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8시간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현금이 될 만한 게임이 있을까요?’ ‘거X·군X 이 두 게임은 시간만 투자하면 몇억 문제없어요.’ ‘xx의 나라. 잘 알고 계신 분이면 돈 벌어서 팔 수 있는 게임으로 딱 좋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포털들에 ‘현금아이템’이라는 단어를 입력해 보면 이런 문답이 줄을 잇는다. 엊그제 들어가본 가장 대중적인 현금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아이템 거래 ‘베스트9’ 중 1위의 거래가가 393만원으로 나와 있다. 게임아이템에 수백만원을 쓰다니? 하지만 게이머에게는 놀랄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사이트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의 제1, 2, 3의 물결단계를 거쳐 ‘미래의 부’까지 설명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해 있는지도 모른다. 온라인에서 내 캐릭터와 아이템이 육성(growing)되고 생산(manufacturing)된다. 게임 운영업체는 초기 아이템이나 이벤트로 아이템을 제공(servicing)하면서 게임 이용자의 흥미를 높인다.
 
  게임운영자는 운영자(NPC:Non Player Character)로 참여해 게임 이용자에게 다양한 퀘스트(역할)를 수행토록 하고 성공한 이용자에게 사이버머니와 아이템을 제공한다. 이에 따른 수십∼수백만 사이버머니 단위의 거래가 수시로 이뤄진다. 또 최근 5일간 아이템별 시가 및 등락이 고시된다.
 
  2007년 1월 현재 대한민국 안에 있는 현금아이템 공화국의 실체는 이렇다. △국체=현금아이템경제공화국 △주민구성=한국 포함 지구촌 온라인 게임 이용자 △인구=주로 10대 초반∼30대 중반 남성(약 1000만명, 2005년 말 기준) △경제규모=현금 환산 시 약 1조원(2005년 말 기준) △화폐단위=팡·골드·축석·루찌·제니·전·비스·아덴·시드·메소·바돈 △거래 이용 계좌=아이템 거래 사이트 회원 가입자에 한해 개설 △거래방식=아이템·캐릭터 판매자가 먼저 아이템 양도 후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현금 입금 △사이버머니와 현금 호환성=캐시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 매달 전화고지서로 대금 청구 △악성 거래자 징계=아이템 구매비용을 안 줄 경우 현실세계 공권력(경찰력) 동원. 최소 3배에서 15배까지의 벌금 납부
 
  온라인게임은 경제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증시·공시·환율·거래·이벤트·세일, 범법자 징계,계좌 개설 등 현실 세계의 경제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 그대로다. 이처럼 훌륭한 산 경제 교육장이 또 있을까? 이 때문에 게임담당 주무부처가 새해에 가장 먼저 분명하게 짚어줘야 할 부분이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정책 확립이다.
 
  지난해 말 문화부 주최 현금아이템 거래 관련 공청회에서 한 대학생이 게임아이템을 판매해 3억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장내가 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고 한다. 공청회 참석자들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도 몰랐다는 방증인 셈이다.
 
  문화부는 다음달 2차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관련 공청회를 갖는다. 문제는 이처럼 사회·경제·문화적 여파가 큰 사안을 문화부 혼자 처리할 일인가 하는 부분이다. 조창희 문화부 문화산업국장은 지난해 말 아이템거래 양성화 방침을 비공식적이나마 밝힌 바 있다. 요는 방법이다. 1차 때처럼 변호사, 업계 대표, 게임산업개발원, 게임산업협회 등 게임 관계자 중심의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는 큰 그림 도출이 쉽지 않다. 이왕 양성화와 과세 등에 어느 정도 방침이 섰다면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과감히 의견 수렴 폭을 넓혀야 한다.
 
  이용자의 조세저항 가능성,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산업계가 생각하는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법적·교육적 문제 등을 다각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문화부가 공청회의 폭과 횟수를 늘려서라도 교육부·정통부·통신사업자와 더욱 많은 일반인,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이유다.
 
 <전자신문=이재구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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