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장서 살아남기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이죠. 수많은 중소 업체가 난립해 게임을 쏟아내다보니 잘 만든 게임을 골라내기가 더 어렵고 이에 실망한 유저는 늘어나 시장이 정체돼 있는 겁니다.” 연말 모임에서 만난 중견 모바일 게임 개발사 사장의 현 시장에 대한 견해다.

이어 그는 “새해에는 경쟁력 없는 개발사는 어느 정도 퇴출되지 않겠느냐”는 희망과 함께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기에 최대한 체력을 아껴가며 버티는 것이 상책”이라는 일명 ‘버티기론’을 꺼내놓았다.

실제로 상당수의 중소 개발사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철수보다는 일단 버티고 보자’는 판단 아래 투자는 커녕 비용이 발생하는 각종 신규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거나 심지어 부업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개발사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씁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조건이 ‘뛰어난 옥이라서가 아니라 덜 나쁜 옥’이면 된다는 발상 때문이다.

최근 개발사의 어려움은 시장 파이가 늘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숟가락은 늘어나는데 차려진 밥상은 그대로다. 이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해 밖으로 뛰어나가버리지만 않으면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떻게 하면 밥상 위에 더 많은 음식을 올려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남의 일이라도 되는양 말이다. 아니, 어쩌면 포기한 듯한 느낌이다.

시장논리는 냉혹하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상품과 기업이 살아남고 성공한다. 버티기에 성공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해도 유저의 선택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기업과 상품에 과연 소비자의 선택이 따라줄까까. 모바일 게임이 생활 필수품이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모바일 업계는 유난히 조용했다.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라고 하지만 유저에게 다가가기 위한 눈에 띄는 마케팅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묵묵히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 같이 굶게되는 최악의 결과가 올 위험이 더 크다.

새해에는 모바일 게임업계가 전체적으로 웅크렸던 버티기 자세를 풀고, 시장파이를 키우는데 서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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