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적 틀 벗어나지 못한 뻔한 스토리
 
‘각설탕’은 감정 과잉의 영화다.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익숙해진 너무나 흔한 공식을 따라 이야기는 전개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말을 소재로 해서 이런 동물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처음이라고 해서 독창적 상상력 없이 할리우드의 문법을 따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자란 소녀 시은(임수정 분)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박은수 분)는 제주도의 농장 주인이다. 외로운 소녀는 농장에 있는 말 장군이와 우정을 나눈다.

그런데 장군이가 새끼를 낳으면서 죽자, 소녀는 장군이의 새끼인 천둥이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어머니 없이 자라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그들을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시킨다.

그러나 소녀의 아버지는 아내를 낙마 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소녀가 말과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소녀가 기수 시험에 응시한 것을 알자 그는 천둥을 소녀 몰래 해외로 팔아버린다. 낙심한 소녀는 그러나 기수가 되기 위해 상경,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일한다. 그러다가 나이트클럽 홍보용 말로 전락한 천둥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제주도로 천둥과 같이 내려가서 열심히 재활훈련을 한 뒤에 경마에 참여한다.

이 작품의 이런 이야기 구조는 새로울 것이 없다. 이야기에 새로움이 없으면 표현에라도 새로움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귀여니의 청소년 소설을 영화화 한 ‘그놈은 멋있었다’로 데뷔한 이환경 감독은 클리세(판에 박은 문구나 진부한 표현)를 남발한다. 해외로 팔려나간 천둥이 어느새 국내 나이트 클럽 홍보용 말로 전락했는지 설명 없이 건너뛰는 것까지 시비 걸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지나친 감정과잉이다.

이야기 뼈대를 보면 이미 짐작하겠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말과 소녀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고 그것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감독은 인위적으로 관객들을 울리려고 한다. 배우들의 감정은 넘쳐나서 화면 밖으로 흐르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화장을 덕지덕지 두껍게 발라놓은 늙은 술집 여자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추할 뿐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사로잡지 못한 것은 섬세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니까 감정과잉 신이 자주 등장한다.

‘각설탕’의 갈등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시은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 그리고 시은과 조교 사이의 갈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은과 천둥 사이의 갈등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갈등은 너무나 상투적으로 구성돼있다. 익숙한 이야기 구조로는 감정선을 세밀하게 드로잉해야 되는 이런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운 법이다. 영화의 성공은 그럴듯하게 경주장면을 찍어내는 테크닉에 있는 게 아니라, 주제를 표현하는 정교한 이야기의 구성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정작 ‘각설탕’에는 그것이 없다.
 
coming soon - 플라이대디
어때∼오늘 영웅 한번 되볼까?
 
대한민국 극장가에 큰 파장을 불고왔던 ‘왕의남자’의 이준기가 ‘싸움의남자’로 돌아왔다. ‘플라이대디’는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연약한 모습의 캐릭터에서 벗어나, 조금은 거칠게 변한 그의 변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작품이다. 여기에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 이문식이 출연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특히 이문식은 영화 출연을 위해 기존 아저씨 몸매에서 근육질의 사나이로 거듭나 화제다. 과연 이 둘의 만남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극장에서 지켜보도록 하자.

인생과 주먹을 마스터한 열아홉 싸움고수 승석. 한가롭게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양복 입은 샐러리맨 아저씨가 나타난다. 위기에 처한 가족을 지키지 못한 서른아홉 완전소심 가장 장가필은 상심 끝에 승석에게 특훈을 요청한다. 과묵한 승석은 단호히 거절하지만, 가필은 목숨을 걸어도 좋다며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결국 승석은 스승과 제자의 예를 깍듯이 지킨다는 전제 하에 가필을 제자로 들인다.

제한 시간은 딱 40일. 10분 만에 남산 주파하기, 철봉에 매달려 ‘L’자 버티기, 시속 100km로 날아오는 야구공 피하기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승석의 스페셜 특훈이 줄줄이 이어진다. 뱃살이 출렁이던 가필은 어느 새 12Kg이 줄은 날씬한 근육질의 몸으로 탈바꿈하지만 이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 가필의 정신도 단단하게 다지려는 승석의 최종 코스는, 진정한 영웅만이 볼 수 있는, 이름 하여 ‘공포의 저편’. 과연 가필은 통과할 수 있을까?

감독 : 최종태 출연 : 이준기 , 이문식 장르 : 드라마, 코미디 등급 : 12세 관람가 개봉 :8월3일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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