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신 '독수리' 하반신 '사자'
광폭한 하늘의 제왕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가장 신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그리폰(Griffon)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이다.

팬터지 소설에서 마법사가 그리폰을 타고 하늘로 높이 날아 오르는 장면은 종종 등장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구현된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처음이었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지를 그리폰으로 누비는 것은 이 작품의 큰 재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리폰은 그리핀이라고 하며 라틴어로 그리프스(Gryphios)라고 한다. 또 희랍어로 그루프스(Grups)라고도 한다. 이는 단어들의 의미는 ‘구부러진 주둥이’라는 것. 이 괴물의 외형은 익히 알려져 있다. 독수리의 상반신에 하반신은 사자다. 강력한 앞다리에는 긴 발톱이 솟아 있으며 커다란 날개가 등에서 솟아있다.

황금의 털이 전신을 덮고 있으며 사자의 꼬리도 엉덩이에 길게 달려있다. 그들의 먹이는 말, 페가수스, 유니콘 등으로 겉모습처럼 성질이 사납고 포악하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독수리의 소리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크게 내지른다.

# 금을 지키는 파수꾼

이 몬스터는 그리스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제우스, 아폴로, 네메시스 등 신들의 마차를 끌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에덴 동산의 문지기가 그리폰이었다고 전하며 이집트에서는 악의 신 ‘세트’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또 바빌로니아 신화에서도 이 요상한 괴물이 묘사돼 있다.

그리폰은 독특하고 박력있는 외형으로 인해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자신의 문장으로 많이 활용했다. 또 문학작품 단테의 ‘신곡’에서도, 지상의 낙원에서 신비로운 행렬의 선두 마차를 끄는 생물을 그리폰이었다고 묘사했다. 실로 여기저기 안 나타나는 곳이 없어 그리폰처럼 바쁜 몬스터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폰의 고향은 인도라고 분명히 나와있다. 팬터지 세계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신비로운 어떤 장소’에서 갑자기 등장하는데 비해 그리폰은 그리스 신화에서 ‘인도가 출생지’라고 뚜렷이 밝히고 있다.

이 괴물은 많은 신화와 전설, 팬터지 세계에서 무엇인가를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이유는, 그리폰은 본능적으로 금이 매장돼 있는 장소를 알수 있고 금으로 보금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노리는 많은 인간과 거인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파수꾼의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그리폰을 길들여 마차를 끌게 하고 하늘을 타고 다니는 경우는 후대에서 살이 덧붙여진 얘기다.

# 여전히 대활약 중

그리폰은 다른 어떤 몬스터보다 자세히 묘사돼 현대까지 알려졌기 때문에 대중적인 팬터지 계열의 콘텐츠에서 곧잘 응용된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워크래프트 3’에서 그리폰 라이더라는 유니트가 등장하는데 이는 드워프가 그리폰의 등에 타 공중에서 스톰 해머를 던지는 것이다.

또 ‘리니지’에서는 기란 마을 3시 방향에 있는 사이클로롭스가 출몰하는 장소에서 레벨 29의 몬스터로 나타난다. 유저의 공격을 받으면 하늘로 날아 오르는데 이때 물약을 땅에 내려 놓으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특징이 있다.

1992년에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 ‘던전 앤 드래곤스: 오더 오브 더 그리폰’에서는 그리폰을 중심으로 한 모험을 본격적으로 다뤘으며 X박스용 타이틀 ‘건 그리폰’에서는 이름과 그리폰의 의미를 차용해 가상의 메카닉 액션 게임을 만들었다. 또 소니의 MMORPG ‘에버퀘스트 2’, 스퀘어-에닉스에서 만든 ‘크로스게이트’에서 유저를 괴롭히는 몬스터로 등장한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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