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고수의 길 다시 한번 실감
부족한 연습량에 기량 제자리.. 먼저 보고도 먼저 맞아
 
역시나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일인칭슈팅(FPS) 게임은 불혹을 앞둔 기자에게 높은 장벽이었다. 김솔 선수(24)에게 ‘스페셜포스’의 비기(?)를 사사 받은 후 한 가닥 희망을 품고 팀 대전에 참여해 봤으나 여전히 결과는 참담했다. 분명히 먼저 보고 먼저 쏜 것 같아도 쓰러지는 것은 기자였다.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사부와의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습 거의 안하셨네요!”

아뿔사! ‘스페셜포스’에 기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접속하자 킬/데스율과 포인트 등이 드러나면서 기자의 얼마 안 되는 연습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원래 기자가 좀 바쁘다’ ‘주간지는 마감 때문에 짬이 없다’며 이리저리 둘러댔지만 달아오르는 얼굴 표정까지는 숨길 수가 없다.

엉터리 제자를 받은 사부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그는 다시 한번 “‘스페셜포스’를 잘하고 못하고는 연습량에 달렸다”며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초보라면 고수 몰리는 곳 피해야
 
“서버 1의 1은 고수가 많이 몰리는 곳 이예요. 서 있는 타깃하고 멈춰있는 타깃하고 어떤 게 맞추기 좋을까요? 다른 서버에서는 나 잡아 달라고 등 대주는 게이머들도 많거든요. 그런 곳에 가서 연습하세요.”

기자가 무엇을 잘 못하고 있는지 평가받기 위해 서버1에 들어가 채널 1을 선택했는데 사부는 생각도 못한 말을 들려준다. 고수들과 하면 금방 늘 것 같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라 배울 것이 없기 때문에 손쉬운 적을 상대로 기본기부터 닦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어쨌든 게임은 이미 시작됐고 중간에 빠져나올 수도 없어 그냥 플레이에 들어갔다. 역시나 사부의 말대로 모두들 고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적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면 사방에 M4A1을 난사할 뿐이고 그러니 적이 맞아 떨어질 턱이 없다.
 
# 순발력 보다 머리싸움
 
“저쪽에서 이쪽으로 AK를 쏘고 있네요. 소리하고 탄흔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군이 앞으로 쓰러졌는지 아니면 뒤로 쓰러졌는지를 보고도 적의 위치를 알 수 있고요. 앞에 있는 아군 라벨의 체력을 보니 앞쪽은 안전하니까 앞으로 나가세요. 저쪽 창문에는 저격병이 숨어 있습니다. 옆으로 붙으세요.”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소리나 라벨의 위치 정보를 활용하라는 이전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당황한 나머지 소리나 라벨이 귀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답답한 사부는 이내 기자에게 일일이 어떻게 플레이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고 그의 예상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 떨어졌다.

“전 판에 적들이 저쪽에서 많이 당했으니까 이번에는 이쪽으로 올 겁니다. 적의 플레이를 미리 예측하는 머리 싸움이 중요합니다.”

결국에는 안 되겠던지 사부는 기자의 마우스를 가로채 몸소 시범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부의 예상대로 적이 뛰어오는 것이 보이고 곧 그의 총탄 세례에 자리에 주저 앉는다.

“이젠 이쪽이 뚫렸으니 돌아가면 아군과 교전하고 있는 적의 뒤통수가 보일 겁니다.”

사부는 적의 위치를 정확히 예상하고 한순간에 3명의 적을 제압했는데 놀라운 것은 그의 동선 어디에서도 단 한치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해서 움직여도 그처럼 할 수 있을까.
 
# 목 좋은 곳 선점해야
 
게임이 끝나고 조언대로 다른 서버의 채널로 옮겨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러자 사부가 강조하던 예측 플레이에 대해 언뜻언뜻 감이 오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덩달아 킬 수도 늘어나기 시작한다.

“좋은 자리를 먼저 잡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자리를 차지해 은폐물을 이용하면 온몸을 드러내고 달려오는 적군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겠죠?”

당연히 그렇겠지. 빨리 달려가기 위해 총을 칼로 바꾸고 사부가 알려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간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적은 언제 왔는지 이미 자리를 잡고 기자에게 총탄 세례를 퍼 붇는다.

“버그는 아닌 것 같은데 대각선으로 뛰어야 속도가 더 빠릅니다. 늦었다 싶을 때 무작정 튀어나가면 안 되고 수류탄이나 플래시뱅을 터트려 적의 시야를 방해해야 합니다.”

어쩐지 똑같이 칼을 들고 같이 출발한 아군과 거리가 자꾸 벌어지기에 이상하다 싶었더니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네오위즈측에 물어보니 버그는 아니고 게임의 재미를 위해 컨트롤이 좋은 고수에게 유리하도록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 당황치 말고 집중하는 것 중요
 
“상대방을 만날 때 당황하다 보니 조준이 흔들립니다. 조준을 일정하게 유지해 한 곳에 탄착이 형성되도록 해야 해요. 적과 조우시 집중력을 기르세요.”

아침 일찍 시작한 가르침은 점심시간이 다 지나도록 이어진다. 마냥 사부를 붙잡고 있을 수가 없어 마지막으로 기자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팁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게임을 하면서 침착할 것을 주문한 그는 사운드 플레이를 위해 헤드셋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랙이 없는 환경, 즉 핑(ping)이 좋게 나오는 곳에서 게임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고수들은 헤드셋을 이용하는데 ‘70m 거리에 M4A1이 있다’는 것까지 잡아낸다고 한다. 또 랙이 심하면 화면상에는 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적은 이미 다른 곳으로 있기 때문에 아무리 쏴도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페셜포스에서 이동로는 모두 3가지입니다. 이쪽이 뚫렸으니까 적이 이쪽으로 오겠죠? 저쪽은 아군이 지키고 있으니 맡겨두고 이쪽을 지켜야 해요.”

사부는 끝으로 단체전에서 팀원을 최대한 믿고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드디어 다음 주는 클랜 입단 테스트에 도전할 차례다. 지금 이 실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당연히 무모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무엇인가는 배우게 될 것이다.
 
황도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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