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새를 놓고 펼쳐지는 한·일 양국의 혈투
 
민족주의와 국수주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러나 이야기가 거칠고 비약이 심하며 애국적 영웅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주인공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어 관객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듯하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 남북 갈등은 없다. 이 영화의 첫 부분은, 휴전선을 뚫고 완전히 복원된 경의선 준공식 장면이다. 남한의 대통령(안성기 분)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지만 외국 사절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다. 그리고 일본 외상은 1907년 조인돤 한일 협정에 의해 경의선과 관련된 모든 권한은 일본에 있으므로 경의선 준공을 허락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역사학자 최민재 박사(조재현 분)는 한일 협정에 찍힌 대한제국의 옥쇄는 가짜라면서 진짜 옥쇄를 찾으면 일본의 주장이 법적 허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민재 박사는 대통령을 면담한 후 고종황제의 내관 김흥순의 후손인 도굴 전과 7범 김유식(강신일 분)과 함께 진짜 국쇄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발굴을 시작한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경의선 철도를 강행할 경우, 한국에게 제공하기로 한 거액의 차관을 주지 않고 한국 기업들과 맺은 기술이전 협약 등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어떤 것이 국익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최박사의 후배이며 대일전문가인 국정원 서기관 이상현(차인표 분)은 최민재 박사팀의 국쇄 발굴을 방해한다. 마치 고종황제가 독살당한 것처럼 대통령이 갑자기 쓰러지고 대일 협력주의자인 총리(문성근 분)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일본과 맞서왔던 모든 조치를 철회한다.

‘한반도’는 한국인들의 집단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대일 감정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굴욕적인 대일외교를 자극하며 명성황후(강수연 분) 시해 사건부터 현재의 경제적 의존까지 민족적 감정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또 집권층 내부에서도 일본과의 대결을 앞두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는 강경론자들과 현실적으로 협력하는게 좋다는 유화주의자들이 팽팽하게 맞선다.

영화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치적 발언이다. 물론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집단적 분노를 자극하면 상업적으로 전혀 손해될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있었겠지만, 공격적 자세로 민족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로서 탄력적 자세는 매우 희박하다. 배우들은 지나치게 비분강개하고 있고 이야기의 흐름도 경직되어 있다. 이야기의 비약도 심하고 디테일도 부족하다.

영화의 대의에 공감한다고 세부 묘사나 진행까지 공감할 수는 없다. ‘한반도’는 극우적 민족주의자들의 매우 편향적인 영화적 발언이다. 지나친 선동성도 내재되어 있다. 이 작품의 실패는, 영화적 힘을 영화 속에서 찾지 않고 영화 외적인 곳에서 민족적 공분을 자극하려는 데 있다.
 
coming soon -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방대한 스케일과 스토리 전개 흥미진진
 
영화계에 한가지 속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이다. 그만큼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전편의 흥행을 뒤업고 쏟아져나왔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은 이런 속설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전편을 능가하는 방대한 스케일과 영화의 주된 모티브가되는 이야기구조가 전편보다 착실해져 단지 전편의 후광을 얻기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없기때문이다. 여전히 조니뎁과 올랜도 블름의 매력이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고, 키이라 나이틀리는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해적이라는 모험의 세계는 보는 이에게 플레이타임이 짧게만 느껴지게 하고 있다.

죽은 해적들의 시체를 싣고 다니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을 타고 바다 밑에서 올라온 데비 존스가 잭 스패로우(조니 뎁)를 찾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는 악마와의 계약으로 망자들의 영혼을 소유한채 영생을 얻었고 10년전 자신과 계약한 잭의 영혼을 망자의 함에 담기위해 거대괴물 크라켄을 불러들인다. 윌 터너(올랜드 블룸)는 데비 존스에게 붙잡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들고, 그의 약혼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은 윌을 살리려고 위험을 감수한다. 잭을 구할 방법은 단 한가지, 세상 끝에 존재한다는 ‘망자의 함’을 찾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빨간 눈의 집시 여왕이 안내하는 식인섬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감독 : 고어 버빈스키
출연 : 조니 뎁(캡틴 잭 스패로우), 올랜도 블룸(윌 터너), 키이라 나이틀리(엘리자베스 스완)
장르 : 모험, 액션, 코미디, 판타지
등급 : 12세 관람가
개봉예정일 : 7월 6일

모승현기자@전자신문, mozira@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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