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시리즈의 속편들에는 그 영화를 성공시킨 공식을 지켜야 하는 불문률이 있다. ‘조폭마누라3’는 그 공식을 충실히 지킨다. ‘조폭마누라’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엽기적인 그녀’와 함께 한류 붐을 일으킨 일등공신으로서의 ‘조폭마누라’가 갖는 상징성은 바로 남성과 여성이 기존에 갖고 있는 성적 역할의 전이에서 오는 것이다.
 
  아직도 남존여비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는 유교적 영향권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남성의 역할을 여성이 바꿔서 할 때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가령 ‘엽기적인 그녀’에서 비록 엽기적이라는 형용사가 붙기는 했지만 전지현이 차태현에게 하이힐을 던져 주며 뒤뚱뒤뚱 걷게 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대리쾌감을 느꼈는가.
 
  ‘조폭 마누라’의 흥행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힘으로 남성을 제압한다는 것이다. 원본 ‘조폭마누라’에서 박상면이 이제 합법적으로 부부가 된 신은경에게 잠자리를 같이 하려고 엉금엉금 접근하다가 신은경에게 가슴팍을 발로 채여서 나뒹구는 장면에서는 아시아의 수 많은 여성들이 후련해했다. 이것이 ‘조폭마누라’가 한국내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동남아시아에 흥행 열풍을 이어간 핵심 이유다.
 
   ‘조폭마누라’의 두 번째 흥행 공식은 액션에 코미디, 그리고 질펀한 성적 농담까지 잘 버무려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생 수준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바로 그 솔직한 유치함이 오히려 위선적 제스처로 난무하는 여타의 코미디를 누르고 관객 500만명 이상의 흥행 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
 
  역시 ‘조폭마누라’ 원전에서 신은경이 밤업소 아가씨를 불러 놓고 섹스 과외를 받는 장면에서 오럴섹스를 연습하는 장면은 유치하고 원색적인 섹스 코미디의 최고봉이라고 할만하다.
 
  ‘조폭마누라3’은 위에서 말한 시리즈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앞의 영화들과 똑같다면 대중들이 더 이상 극장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점을 둔 것이 홍콩에서 온 여자 조폭이다.
 
  서기가 맡고 있는 홍콩 여자 조폭 아령은 홍콩 내의 거대 조직폭력배인 화백련 조직의 보스 딸로서 흑룡회와 파벌 싸움이 터지자 일시적으로 해외로 몸을 피한 것이다. 더구나 아령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아령은 잠시 해외로 몸을 피할 바에야 어머니를 찾기 위한 목적도 겸해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화백련과 연결되는 한국 조직폭력배들은 부하들 중에서 몇 년 전 중국과 밀수를하며 그래도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할줄 아는 부하 기철을 보내 여자 조폭을 안내하게 한다.
 
  이범수가 맡고 있는 한국 조폭 기철과 홍콩 여자 조폭 아령 사이의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 사건이다. 아령의 정확한 무술 실력을 모르는 기철과 그의 부하 오지호, 조희봉 등이 펼치는 슬랩스틱류의 코미디가 전반부를 이어가고 있다면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성적 농담을 곁들인 코믹 액션 활극을 보여준다.
 
  특히 홍콩에서 아령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킬러와 자동차 추격신이 펼쳐질 때 아령이 이범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차를 운전하는 장면은 ‘조폭 마누라’의 대표적 성공 요인인 성적 농담을 버무린 장면이다. 이범수의 무릎 위로 올라가 운전을 하는 서기의 야릇한 자세는 시리즈 성공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특히 차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울퉁불퉁한 표면에 차가 튈 때마다 이범수는 묘한 표정으로 신음을 지르고 서기 역시 이범수의 무릎 위에서 야릇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조폭마누라’ 흥행공식을 정확하게 짚어낸 장면이다.
 
  그러나 ‘조폭마누라3’ 역시 앞의 영화가 그랬듯이 내러티브는 엉성하고 캐릭터는 모순투성이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영혼을 울릴 내 인생의 영화를 찾는 사람은 없겠지만, 원초적 자극에 웃다가도 스스로 한심해지는 그런 영화, 그것이 ‘조폭마누라3’다.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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