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여성 총잡이들의 퓨전 서부극
 
여성 버디 무비 ‘밴디다스’에서 서부의 은행털이 총잡이로 등장하는 예쁜 아가씨들은 한때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등장한 바 있던 스페인 출신 페넬로페 크루즈와, 멕시코 출신 셀마 헤이엑이다.

즉, 스페인어 권에서는 더 이상 대적할 인물이 없는 두 여배우의 섹시 코드 하나로 밀어 붙이는 영화인데, 색다른 것이 있다면 서부 영화라는 것이다. 불의를 저지르는 악당들을 정의로운 보안관들이 응징하던 존 웨인 시대도 아닌데, 이제는 한물 간 장르인 서부극을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유혹의 미끼를 던지기 위해서는 섹시한 여배우들을 최대한 상품화시키는 방법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페넬로페 크루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젖가슴의 반을 드러내 놓고 다닌다. 셀마 헤이엑도 터질 듯 풍만한 젖가슴을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두 여자들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키스 시범을 하는 등 18세 금지는 아닌, 말랑말랑하고 코믹한 요소를 양념처럼 거느리며 서부의 여성 총잡이라는 기본 컨셉트를 섹시 코드와 버무려서 비빔밥 짬뽕으로 퓨전 서부극을 만들고 있다.

버디 무비는 두 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내러티브의 전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두 주인공의 캐릭터의 차이다. 두 명의 주인공이 비슷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버디 무비가 아니다. 사건 전개나 해결보다 더 중요한 영화적 힘은, 두 주인공의 캐릭터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화합이다.

사라(셀마 헤이엑 분)는 귀족집안에서 자라서 유럽 유학을 한 기품 있는 인테리 층이다.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서민의 딸로 자란 말괄량이다. 두 여자는 우선 계층적으로 차이가 난다. 멕시코 작은 도시의 은행장이며 대지주인 사라의 아버지와 작은 농장을 운영하며 빚더미에 시달리는 마리아의 아버지, 두 여자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다. 또 성격적으로도 우아하고 품위 있는 사라와 말괄량이에 선머슴 같은 마리아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두 여자는 공통의 적을 향해 힘을 합친다. 두 여자의 아버지는 모두 철도를 놓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멕시코 서민들을 살해하고 땅을 착취하는 미국 출신의 악당에게 아버지를 잃는다. 비록 마리아의 아버지는 기사회생하지만 두 여자는 자신들의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리고 조국 멕시코의 민중을 위해 미국 악당을 응징하려고 한다.

사라는 칼 던지기를 잘 하고 마리아는 총을 잘 쏜다. 두 여자가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여성 버디 무비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른다. 색다른 게 있다면 페미니즘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야전에서 담요를 깔고 자던 마리아는 옆에 누운 사라의 몸에 발을 걸치기도 한다. 남녀의 연애과정처럼 두 여자 사이가 묘사된 것은 퀴어 무비의 또 다른 변형이다.

하지만 적절한 코미디와 섹시코드 페미니즘에 퀴어 무비까지 이 영화는 너무도 복잡한 여러 요소들이 각기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흐트러져 있다.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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