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은 현대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낸 요술 리모컨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물론 주제는 ‘욕심 부리지 말고 일보다는 가족을 사랑하며 살자’라는 것이다. 할리우드 지상 최고의 명제인 가족에 대한 가치 부여는 너무 뻔한 공식적 결말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해도 ‘클릭’이 만들어내는 요물스러운 삶은 현대 기계문명 사회에 대한 풍자의 기능을 갖고 있다.
 
 리모컨을 쥐고 있는 자가 권력자다. 한 집안을 예로 들면, 거실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권력을 많이 가진 자가 리모컨을 쥐고 있다. 대부분 가장인 아버지인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집안의 권력 향배에 따라 할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어린 아들이 될 수도 있다. 리모컨은 권력에 대한 풍자다.
 
 ‘클릭’에 등장하는 만능 리모컨은 시간을 앞으로 빠르게 건너 뛸 수 있는 마법의 기능을 갖고 있다. 교통체증이라든가 심지어 침대 위에서 아내와 섹스를 할 때 전희를 요구하는 아내의 부탁처럼 귀찮고 힘든 일이 있으면 포워드 스위치를 눌러 빨리 시간을 감아버린다. 그래서 곧바로 사정 후의 쾌감으로 건너 뛰어 버린다. 그러나 이렇게 중간과정을 생략하는 삶이 행복할 것인가?
 
 ‘클릭’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듯이 정공법으로 그 대답을 만들고 있다. 일중독보다는, 그리고 직장 내의 승진보다는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상투적인 대답을 듣기 위해 그 많은 시간여행을 했나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할리우드의 모범답안을 따라가는 상업영화의 공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즐기거나 무시하거나다. 난 무시한다.
 
 건축가 마이클(아담 샌들러 분)은 일 욕심이 많다. 그에게는 예쁜 아내(케이트 베킨세일 분)와 자식들이 있지만, 그는 가족과의 약속보다는 직장 일에 더 매달린다. 물론 마이클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회사에서 인정받고 성공해서 가족들에게 좀 더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얻었을 때 가족들은 더 이상 그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 떠나갈 수 있고 자식들은 더 이상 그에게서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마이클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는다. 리모컨은 그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일종의 마법도구다.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에는 아담 샌들러만 있다. 그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다른 모든 것은 축소돼 버린다. 뛰어난 개인기를 갖고 있는 아담 샌들러는 내러티브를 완전히 장악해서 모든 것을 그의 소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갖고 있는 최고의 코미디언 중 한 사람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아담 샌들러표 영화는 심심하다.
 
 주위의 조연들이 독창적 캐릭터를 갖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아담 샌들러 한 사람에게 영화의 모든 힘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해질 우려가 있다. ‘클릭’은 현대 문명이 낳은 편리한 도구 리모컨을 통해 문명비판적 메시지보다는 전통적인 주제인 가족의 가치와 사랑의 발견을 이끌어낸다.
 <영화평론가·인하대 경임교수 s2jazz@hanmail.net>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