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된 유지태 김지수 주연의 ‘가을로’는 95년 6월 전 국민을 경악시켰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다.
 
 가장 비극적 상황을 설정해 놓고 운명적 만남과 사랑의 영원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을로’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먼저 등장시킨다.
 
 강직한 검사 현우(유지태 분)는 정치권과 연결된 수사를 강행하다가 상부와 마찰을 빚는다. 그는 TV 방송국 프로듀서인 민주(김지수 분)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민주는 전국 각지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자신들의 신혼여행 계획을 구상한다. 남해안 섬 우이도 속에 숨어 있는 사막에서부터 울산 울진 포항을 거쳐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영월 태백까지 이어지는 그들만의 신혼여행 계획은, 그러나 이루어지지 못한다.
 
 결혼준비를 위해 같이 쇼핑하기로 한 백화점에 먼저 가 있던 민주는, 백화점 카페에 앉아서 현우를 기다리면서 그에게 줄 노트에 자신들의 신혼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그때 민주와 만나기 위해 백화점 앞에 도착한 현우, 그러나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백화점이 붕괴되는 믿지 못할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이렇게 사랑을 약속한 두 남녀가 안타깝게 이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대부분은 10년 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휴가를 얻은 검사 현우가 죽은 민주의 노트를 들고 그녀가 계획했던 그들만의 신혼 여행지를 따라 가는 행로로 채워져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다.
 
 현우는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한 여자 세진(엄지원 분)을 만나게 된다. 죽은 민주가 적어 놓은 노트를 따라 찾아가는 곳마다 이상하게 마주치는 한 여자가 있다. 처음에 세진은 현우를 피한다. 현우가 들고 있는 민주의 노트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이어서 마주치는 두 사람, 그들의 인연의 고리는 죽은 민주였다. 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카페에서 일하고 있던 종업원 세진은 매몰 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세진은 매몰된 캄캄한 어둠 속에서 민주와 함께 구조를 기다렸지만 민주는 죽고 세진만 구조되었다.
 
 ‘가을로’는 가슴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남자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도 하다.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김대승 감독은 ‘혈의 누’를 거쳐, 다시 변하지 않는 사랑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진정성은 선정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사랑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는 데서 발견된다.
 
                                                                                                                 
 그러나 멜로 영화의 공식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으며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도입부부터 이미 결말까지 어떤 수순으로 전개될 것이지 짐작할 수 있다.
 
 뻔한 길을 뻔하지 않게 가는 데서 새로움은 발견되는 것인데, ‘가을로’에서 새로움은 발견할 수 없다.
 
 그 새로움이란 것이 꼭 내러티브 전개에 있어서 극적인 반전이나 의외의 변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의 특징적 묘사나 섬세한 심리묘사에 있어서도 너무나 전형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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