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만 게임물등급위원장 |
  2006년의 끝 무렵, 네이버 검색창의 검색 단어 1위가 ‘게임’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독서운동에 열심인 한 선배에게 이 얘기를 해드렸더니 민망한 표정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학부형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 1위가 ‘게임’이야”라고 답했다. (참고로 학부형 선호도 1위 단어는 ‘리더’임)
 
  청소년들에게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게임에 대한 대다수 어른, 부모들의 경직된 시각과 몰이해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또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빛과 그림자, 우리가 반드시 메워내야 할 간극을 잘 보여주는 삽화가 아닐 수 없다.
 
  약 두달 전 게임물등급위원회(약칭 게임위)라는 신생 조직을 책임지게 됐을 때, 감전되듯 번개처럼 머릿속을 꿰뚫고 지나간 영상은 온갖 기기묘묘한 동작을 연출하는 비보이의 춤사위였다. 왜일까? 한동안 생각하다 무릅을 치며 이렇게 외쳤다. “그래, 한국 게임산업의 내일, 그 운명은 바로 비보이와 같을 거야!”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 비보이의 하나인 ‘갬블러’의 박지훈(23)은 모범생이던 중고교시절 비보잉(브레이크댄스 동작)에 빠졌다가 부모에게 혼쭐이 나고 가출과 강제귀가를 거듭했던 한때의 문제아였다.
 
  부모로부터 “다리몽생이를 분질러버리고 싶다”는 욕을 먹던 비보이들이 세계 4대 비보이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홍대앞 비보이 전용극장은 지방에서 서울로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의 방문 선호순위 1위가 됐다. 한국 비보이가 세계 유명통신회사의 광고모델이 되고, 영국 프랑스 독일에 가면 한국 비보이 팬클럽이 있을 만큼 세상은 달라졌다.
 
  지난 세월 비보이가 겪었던 고난과 오늘날의 자랑스런 성취라는 영상이 우리의 게임산업과 겹쳐지는 것은 2006년 우리 게임업계가 겪었던 혹독한 고통과 시련 때문이다. 비단 바다의 늪에 빠졌던 어려움 뿐만 아니다.
 
  세계 종주국을 자처하는 온라인 분야에서의 답보와 경쟁국의 맹렬한 추격, 정부와 당국의 정책대처 미흡, 게임회사들의 둔감한 위기의식 등을 들어 2006년과 2007년이 한국게임산업의 재도약과 몰락의 기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출범한 게임위이기 때문에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2007년의 한국 게임산업은 어떤 지도를 그려나갈까. 우여곡절이 적지 않겠지만 끝내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낙관하고 확신한다. 12월 28일 밤 11시경 우연히 게임위 사무실에 들렀을 때 그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있던 20여명 직원들의 헌신적인 모습, 오늘도 심야근무를 밥먹듯이 하면서 좀 더 나은 게임개발에 혼신을 힘을 다하는 업계의 열정을 볼 때 그렇다.
 
  대한민국은 강하다. 역사상 950여회의 외적침략을 이겨낸 질경이 같은 민족이다. 지난 한 세기 국권상실, 식민지배, 외국군 진주, 동족상잔, 반세기의 분단, 군사혁명, 광주항쟁, 외환위기 등 고난과 시련의 백화점을 극복한 인동초의 겨레다. 2차대전 종전 후 독립한 130여 국가 중 세계10위권의 경제발전과 선진형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거기에 정보화 최선진국이라는 기적을 이룬 세계 유일한 나라이다.
 
  문제도 과제도 많지만 성취능력과 잠재력도 대단한 한국인의 특성과 기질에 가장 적합하고 지금도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우리 게임산업이, 더 분발해서 노력하면 올해 잘못할 이유가 없다.
 
  업계와 유저(국민), 그리고 정부와 관련기관이 손을 맞잡고 나부터 잘하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노력해 나간다면 올해는 게임산업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업체들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킬러 콘텐츠들을 속속 내놓게 될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기에 우리 게임산업에 관계하는 모든 분들께 이렇게 권유해본다. ‘내힘들다’를 거꾸로 크게 한번 외쳐보세요.   
  
 <keyman@gr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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