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퍼블리셔의 모습 만들 것”
 
“게임 직접 개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고충을 잘 알기에 퍼블리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라비티 퍼블리싱 사업부 김민구 팀장은 여러곳의 게임개발사에 몸 담았던 경험을 갖고 있어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바람직한 관계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짚어낼 줄 아는 혜안(慧眼)이 생기게 됐다고 한다. 지난 94년 한국통신에서 이용자상담을 하면서 게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에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퍼블리셔로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와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심한 업무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그런 스트레스쯤은 간단히 날려버린다고. 하지만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들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만은 참을 수 없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 일 통해 ‘게임’과 운명적 만남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게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야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94년 한국통신에서 PC통신 이용자 상담을 하면서 그는 게임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게임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호기심에 한번 해봤던 머드게임은 그런 그의 도전의지를 더욱 불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텍스트기반이었던 머드게임을 하면서 온라인세상의 끝없음을 발견했고, 그안에서 현실과는 다른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처음엔 게임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나 싶었죠.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하는 온라인세계의 매력에 저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후 유저의 입장을 떠나 직접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게임의 오프라임 모임에서 개발사 사장을 만나 다짜고짜 게임개발을 하고 싶다며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화공과 출신인 제가 프로그램에 대해 알리가 없지요. 그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까지 게임개발을 하겠다고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제가 그일을 하고 싶었고, 잘 모르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것만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회사에 입사하고 선배들에게 꾸중도 받고, 혼도 나면서 게임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다.

# 가슴 속 ‘열정’과 함께한 시간

게임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새로운 것을 깨쳐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는 그는 “그렇게 몇년을 배우다보니 저도 오기가 생기더군요.

하지만 모른다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남들보다 모르면 더 알기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 후 그는 디지털이펙트와 나비야인터테인먼트를 거치면서 게임개발에서부터 운영까지 두루 섭렵하게 된다.

“게임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게임회사를 운영하게될 줄 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가진 매력에 빠져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니 어느날 지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길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그는 게임업계에 몸 담은 뒤 한시도 게으름을 피거나, 한 곳에 안주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가슴속 깊이 숨겨져 있는 열정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 운영을 하면서 퍼블리셔와 느꼈던 갈등은 그도 피해갈 수 없었다. 게임산업이 점차 성장하면서 퍼블리셔에대한 역할이 커져감에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역할관계로 인해 많은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그 역시 그런 갈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퍼블리셔는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게임을 만드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개발초기부터 참여해야 하죠. 현재 생기는 여러 문제들은 개발초기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기는 양자간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때문입니다.”

# 마라톤에서 첫 발 내딛었을 뿐

작년 8월 그라비티에 입사하면서 그가 지금껏 느꼈던 퍼블리셔에 대한 생각은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제가 게임을 직접 만들고 운영도 해 봤기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개발사들의 생각을 잘안다고 자신합니다.” 그가 퍼블리싱 사업팀을 맡은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퍼블리셔는 개발사가 게임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개발사는 게임 개발에 장점이 있고, 퍼블리셔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통해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게임을 홍보할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작년 사업팀을 맡으면서, 찾아다닌 개발사만해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전화로 할 수 있는 것도 그는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야만 올바른 생각을 전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오해의 소지도 좁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임은 창작물입니다. 비교대상이 없는 것이지요. 그런 창작물을 퍼블리셔가 손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셔는 어떻게 하면 시장에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까하는 고민 해야지 게임에 관여해선 안됩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그쳐야합니다.” 게임을 상품이라고 본다면 개발사는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퍼블리셔는 그것을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퍼블리싱은 바로 그런 것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절대 개발사에게 누가 되는 퍼블리싱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그분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게임은 장기전이라며 초반에 승부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유저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이제 마라톤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는 생각으로 힘차게 달릴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모승현기자(사진 =한윤진기자@전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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