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천생 광대’인 김명곤(55), 그는 지금 문화관광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는 (1초에) 100미터를 가는데 저작권법은 1미터를 가는 상황”이라며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할 태세다. 문화부도 “미래 융합 서비스, 콘텐츠 유통 환경에 걸맞은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목소리에 확신을 담았다.
 
  대학 1학년 때 오페라, 2학년에는 연극, 3학년에는 판소리에 미쳐 몸과 마음을 내던졌고 졸업 후에는 교사, 잡지기자로 잠깐 외유(?)했으나 결국 연극판으로 돌아갔던 그는 변화를 온몸으로 껴안을 줄 안다. 그래서 김 장관이 보여줄 문화부 조직개편 방향에 시선이 모인다. 지난 8일 세종로 장관 집무실에 찾아가 문화부의 정해년, 조금 더 먼 미래를 들어봤다.
  
 <대담=서현진 정책팀장·부국장대우>
 
  -올해 신년사에서 “문화의 힘이 미래 한국을 바꾸는 디딤돌”이라고 했다. 무엇이 ‘문화의 힘’인가.
  △최근 읽은 롤프 옌센의 ‘드림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감성과 이미지가 중심이 된 일종의 문화의 사회가 온다고 하더라.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이 제품 생산, 소비, 기업 미래 비전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
 
  이러한 내용에 비춰 문화라는 것이 가진 여러 콘텐츠로서의 기능이 미래에 매우 중요한 생산의 원동력이 되고 기업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았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요약하자면 ‘콘텐츠의 힘이 문화의 힘이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 배우’로서, ‘국립극장장’이란 기획·행정가로서, 또 국가의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위치가 사뭇 다를 텐데 새해 느낌은.
  △산 넘고 물 건너 바쁘고 힘들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말 일복, 욕복이 터진 해였다. 다행히 여러 문제들을 잘 헤쳐나왔으니 올해에는 ‘신나게 일을 해보자’는 마음이다. 직원들에게도 ‘올해 뜨거운 열정으로 신명나는 문화행정을 펼쳐 보자’고 독려했다.
 
  -열정이 넘쳐 보인다. 올해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한 콘텐츠 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들었다. 골자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문화부가 하는 사업 거의 전부가 콘텐츠와 관련된 것들이다. 문화예술 콘텐츠 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 콘텐츠들이 있으며 관광, 체육, 종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콘텐츠들을 종합적으로 통찰하고 이것을 새롭게 변화하는 매체환경에 적용해 나가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콘텐츠 진흥에 대한 비전을 종합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콘텐츠별 비전들을 ‘하나의 콘텐츠’라는 개념 속에서 잘 묶어(네트워킹) 올 상반기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 그것이 방송·통신 융합과 연결이 되면 좋고, 만약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문화부의 미래 비전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게 소신이다.
 
  -문화부의 미래 비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현재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문화미디어국과 문화산업국의 전체 기능을 점검해서 중복되는 기능을 통·폐합하고 새로운 기능에 맞는 조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뉴미디어 현황이나 정책을 다룰 뉴미디어팀을 신설하고, 현재 저작권팀이 있긴 하지만 중요성을 감안해 저작권총괄팀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올해 1차 개편을 마무리하고, 조직 진단 결과(용역)를 토대로 중장기 전면 개편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차관보 직무를 조정해 문화산업국과 문화미디어국 업무를 총괄하도록 명확하게 역할을 부여할 생각이다. 현재 정원을 활용한 1차 개편에 이어 문화부 본부 전체를 대상으로 최적의 콘텐츠 진흥 업무 조직체계를 만들기 위한 2차 개편을 구상중이다.
 
  -문화부는 그동안 진행돼 온 방통 융합 논의과정에서 문화콘텐츠 진흥업무의 문화부 일원화를 주장해 왔다. 왜 문화부가 콘텐츠 관련 주무 부처가 되어야 하는가.
  △그동안 아날로그콘텐츠니, 디지털콘텐츠니, 방송영상콘텐츠니 하며 개념을 나눠 정리했는데, 이제 미디어와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다. 콘텐츠도 융합하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아날로그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됐다. 모든 디지털콘텐츠들은 방송을 타면 방송콘텐츠가 되고, 뉴미디어를 타면 뉴미디어콘텐츠가 되는 거다. 그런 콘텐츠들의 창작적 기능을 문화부가 계속 수행해 왔다.
 
  또 새로운 콘텐츠기술과 유통을 연결해서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문화예술, 관광, 체육, 종교 등의 콘텐츠들을 종합적으로 진흥하고 문화콘텐츠라는 하나의 틀에서 바라볼 때가 됐다. 문화 이외에 과학, 의료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콘텐츠들은 각 해당 부처에서 진흥을 하되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정책을 세우고 하는 부서는 따로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역할을 문화부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방통융합 논의는 그동안 분리돼 있던 규제, 정책, 진흥 업무를 한군데 모으자는 취지도 강한 것으로 안다. 문화부가 콘텐츠 진흥·정책 부처가 돼야 한다면  새로 탄생할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만 맡게 되는 셈이다. 방통 융합에 대한 의의가 퇴색하지 않을까.
  △방통 융합 속에서 규제, 제도, 기술개발 등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진흥이나 정책이 빠져나온다고 해서 그 의미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흥에 있어서도 콘텐츠의 범주에 들지 않는 것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나가는 게 맞다. 문화부는 지나치게 넓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문화콘텐츠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범위의 진흥, 인재양성 등을 맡을 부처를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확실히 정리해 놓고 가자는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문화부보다는 산업진흥 정책부처인 정통부나 산자부 쪽을 선호할 수도 있을 텐데.
  △기존 산업진흥이라는 것은 네트워크, 기술적 측면에서의 진흥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고속도로(망)를 까는 진흥이었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콘텐츠)까지 진흥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기업들은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도로 위로 유통하는 콘텐츠까지 함께 관장하고 싶어한다. 문화부와 기업 간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바람직한 유통방식을 찾고, 콘텐츠 진흥을 해나갈 수 있다고 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수많은 매체와 통합적 연결이 되어야 기업들도 바람직한 콘텐츠유통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문화부 청사와 지척인 서울 종로3가만 해도 얼굴을 아는 이들만 들여보내는 등 단속을 피한 사행성 게임이 횡행한다.
  △지난해 통과된 ‘게임산업진흥법’이 4월 28일부터 발효된다. 그 전에 한 탕을 하려고 극성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검찰청, 경찰청 등과 함께 강력하게 단속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법의 시행 전을 노리고 일어난 현상이라고 본다.
 
  -‘한류’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류를 이어나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좋은 작품들이 아니겠는가. 새롭게 계속 창작되어야 한다. 방송드라마, 가요, 영화 등이 한류의 주 콘텐츠이고 게임이 더해진다. 그러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낼 인재들을 계속 기르고 해외 수출·유통구조를 좀 더 활발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저작권 문제도 제도적으로 보살펴야 하며 한국 대중문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관심(한류)을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한 브랜드’사업, 전통문화진흥사업, 민족문화원형 디지털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외 한국문화원을 코리아센터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지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사 등을 코리아센터로 새롭게 묶어내는 것이다. 해마다 서너 개씩 코리아센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관련 지원금도 인재양성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 130억원 정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스크린쿼터나 미디어시장 개방에 장관의 입장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우리 문화주권을 철저하게 방어하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한마디로 ‘미래유보’다. 방송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문제 등은 끝까지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래유보’는 현재의 규제 기준과 관계없이 앞으로 강화·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신축성을 확보해 놓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다.
 
  -꼭 하고픈 말씀은.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기업은 1초에 100미터를 가고 비정부기구(NGO)는 70미터를 가는데 꼴찌가 법이라고 하더라. 법은 1미터를 간다고 한다. 저작권법도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는 100미터를 가는데 저작권 관련법은 1미터를 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지 않을 수는 없고 저작권 관련 인력을 보강해서 변화하는 매체환경, 뉴미디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앞으로 UCC 뿐만 아니라 또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시대다. 문화부도 뉴미디어 정책팀을 새로 구성해 새롭게 유통되는 콘텐츠들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응하겠다.
 
  특히 UCC가 유발하는 목소리의 80% 정도가 저작권 침해에 대한 걱정이고, 나머지는 새로운 창작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건데, 문화부는 양쪽 모두에 부합하는 정책방안을 찾고 있다. 저작권 침해요소를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가, UCC를 새로운 콘텐츠산업의 모델로서 어떻게 진흥시킬 것인가를 새해 화두의 하나로 끌어안았다.
 
 <전자신문=이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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