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과 시뮬레이션의 재미를 동시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변화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는 게임.

NHN이 2년간 공들여 개발한 온라인 골프게임 ‘당신은 골프왕’의 첫 느낌은 약간 복잡했다. 소니가 출시한 ‘모두의 골프’ 미국 버전이 자꾸 겹쳐졌기 때문이다. 스윙 게이지(swing gauage)라는 새로운 타구시스템이 돋보였지만, ‘모두의 골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퍼팅시스템은 내내 눈에 걸렸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 게임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우선 콘솔이나 PC게임을 연상케 하는 그래픽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실제 골프를 옮겨놓은 듯한 타격감과 인터페이스도 예사롭지 않았다.

다소 게임적 재미에 치중한 ‘팡야’와 실제 골프를 시뮬레이션한 듯한 ‘샷온라인’의 중간 지점을 겨냥한 게임성도 확연하게 구분됐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랄까.

이 게임은 오는 28일부터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라는 데뷔식을 치른다. 기자의 눈에 비친 ‘빛과 그림자’가 유저들에겐 어떻게 나타날까. 유저들도 과연 ‘장맛’을 느낄까.
 
캐주얼+시뮬레이션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앞다퉈 골프게임을 개발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골프만큼 온라인 게임 소재로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골프는 턴제 경기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돼 상대적으로 엔진 개발이 쉽고 네트워크 부담도 적다. 최근 골프에 대한 일반인의 높아진 관심도 개발사들은 놓칠 수 없다.

골프게임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대별되고 있다. 실제 골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시뮬레이션 게임과 골프를 소재로 하지만 게임적 요소를 많이 살린 캐주얼 게임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EA의 ‘타이거우즈’가, 후자의 경우 소니의 ‘모두의 골프’가 대표적이다.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는 ‘팡야’가 캐주얼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면 ‘샷온라인’은 정통 시뮬레이션 장르에 가깝다.

그러면 NHN의 ‘당신은 골프왕’은 어떨까. 이 게임은 얼핏보면 ‘팡야’와 비슷한 캐주얼 게임에 가깝다. 만화속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캐릭터와 골프장 등 아기자기한 그래픽도 그렇지만, 직관적인 게임 조작법은 캐주얼 게임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클럽과 힘 조절에 좌우되는 타구·퍼팅시스템, 바람이나 경사가 주는 변수 등 기존 캐주얼 게임과 거의 흡사한 플레이가 펼쳐진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생각은 좀 달라진다. 샷을 날릴 때마다 실제 골프와 비슷한 난이도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라도 1시간만 연습하면 기본타(PAR)를 칠 수 있는 기존 캐주얼게임과는 확실히 다르다. 정교한 타구시스템이 주는 ‘손맛’이 캐주얼보다는 시뮬레이션에 더 가까운 편이다. 한마디로 ‘팡야’와 ‘샷온라인’의 장점을 적절하게 배합한 퓨전 골프게임이 ‘당신은 골프왕’이랄까.
 
뭔가 다른 골프게임
 
캐주얼과 시뮬레이션의 배합만으로도 이 게임의 차별화는 성공한 느낌이다. 각기 다른 장르의 요소를 무리없이 버무려놓은 기술은 칭찬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 게임이 기존 게임과 확실히 다른 것은 단순히 이질적인 요소를 섞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골프게임이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시도가 이 게임의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우선 ‘스윙게이지’ 타구시스템은 낯설기까지 하다. 하나의 바(bar)를 움직여 힘과 정확도를 조절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두개의 바가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양쪽으로 벌어졌던 바는 다시 중앙에서 마주치는데 접점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접점이 어긋나는 정도에 따라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거리도 천양지차로 벌어진다. 정교한 타구에 의해 승부가 결정나는 실제 골프의 맛이 이 시스템에 의해 구현된다. NHN은 이 시스템을 특허 출원할 계획이다.

정교한 타구는 자체 개발한 물리엔진 ‘Gran3D’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물리엔진은 이미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된 ‘3D 당구’에 적용돼 검증받은 상태다.

코믹한 캐릭터들도 확실히 다른 점이다. 청춘 남녀, 꼬마, 근육맨, 뚱보 아줌마 등 6명의 캐릭터는 우스광스러운 생김새 못지않게 우스운 애니메이션 동작을 선사한다. 한 손으로 타구를 날리는가 하면 엉덩이를 손으로 긁어대는 모습이 엽기 그 자체다. 홀컵에 공이 들어가면 기뻐 날뛰는 세레머니도 압권이다. 유저는 동시에 3개의 캐릭터까지 육성할 수 있다.
 
눈에 걸리는 ‘퍼팅시스템’
 
골프장 상태가 랜덤하게 바뀌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똑같은 골프장도 경기를 치를 때마다 경사도나 바람의 세기가 달라진다. 골프장 상태를 외워서 플레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이밖에 싱글모드나 퀘스트 플레이 모드를 지원한다든지, 치장 아이템이나 능력 아이템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퍼팅시스템이 문제다. ‘모두의 골프’와 흡사한 퍼팅시스템은 앞서 말한 이 게임만의 독창성이나 정체성을 흔들어놓는다는 느낌이다. ‘퍼팅시스템’에 대해 7가지 사례를 놓고 고민했다는 개발진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옥에 티’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그래픽에도 각종 그래픽 효과(이펙트)가 아직 완전히 구현되지 않은 것도 흠이다. ‘손맛’은 뛰어나지만 타구 이후 펼쳐지는 단조로운 카메라 앵글과 그래픽 효과는 다소 점잖다는 인상이다.

실제 골프와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턱없이 높아진 난이도도 흥행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골프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함께 쉬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기 때문이다.
 
장지영 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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