등과 불신이 윈윈은 슬그머니 빠져있고 수직적, 계열적 관계만을 강요하면서 갑을의 풍토만을 고집한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퍼블리셔들이 일보 양보할 수는 없는 일일까. 상대를 배려해서 좀 더 겸양의 미덕을 보여 고개를 숙일 수는 없는 노릇일까. 그래도 크게만 보일텐데 굳이 자신의 위세를 내세우려 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서로 잘하는 일을 해야한다. 경계의 간극을 없애고 서로 넘나 들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를 만들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지금은 각자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네오위즈와 드래곤플라이의 재결합 발표는 그래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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