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물꼬를 튼다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결단력과 책임감이 뒤따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칫하다가는 자신의 논을 그르쳐 한 해의 농사를 망칠 수 있다. 그래서 흔히들 물꼬를 튼 사람을 용기있는 사람, 또는 선각자라 부르기도 한다.
 
 앞서 가는 아이템은 사업의 기본이다. 뒤따라 가다가는 뒷북치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그래서 기업 전략가들은 늘 트렌드를 엿보고 그 흐름에 고민한다. 아무리 앞서 간다 하더라도 찰라를 놓칠 경우 큰 그림을 그릴 수 없고, 끝내는 그로 말미암아 기업의 사활까지 담보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결단력과 책임감이다. 그 것이 없으면 위대함도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없다.
 
 넥슨홀딩스의 김정주사장이 온라인게임의 시초가 된  ‘바람의 나라’를 선보인 것은 지난 96년 초의 일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면 어떨까 하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돈벌이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좋아서, 그래서 마냥 그 일에만 매달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도 생기더라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개발비를 조달하고 밤낮을 게임개발에 몰두했다. 그의 그 같은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의 역사는 새로 쓰여져야 했을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화제의 영화 ‘미스터 맘마’를 연출한 강우석 감독은 이채로운 인물이다. 당시 충무가는 이른바 ‘도제’로 인해 감독데뷔가 쉽지않았다. 사부 밑에서 은일  싫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강 감독은 달랐다. 괜찮다 싶은 시나리오를 쥐자마자 그는 당시 물주들로 통하는 지방 흥행업자들을 찾기보다는 대기업을 선택했다. 당시 충무로가의 풍토를 감안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용기를 냈고, 보란 듯이 흥행에 성공하며 명장대열에 올랐다.
 
 무모한 일들이다 싶지만 들여다 보면 열쇠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휴대폰의 주요 부품들이 대부분 국산화됐지만 불과 3∼4년전만 해도 일본 등 외국산 부품을 들여와 써야 했다. 아마도 일본업체에 패배의식만 가지고 흉내내기에만 급급했다면 지금과 같은 국산화율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부품업체들이 국산화의 밀알이 돼 주었다. 그 덕에 지금 국산 휴대폰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용기만을 가지고 말하면 컴투스의 박지영사장 만큼 당돌한 여성도 드물다. 그는 99년 8월 육성시뮬게임 ‘다마고치’와 ‘오목’이란 제명의 작품을 만들어 맹렬히 필드를 누비고 다녔다. 도대체 그가 누구인가 싶었을 정도였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않았지만 반응은 얻어냈다.
 
 조금 있으니까 이번에는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업계 최초로 모바일 MMORPG인 ‘아이모’를 발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기술력도 그 것이지만 유지보수 측면을 생각하면 모바일 게임업체로는 상상할 수 없는 ‘거사’였던 셈이다. 그러지만 그는 결국 해냈고  이를 통해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도라면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 보겠고 새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겠다”고 했다. 머무르지 않고 계속 물꼬를 열어 가겠다는 것이다.
 
 물꼬를 튼 결단력 있고 용기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사회뿐만 아니라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있기에 세상이 즐겁고 삶이 열리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더 많은 선각자들이 나타났으면 한다. 그래서 사회와 산업이 더욱 튼실해 졌으면 한다. 늘 새로운 길을 달리고 열어가는 그들에게 이 기회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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