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콘솔 타이틀의 온라인화는 날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인지도를 지닌 패키지 타이틀들은 생소한 온라인게임보다 매력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게 일반론이다. 허나 냉혹한 현실에선 확실한 것이 없다.
 
  이미 길들여진 온라인 유저들의 특성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결국 또 하나의 ‘패키지 타이틀’이 등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워로드’는 지금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삼국무쌍’에서 출발한 대규모 액션RPG는 그 자신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장르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 줬다. 수많은 적들이 끊임없이 몰려 오는 가운데 유저는 전쟁터에서 화려한 무공을 뽐내며 앞으로 돌진하는 통쾌함은 매우 크다.
  기존엔 많아야 열명 내외의 적을 만났지만 화면을 가득 메우는 적들을 상대하는 장엄함과 비장미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삼국무쌍’의 영향은 X박스360 타이틀 ‘N3’와 PC온라인 ‘창천’, ‘워로드’, ‘일기당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 액션의 통쾌함 탁월
  ‘워로드’는 이러한 ‘진삼국무쌍’의 장르적 특성을 거부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홀로 서기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본적으로 ‘워로드’는 액션RPG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형태다.
  3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유저가 선택해 홀로 전장터에 뛰어 든다. 비교적 큰 스케일의 맵이 제공되고 거점을 하나씩 확보하면서 아군을 늘려 나간다. 호위 무사는 없으며 오로지 혼자 싸워 나가야만 한다.
  파티를 결성하면 다수의 유저가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어 다소 힘이 되지만 너무 강한 지원군은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이 장르의 또 다른 특징이다.
  
  캐릭터들은 스피드와 공격력 등이 차별화 돼 있어 액션의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빠르고 화려한 닌자와 느리지만 강력한 데미지를 주는 중무장, 그리고 그 사이에 전사가 있다. 성별은 고정돼 있어 유저가 지정할 수 없다. 물론 게임을 통해 각종 아이템과 장비를 획득할 수 있어 그것을 이용해 외형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 지루한 플레이타임
  무엇보다 ‘워로드’에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바로 플레이 타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맵은 작지 않다. 넓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맵은 하나의 전쟁터를 상징하며 수많은 장수와 병졸, 총사령관 등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면 미니맵에 일종의 미션이 하나 표시되는데 이를 달성하면 거점이 확보된다.
 
  거점이 확보되면 아군이 나타나 여기를 지키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3∼5번 이상 거점을 확보하고 최종 보스를 향해 칼을 겨눌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플레이가 진행되는데, 단 한판을 즐기기 위해선 장장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총사령관만 처치해도 클리어가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워로드’ 게임 시스템의 의미가 사라진다. 또 차근히 단계를 밟지 않으면 캐릭터 육성에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있어 반드시 거점 확보를 통한 경로를 거쳐야만 한다. 결국 이 작품은 플레이에 지루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겨우 30분 가지고 뭐가 지겹냐고 묻는다면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게임은 최소한 일년 이상의 생명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매번 흥미를 줘야하고 수집이나 육성의 욕구를 항상 일으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몇번 하지도 않았는데 많은 시간이 금새 지나가고, 도중에 그만 두지도 못하는 설정이라면 유저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패키지라면 상관없다. 언제든지 돌리다가 그만두면서 자기 맘대로 플레이를 하면 된다. 딱히 경쟁자도 없으며 친구가 놀러 오면 함께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온라인은 보이지 않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동질감을 줄 수 잇는 MMORPG의 공성전이나 길드 시스템을 갖추기엔 ‘워로드’의 커뮤니티는 역부족이다. 맵 마다 특별히 다른 방식의 플레이가 지원되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똑같은 방식의 ‘베면서 지나가기’만 반복될 뿐이다.
  
 # 치열한 고민 ‘절실’
  ‘워로드’의 타격감은 매우 뛰어나다. 그래픽 이펙트가 아직은 부족하고 귀를 거슬리는 사운드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손맛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한두번이다. 매일 2시간 이상 한달만 플레이해도 무감각해지지 않을까.
  더욱이 온라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PVP보다 PVE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유저가 느끼는 흥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여지가 크다.
 
  PVE가 중심이 되고 파티를 맺어 함께 싸우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그것은 콘솔 타이틀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유저가 굳이 ‘워로드’를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슈퍼 컴퓨터급 성능과 HD 화질, 액션에 최적화된 전용 패드로 무장한 콘솔 타이틀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쉽게 가능한 차세대 게임기가 눈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현재 ‘워로드’는 가야 할 길이 멀었고 추가될 콘텐츠가 산처럼 쌓여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느냐는 아직 뚜렷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아 개발자가 원하는 일정 수준의 퀄리티에 도달했다. 하지만 온라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유저가 방문하지 않는 오묘한 곳이 바로 ‘온라인’이다. 이곳에선 잘 만든 작품들이 실패한 사례가 숱하게 많다. 그 이유를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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