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촌으로 '돌아온 달수'
가슴 찡한 서민 연기의 대가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가정의 달 5월이면 더욱 주목받는 탤런트가 있다. 바로 강남길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며 때로는 힘겨운 아버지로, 때로는 넉살 좋은 삼촌이나 이웃집 아저씨로 등장해 선한 웃음을 전하는 베테랑 연기자 강남길을 만났다.

“야. 세상 많이 변했네요. 방송 중에 한 마디만 해도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반응이 나타나니 원.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거예요.” 지금 막 라디오 출연을 마치고 나온 듯 그는 라디오 부스 안에 찾아온 디지털 바람에 놀라워하며 특유의 너그러운 웃음을 터트린다. 편안한 옷차림은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서민의 모습 그대로다.

알고보니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양희은과 호흡을 맞춰 일주일간 대타로 진행을 하게 됐다. 송승환이 출장 차 미국으로 떠나면서 평소 막역한 사이였던 그에게 진행을 부탁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니 감회도 새롭고 많이 달려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의 상기된 얼굴에서 채 가시지 않은 감회가 전해졌다.

MBC ‘베스트극장’의 유일한 시리즈 물로 ‘달수 하면 강남길’, ‘강남길 하면 달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인기를 끈 ‘달수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다. 30∼40대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오는 ‘발바리의 추억’ 속 ‘달수’는 그가 아니면 해내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모자란듯 보이지만 착하고 꾸밈없는 이미지, 코믹하면서도 서민적인 역을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면서 그에게 ‘서민 연기의 대가’라는 호칭이 붙는다. 실제로도 어떤 모습이 연기이고 어떤 모습이 실제인지 구별이 안 갈 만큼 소박하고 너그럽다.

한 없이 착해보이지만 뭘 하든 그리 잘할 것 같지 않은 천진난만한 모습. 하지만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영어 회화가 유창하고, 컴퓨터 책을 두 권이나 낸 ‘컴퓨터 도사’이며, 아마추어 바둑 고수일 정도로 무엇이든 치밀하게 파고드는 학구파였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공부는 어느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어느새 희끗희끗한 머리가 눈에 띄는 불혹의 나이를 발견하게 된다.

올초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머리는 차갑고 마음은 따뜻한 법과 교수로, MBC ‘슬픈 연가’에서는 무능력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장이자 택시 기사로 출연했던 그에게 이번에는 주말극 주인공이 주어졌다. KBS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의 후속작으로 오는 6월부터 방영될 ‘보물찾기(가제)’에서 주인공 ‘성재’ 역을 맡았다.

“끝없이 희생하고 인내하는 한 가족의 가장, 형제들의 버팀목이 되는 큰 형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줄 예정입니다.” 그의 말처럼 ‘보물찾기’는 재산 문제로 형제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집안 간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화합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휴먼 드라마다. ‘슬픈연가’ 종영 후, 빛나는 조연 연기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러브콜을 받아오던 그는 “ ‘보물찾기’ 시놉시스를 보고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계획이요. 글쎄요. 앞으로도 작품만 좋다면 역할이 크고 작은 것에 상관 없이 따뜻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네요.”묵묵히 자기 책임을 다하며 가정과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조연의 모습을 그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임동식기자(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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