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그리 가야만 한다. 그 방법밖에 도리가 없다. 시장개방은 시대적 흐름이며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우리만 문을 걸어 잠근 채 밖으로 나가겠다는 말은 이젠 어불성설이 돼 버렸다. 우리 경제 규모가 그렇고 세계 경제가 그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딱한 노릇은 우리 농가와 축산업계다. 협정이 발효된 것도 아닌데 소값이 떨어지고 전답 매물이 잇다르는 등 농촌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의기소침하고 만 있을 때가 아니다. 묘수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이 종전 이후 자국의 라디오 시장을 보호하고 대미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미국산과 다른 주파수대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테면 미국산으로는 자국 방송을 못듣도록 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미국산 라디오를 가지고서도 방송을 듣지 못했다. 한마디로 무용지물을 만들어 버린 셈이다. 그러니 미국산 라디오가 시장에서 팔릴게 만무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 곳은 다름아닌 관련 직능단체였다. 그들은 치열했고 똘똘 뭉쳤다. 그들은 이를 토대로 일본을 세계 최고의 전자대국으로 만들었다.  
 
 일본의 시장개방에 따른 지혜는 또 있다. 미국의 압력으로 영화시장을 가장 먼저 연 일본영화계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단체를 규합했다. 그리고 대형 배급사들은 미국 메이저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도시 주요 극장 등을 점유하고 있는 이들의 힘은 대단했다. 미국영화가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에는 콧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 다자간 무한 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의 전주곡이었다면 자유무역협정(FTA)은 양자간 사각에서 벌이는 생존의 경쟁이랄 수 있다. 싫다고 링밖으로 내려갈 수도 없다. 잘못하다가는 세계 경제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도와줄 수 도 없다. 그 것도 반칙이다. 정부는 오로지 심판자리에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 업종별 한판승부를 겨뤄야 한다.
 
 직능단체의 중요성과 힘의 확장은 그래서 더 필연적이며 운명적이다. 세계 무역 환경에서 나름대로 수성의 위치에서 맞설 수 있는 곳은 직능단체, 다름아닌 관련 협회뿐이다. 그 곳에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소국들은 필패만 있을 뿐이다.
 
 게임산업협회가 최근 권준모 신임회장을 선출하는 등 새롭게 출범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권회장의 회장수락은 어찌보면 용단이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업체 하나하나가 구슬이다. 꿰어지지 않은 보석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마치 투전판을 보는 듯 눈을 흘기고 있다. 경쟁국들은 호시탐탐 내수와 수출시장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다 각종 규제는 숨을 허덕이게 한다.
 
 이런 문제들을 그 혼자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넌센스다. 그에게 힘을 모아주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역량 극대화도 협회의 새로운 자리매김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젠 함께 뭉쳐야 한다. 세계 3대 게임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그리해야 하고 그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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