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타고 하늘을 나는 '요녀'
 
마녀의 사전적 의미는 ‘여자 악마’다. 중세 시대에는 악마와 계약을 맺고 사악한 일을 하는 여자를 모두 마녀라 칭하고 ‘사냥’을 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거의 없었고 아무나 한명 골라 고문으로 자백시켜 죽였을 뿐이다. 그러나 현대에서도 마녀는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약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 중의 하나인 마녀에 대해 알아보자.

고깔 모자에 매부리코, 지팡이와 두꺼비 피부를 가진 할망구가 마녀의 일반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마녀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린 아이의 피를 빠는 라미아, 점장이 디비나토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바크나리아 등이다. 초기 문명 시대부터 존재한 마녀는 저주와 관련이 깊다. 농작물을 말라죽게 하거나 인형에 바늘을 찔러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은 마녀가 도맡았다. 마법을 가진 마녀는 고양이나 두꺼비, 토끼 등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데 사실 다른 몬스터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 고대 이집트에도 등장
 
마녀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나 인도, 그리스, 로마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고 아프리카에도 마녀에 대한 신앙이 남아있다. 이 때의 마녀는 주술사와 거의 동급으로 취급됐고 지금처럼 공포의 대상까지는 아니였다. 기록에 의하면 그리스의 데모스테네스 시대에 한 사람의 마녀가 처형됐고 로마의 네로와 카라카라 황제가 마녀를 박해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와 프랑크 왕국의 샤를르대제도 마녀를 탄압했다.

그리스 신화에도 ‘키르케’라는 마녀가 등장한다. 이 말은 독수리를 의미하는데, 그녀는 요술에 뛰어나 전설의 섬 ‘아이아이에’에 살면서 다가오는 사람을 짐승으로 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트로이를 함락한 영웅 오디세우스는 부하와 함께 귀국 도중 이 섬에 당도한다. 정찰을 나간 부하들이 돼지로 변한 것은 보고받은 오디세우스는 단신으로 찾아가 이를 해결했는데 그녀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아름다운 자태에 반했기 때문이었다(하여튼 남자들이란…). 어처구니없게도 둘은 눈이 맞아 1년 동안 부부처럼 살았다. 당시의 신화처럼 마녀는 ‘범죄자’ 수준이었고 악마와 계약한 여자까지는 아니였다.
 
# 마녀 사냥으로 배불린 교회
 
마녀하면 마녀 사냥을 빼놓수 없다. 십자군원정이 실패로 끝난 가톨릭 교회는 민심을 돌리기 위해 한가지 묘락을 꾸몄다. 흉흉한 민심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이단 신앙에 대한 철저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마녀 사냥이다. 중세 시대의 마녀는 새롭게 정의됐는데, 예수를 버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어 마법을 얻은 여자였다. 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처음부터 없었다.

마녀라고 소문만 나면 주교, 이단심문관, 영주 등이 달려와 고문했다. 당시 고문은 매우 지독해, 손발을 으깨고 팔다리를 바퀴에 달아 돌리거나 톱으로 자르기도 했다. 내장을 꺼내고 온 몸을 숯불로 지졌으며 머리를 기계로 눌러 눈알이 터질 때까지 행했다. 이런 엄청난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이를 이기지 못해 마녀라고 자백하면 불에 태워 죽여 ‘마무리’했다.

나름대로 감별법이라고 있긴 있었다. 손발을 묶어 물 속에 던져 가라앉으면 무죄고 떠오르면 유죄라는 것이다. 또 바늘로 찔러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마녀로 판정내렸고 옷을 모조리 벗겨 악마의 흔적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대부분 남성이 여성에게 자행한 것이기 때문에 평범한 조사가 아니라 일종의 성폭행이었다. 고문의 과정에서 반발하면 이것 또한 마녀라는 증거였다.

1590년 독일을 여행했던 한 여행자가 기록한 내용을 보면, 트레이브즈에서 7000 명이 불에 태워지고 작센에서는 하루 사이에 133명, 알사스의 상 아라만에서 1년 동안 200명 이상, 라부르에서 4개월 동안 600 명, 스트라스부르크에서 5000 명, 뷔르츠부르크에서 800 명, 밤베르크에서는 1500 명이 죽음을 당했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점은 마녀로 판명된 자의 재산을 교회가 몰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재판과 수사 과정의 비용도 마녀로 몰린 여자의 몫이었다. 16세기와 17세기 절정에 달한 마녀 사냥은 교회의 재산 증식에 매우 짭짤한 장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마녀 사냥은 마녀에 대한 공포심을 각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게임이나 영화, 만화, 소설 등에서 매우 무섭고 강력한 존재로 등장한다. 수정구를 만지작거리며 미래를 내다보는 유일한 존재로 마녀 외에는 없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녀들은 한 나라를 지배할 정도로 힘이 세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 우편배달부 키키’처럼 귀엽고 인간에게 유익한 인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으나 극히 드문 경우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