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각본·연출에 빛 잃은 배우들의 열연
 
‘플라이 대디’는 국내에도 소개된 일본 영화 ‘GO’의 원작자인 재일교포 3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리메이크 영화다. 일본에서도 이 소설은 영화화 되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원작의 한국판권을 구입한 제작자는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 리메이크를 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서른 아홉살 아버지가 딸이 사고를 당했지만 무능력해서 복수를 못하다가, 아들 또래인 열 아홉살 고교 쌈장에게 한 수 배워 복수에 나선다는 것이다. 줄거리가 너무 간단해서 서사구조의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품은 아니다. 즉 이 영화는 철저하게 캐릭터 영화다. 무능력한 아버지인 서른 아홉살 남자와, 그의 스승이 될 고교 최고의 쌈장인 열 아홉 소년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승부처다.

이 작품의 캐스팅은 그런 점에서 아주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착하고 조신한 딸이 노래방에 갔다가 동료 고교생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 것을 보고,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해 보는 무능력한 아버지 장가필 역에 이문식 이상의 배우를 생각하기 힘들다. 이문식은 키도 작고 미남 배우도 아니며 능력 있는 것과는 거리가 먼 볼품 없는 서민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파도’의 대성공으로 주연급으로 격상되었지만 첫 단독 주연 영화 ‘공필두’의 비참한 실패를 맛본 이문식은 그러나 ‘구타유발자들’에서 뛰어난 연기 내공을 보여 주며 잠재적 주연급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또 17대 1로 싸워 상대를 모조리 때려 눕혔다는 고교 최고의 전설적 쌈장 고승석 역에 이준기가 캐스팅 된 것은, 영화로서는 행운이다. ‘왕의 남자’ 이후 아름다운 남자 신드롬을 몰아가면서 최고의 상종가를 치며 블루칩으로 성장한 이준기는, 그러나 ‘왕의 남자’로 뜨기 이전에 이 영화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제작자는 영화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두 배우의 캐스팅을 매우 수월하게 한 셈이다.

그러나 ‘플라이 대디’는 매우 실망적이다. 이문식과 이준기, 두 배우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연을 했다. 이문식은 영화 속에서 15kg을 감량하며 소시민으로서의 나약한 모습을 떨쳐버리고 딸의 복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가장의 면모를, 그리고 이준기는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아름다운 얼굴 한쪽에 칼자국까지 집어 넣으면서 복싱과 암벽타기 등을 보여주며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고교 최고의 쌈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가 아닌 각본과 연출이다. 연출은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소재에 접근한다. 인위적 감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에 밀착한 이야기를 드러내 보여주면서 우리들의 마음을 열어젖히고자 한다. 그러나 신인 최종태 감독의 역량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감정의 상승과 하강, 긴장과 이완의 반복을 통한 완급조절 등에서 화면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재가 단순하다면 그것을 강렬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 힘 있는 연출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소시민적 잔잔함에 묻혀버렸다.

이 작품의 미덕은 나약한 소시민에서 가족의 영웅으로 변신하기 위해 직장을 휴직까지 하고 40일동안 어린 제자의 불호령을 참고 견디면서 맹훈련에 돌입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관객들이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교훈적 메시지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영화적 재미를 안겨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힙합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진 ‘아빠의 청춘’ 같은 노래들은 영화의 주제와 딱 부합되는 곡들이지만,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이는 직설적인 곡인데다 삽입하는 시점도 절묘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각본과 연출이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coming soon - 다세포소녀
엽기발랄 상큼한 성적 유머 속에 빠져보자
 
동명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세포소녀’가 드디어 우리에게 찾아왔다. B급 달궁(본명 채정택)의 엽기발랄한 소재와 재치 넘치와 상상력이 넘치는 온갖 성(性)적 유머가 영화에서 어느정도 표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기에 여고괴담4에 목소리로 출연한 바 있는 김옥빈의 섹시한 모습도 많은 남성팬들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쾌락의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 회장(이용주)과 부회장(남호정)은 공인 SM커플로 타의 모범을 보이고, 사제가 사이 좋게 성병으로 조퇴하는 문란한 교풍을 자랑한다. 전교생이 쿨하고 섹시한 이 학교에도 그러나 뜬금없는 순정을 불태우며 교풍을 어지럽히는 별종들이 있었으니.

원조교제로 가족을 부양하는 효녀인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 스위스에서 전학 온 럭셔리 꽃미남 안소니(박진우), 교내유일의 숫총각이자 왕따인 외눈박이(이켠)가 바로 그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는 안소니에게 반해 빈티나게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꿈꾸지만, 정작 안소니는 외눈박이의 아름다운 남동생 두눈박이(이은성)에게 필꽂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한편, 왕따 주제에 축구부 주장의 뜨거운 구애를 외면하고 있는 외눈박이는 교내 맘짱 도라지 소녀(김별)의 의미 없는 친절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부적절한 짝사랑은 점점 뜨거워지고, 몸도 마음도 10대 후끈 달아오른 그들을 만나보자.

감독 : 이재용 출연 : 김옥빈, 박진우 장르 : 코미디, 멜로, 애정 등급 : 15세관람가 개봉 : 8월10일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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