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성욕, 지식욕 등 모든 욕망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사춘기 청소년들과, 그들이 그중에서도 가장 호기심을 갖는 성욕을 묶은 ‘몽정기’의 성공 이후, 비슷한 아류 작품들이 B급 영화로 만들어졌다.
 
 청소년용 영화는 하이틴 스타들이나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는데, 호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여고괴담’ 시리즈가 신인 여자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대부분 저예산 B급 영화로 만들어진다. 공간은 학교 주변을 떠나지 않고 인물은 학생 아니면 선생이다.
 
 
 그러나 청소년 학생층이라는 확실한 관객층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리스크를 안고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90년대 이후 성담론이 사회적 금기에서 해방되자, 자극적인 성적 소재를 코믹하게 접근하는 방법론으로 노골적 성문화의 확산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면서 보편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도 그중 하나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신인 감독 김유성은 ‘몽정기’의 조감독 출신이다. 매우 자극적이며 유혹적인 제목만으로도 ‘몽정기’의 뒤를 잇고 있는 이런 작품들은 제목에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던진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태요, 배재성, 안명섭 등 실라오 고등학교 3인방 중 누가 그녀, 즉 고등학교에서 불어를 가르치는 여자 교생 엄지영(김사랑 분)과 잤는가, 그 범인을 색출하는 내용이 기본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
 
 여자 교생은 S라인을 갖고 있는 8등신 미녀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그녀의 외모만 보고도 정신을 잃는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교생. 등장인물은 이렇게 단순하다. 교생은 신분적으로 선생과 학생 사이에 있다.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임시 선생이다. ‘연애의 목적’에서는 남자 교사가 여자 교생에게 작업을 했지만,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서는 남학생이 여자 교생에게 작업을 건다.
 
 김태요(하석진 분)는 꽃미남이자 선수로서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어떤 여성이라고 해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5분 이내에 쓰러트릴 수 있다는 전설적인 작업의 고수다. 배재성(박준규 분)은 자라면서 보약을 잘못 먹어 주름살이 늘어나는 등 조로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부작용으로 성기도 대물인 된 배재성은 화장실에 가면 폭포소리가 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의 부모로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 파트너였던 신현준과 김원희가 까메오로 등장해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명섭(하동훈 분)은 엄지영 교생을 처음 본 순간, 그대로 얼어붙을 정도로 그녀에게 매혹당한 후 가장 적극적으로 그녀를 향해 대시한다.
 
 그러나 엄지영을 향한 3인방의 전력질주를 방해하는 인물이 있으니 시라소니라는 별명의 학생주임(이혁재 분)이다. 학교 축제에서 뮤지컬 공연을 한 후, 빈 교실에서 남녀의 이상한 신음소리가 나는 것을 목격한 학생주임은 현장을 급습했으나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은 빨간 구두 한쪽 뿐. 그 구두는 교생 엄지영의 것이었고, 유력한 용의자 3인방 중 과연 누가 범인인가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축제에서 공연할 뮤지컬을 교생 엄지영이 지도하기로 했고, 뮤지컬에 출연하는 사람이 3인방이었으므로 엄지영과 3명의 남학생들은 수업 후 매일 연습을 한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뮤지컬 공연이 끝난 후, 빈 교실에서 학생과 엄지영이 함께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시라소니가 현장을 덮치는 장면을 오프닝씬으로 배치해 놓고, 플래시백으로 엄지영이 교생으로 처음 학교에 올 때부터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면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3 남학생을 차례로 화자로 등장시켜 그들의 개인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영화에서 이야기는 무의미한 것이다. 벌써 이혁재, 박준규, 하동훈 등 캐스팅만 보더라도 이 영화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쭉쭉빵빵 몸매를 가진 김사랑을 등장시켜 눈요기를 시켜주고 있으며, 이야기 전개를 위해 약간의 미스테리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성의 상품화이다.
 
 여성, 그것도 선생님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소재의 발칙함, 혹은 전복적 주제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철저한 상업영화다. 신분 차이나 나이 차이를 뛰어 넘는 사랑 혹은 욕망의 방식을 탐구하기 보다는, 일탈적인 청소년들의 성과 미녀 교생을 충돌시켜 청소년 관객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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