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리니지2’ 월드가 난데 없이 등장한 ‘내복단’들로 뜨겁게 닳아오르고 있다. ‘내복단’은 5레벨 정도의 저레벨 유저들로 구성된 정체 불명의 단체다.

하지만 수백명을 넘나드는 이들의 숫자는 그동안 바츠서버를 강력한 힘으로 통제해온 거대혈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심지어 ‘리니지2’ 유저들 사이에서 ‘내복단’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특히 다른 서버에서도 자발적으로 이 서버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복단’에 참여하는 유저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숫자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과연 누구이고, 왜 등장하게 됐는지 내막을 파헤쳐 본다.
 
‘내복단’, 그들은 누구인가?
 
항상 머리위에 ‘파티원 구함’이라는 노란색 파티매칭 문구를 달고 다니는 ‘내복단’은 정체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모임이다. 지휘체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혈맹도 없고, 레벨도 낮은 오합지졸의 무리다.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는 뼈단검과 작은화살이 전부이고, 구사할 수 있는 스킬은 레벨5가 되면 익힐 수 있는 ‘모탈블로우’와 ‘파워샷’이 고작이다. 착용하고 있는 방어구는 캐릭터를 처음 생성하면 주어지는 견습기사 방어구 세트를 그대로 입고 있다.

이들에게 ‘내복단’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도 하나같이 내복처럼 보이는 견습기사 세트를 입고 있는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20레벨에서 70레벨에 이르는 고레벨도 섞여 있다. 누가 누군지 모를 따름이다.

 사실 이같은 복장은 혈전에서 상대방을 방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조직된 ‘뼈단검 공격부대’와 동일하다. ‘뼈단검 공격부대’는 상대방을 죽이거나 보라돌이를 유도해 아군이 죽여도 패널티를 입지 않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버리는 캐릭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죽어서 경험치를 떨구거나 카오가 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게임 내에서는 ‘정당한 전략이다’, ‘야비한 술수다’ 등 말이 많지만 대부분의 혈맹들이 혈전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전략이다.
 
민초들의 활약
 
이들과 ‘내복단’이 다른 점이라면 대부분이 평소같으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저레벨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수백명이 모인 ‘내복단’은 숫자로 힘을 발휘한다. 이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상대방이 통과할 수 없는 인의장막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거나 움직일수 없도록 둘러싸고 공격을 하면 아무리 미미한 공격력이지만 상대방을 순식간에 눕히기도 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들 사이에 섞여 있는 고레벨 유저들. 이들의 공격이 가해지면서 내복단에 갖힌 소수의 상대방 유저는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무질서하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저레벨 유저들의 모임인 ‘내복단’이 지니고 있는 위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내복단’은 일어선 민초
‘내복단’은 활동무대가 ‘리니지2’의 첫번째 서버인 바츠서버라는 점에서 혁명에 비유될 만큼 게임 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츠서버는 클로즈베타테스트 시절부터 ‘리니지2’를 즐겨온 유저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서버다. 이들은 다른 유저들보다 앞선 노하우와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조기에 강력한 혈맹을 구축해 일찍부터 서버를 장악하고 철권 통치를 해왔다. ‘삼혈’이라고 불리던 드래곤나이트(DK)와 신의기사단, 제네시스 등 3개 혈맹의 연합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서버 내의 주요 사냥터를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대항 세력은 물론이고 자신들을 비방하는 유저에게는 ‘척살단’을 보내 가차없이 PK를 단행했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악명은 높아갔고 많은 유저들이 바츠서버를 떠나 다른 서버에서 새롭게 시작하기가 다반사였다.
 
내복단은 세력 구도의 틈새에서 발생
 
이같은 상황에 변화가 생기가 시작한 것은 공성전이 등장하면서부터 였다. 삼혈이 각각 성을 나누어 점령하다가 급기야는 혈맹간의 이해관계가 꼬이면서 분열이 일어났다. DK혈맹과 제네시스혈맹간의 혈전으로 발발된 싸움은 기존 삼혈의 주축인 DK와 신의기사단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제네시스혈맹이 삼혈과 맞서온 바츠혈맹과 손을 잡는 구도로 이어졌다.

‘내복단’은 바로 이런 틈바구니에서 등장했다. 간만에 팽팽히 맞서는 세력 구도가 나타나자 이번 기회에 악명이 높은 DK를 서버에서 몰아내자는 민심이 작용한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 유저가 시작해 취지를 홍보하자 그동안 DK혈맹의 횡포에 눌려온 유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또 직접 ‘내복단’으로 참여하지 못한 유저들은 ‘내복단’에 뼈단검과 작은화살을 사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그러던 것이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서버에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복단’에 참여하는 원정군까지 생겨났다. 말 그대로 이들은 폭정에 항거해 일어선 의병인 셈이다.

내복단 활동에 대한 개발사와 유저들의 반응
‘리니지2’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는 이같은 ‘내복단’의 활동은 고객과 고객 사이의 문제라며 고객간의 분쟁에는 가능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정 지역의 길을 막고 대다수 유저의 통행을 막는 행위 및 교환매크로를 사용하는 등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또 “이번에 바츠서버에서 불고 있는 ‘내복단’ 열풍과 이에 대해 전서버 유저들이 보내고 있는 지지는 ‘리니지2’가 힘만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일대 사건으로 비춰진다”며 “이는 또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의 커뮤니티적인 요소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단편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유저들의 반응은 뜨겁다
 
‘내복단’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유저들은 다른 서버에서도 내복단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지만 주 활동 무대가 용의던전이라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용의던전은 이전에도 거대혈이 통제를 하고 있던 터라 사냥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 오히려 대신 싸워주는 ‘내복단’에 뼈단검이나 작은활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삼혈이 서버에서 완전히 축출돼 바츠서버도 축섭이 됐으면 좋겠어요.” 삼혈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유저들의 하나같은 바램이었다.
 
내복단’에게 들어본 가입조건과 전략
 
 ‘내복단’이 되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다. 용의던전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엘프마을에서 캐릭터를 생성해 레벨을 5까지 올린 뒤 ‘모탈블로우’와 ‘파워샷’을 익히고, 파티매칭을 이용해 ‘파티원 구함’이라는 노란색 글자를 호칭처럼 달면 끝이다. 무기는 기본 단검 외에 레벨을 올리면서 모은 아데나로 ‘내복단’의 상징인 뼈단검이나 작은활을 구입해서 착용하면 된다. 내복단원을 만나 인터뷰를 해봤다.

더게임스: 내복단 가입조건이 뭔가.
비엘도리: 레벨5 이상의 엘븐파이터가 가장 좋다. 주 활동무대가 고레벨 몬스터가 많은 용의던전인 관계로 가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생존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이동속도를 지닌 엘븐파이터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허접한 무기로도 고레벨의 적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스킬공격이므로 ‘모탈블로우’나 ‘파워샷’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 이를 배우려면 레벨 5가 돼야 한다.
더게임스 : 뼈단검이 내복단의 상징이라는데.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
비엘도리: 뼈단검은 내복과 더불어 내복단의 상징이다. 처음에 가지고 시작하는 검보다는 타격치가 좋은데다 가격이 저렴해 죽어서 떨어 뜨려도 부담이 없기 때문에 사용한다. 다른 의미는 없다.
더게임스 : ‘파티원 구함’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
비엘도리: 내복단에 가입하는 유저들은 레벨이 낮기 때문에 호칭을 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파티매칭문구 다. 이는 서로 내복단임을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수단중 하나가 되며, 내복과 뼈단검에 이어 내복단을 상징하는 세번째 표식이다.
더게임스 : 대부분이 저레벨인데 어떻게 전투가 가능한가.
비엘도리: 내복단의 가장 큰 목표는 적을 직접 죽이는 것 보다는 방해하는 것이다. 나를 죽이도록 유도해 보라돌이 상태로 만듦으로써 아군이 공격하기 편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좁은 길목을 수십명의 ‘내복단’이 가로막아 상대의 이동과 빠른 합류를 막거나 비교적 방어력이 약하지만 힐과 버프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대방 힐러를 집중 공격해 죽이기도 한다. 때로는 상대방 군주의 아이디를 흉내낸 유사 아이디를 만들어 혼선을 유도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자꾸 교환을 요청해 원활한 콘트롤을 못하도록 방해하는 ‘교환신공’도 활용한다.
더게임스 : 레벨이 낮으면 쉽게 죽을텐데 힘들지 않나.
비엘도리: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레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죽어도 손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레벨4 밑으로는 사망 패널티가 없다. 반면 고레벨 유저의 경우에는 한번 죽을 때 입는 손실이 크기 때문에 두려워 한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내복단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김순기 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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