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방식' 채택 프로게이머에 '인기'
 
한국이 주최하는 대표적인 국제게임대회를 꼽으라면 월드사이버게임즈(WCG)와 월드이스포츠게임즈(WEG) 등 2개 대회를 꼽을 수 있다. WCG가 서구형 게임대회 모델인 ‘랜파티’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WEG는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인 ‘리그’방식으로 운영되는 대회다.

 지금까지는 삼성그룹이 이끌고 있는 WCG가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지만 가능성에서 만큼은 WEG를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WCG가 주최측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 되는 1회성 행사라면 WEG는 다양한 스폰서가 힘을 합쳐 만들어 나가는 상시적인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WEG는 한국에서 검증된 성공적인 대회운영 방식을 택함으로써 시간이 지날 수록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회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WCG보다는 WEG의 경기진행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유럽지역 선수들이 WCG보다는 WEG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WCG2005’ 본선 진출권을 차지한 ‘카운터스트라이크’ 고수들이 무더기로 출전을 포기하고, ‘WEG’에 참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고 유럽권 ‘워크래프트3’ 선수들 가운데 일부도 ‘WEG’에 참가하기 위해 ‘WCG2005’ 지역별 예선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회의 경기 일정이 겹치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게임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외형적인 규모 보다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실있는 대회를 선호하고 있음을 한 눈에 보여주는 선택의 결과였다.

자국 예선전에서 ‘WCG2005’ 국가대표로 선발되고도 WEG에 참가하기 위해 출전을 포기한 팀은 한국의 ‘Project_kr’을 비롯해 덴마크의 ‘Asylum’, 핀란드의 ‘Serious’, 노르웨이 ‘Team9’, 스페인의 ‘x6tence’ 등 5개팀으로 모두가 세계무대에서 내로라 하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팀이다.

 실제로 ‘Team9’은 가장 최근에 열렸던 메이저급 이벤트인 CPL UK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또 x6tence과 Asylum는 각각 스페인과 덴마크를 대표하는 최강팀. 이 가운데 Asylum는 WCG 덴마크 예선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WEG 유럽 예선전에서 탈락한 팀이었다.

하지만 다른 팀이 WEG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진출권을 얻자 곧바로 WCG를 포기하고 WEG로 달려왔다. 네델란드 Serious Gaming은 유럽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또 한국팀인 project_kr도 지난 5월에 유명 팀 멤버들이 새로 뭉쳐 창단한 팀으로 WCG한국국가대표, CGL국가대표, WEG 시즌3 국가대표까지 모두 휩쓴 명실상부한 한국 최강팀이다. 루나틱하이와 메이븐크루 등을 모두 제압하고 한국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카스’ 팀들이 WCG 본선 진출권을 버리고 WEG 리그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덴마크의 ‘Asylum’팀 멤버들은 “WEG는 풀리그 형식이라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반면 WCG는 토너먼트형식이라 당일의 운에 의한 승부가 많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노르웨이의 ‘Team9’은 “WEG가 경기 운영이나 선수 대우, 실력면에서 가장 프로페셔널한 리그로 유럽권에서 인정 받고 있다”며 “WEG 지역예선으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WCG 진출을 포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워3’ 선수 가운데는 스웨덴의 킴해머와 비요른 오드만 및 프랑스의 크리스토퍼 라포테 선수가 WEG에 참가하려고, WCG 예선전을 아예 포기했다. 이에 대해 스웨덴의 비요른 오드만은 “WEG는 전용선수촌에서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게 선수들을 배려하고 있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며 “유럽권 선수들 사이에서 WEG에 참가하고 오면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WEG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순리웨이 선수는 WEG 8강이 결정되고 나서야 WCG가 열린다는 점을 활용해 WCG와 WEG 양대회에 모두 참가한 케이스다. 이 선수는 12강에서 탈락해 WCG에 참가할 수 있었다.
 
WCG와 WEG는?
국제 게임대회를 이끄는 '양두마차'
 
WCG는 삼성전자 윤종용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대회다. 윤회장의 막강한 후원으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대회 운영비를 쓰고 있는 데다 문화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연간 5억원의 정부 예산이 별도로 지원된다.

‘사이버 게임 올림픽’을 표방하며 이를 통해 게임종주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e스포츠 문화 및 한국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대회 방식은 기존 국제게임대회와 동일한 ‘랜파티’ 방식.

다른 점이라면 원래의 랜파티라고 하면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PC를 들고나와 경기에 임하는 것이지만, 이 대회는 주최측에서 미리 경기에 필요한 모든 PC를 준비해 놓고 선수들은 몸만와서 경기를 치르면 되도록 한 것. 5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에는 세계 67개국에서 8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WEG는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던 PC방 프렌차이즈 업체가 한국형 e스포츠의 세계화를 꿈꾸는 e스포츠 전문가와 함께 ‘세계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설립한 대회다. 그래서 경기 종목은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수 게임으로 시작했고, 참가자도 세계 최강의 선수를 초청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또 대회 운영비 가운데 상당부분을 상금으로 내걸어 대회 자체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기존 대회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모든 경기를 풀리그로 진행하고 방송으로 중계하는 한국형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것. WEG는 이를 통해 방송으로 내보낸 경기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WCG와 WEG의 가장 큰 차이점은 WCG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최사이자 메인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만을 위한 마케팅 행사로 변질되고 있는 반면 WEG는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을 세계 각국에 전파하는 전도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WCG가 덩치만 큰 ‘골리앗’이라면 WEG는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다윗’이라고 볼 수 있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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