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수는 만들어질 뿐이다"
불혹의 나이 불구 '특별한 군대'에 입대(?)
 
드디어 기자의 차례가 돌아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차례가 돌아오다니….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인 데다 워낙 컨트롤이 둔한데 1인칭슈팅(FPS) 게임인 ‘스페셜포스’를 배우라니 말이 되는가. 등 떠민 후배기자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하긴 후배기자라고 해봐야 전부 30대 중반이니 어쩌랴, 차례가 왔으면 해야지. 기자는 회암리 훈련소에서 악명(?) 높던 내무반장 출신 아닌가. 군 시절 경험을 되살려 남보란 듯이 한번 멋지게 해내보자!!!

지난 5일 이른 아침 게임을 서비스하는 네오위즈의 사무실에서 기자의 사부가 돼줄 ‘스페셜포스’ 클랜 ‘E1패밀리’의 리더 김솔 선수(24)를 드디어 만났다. 그는 ‘레인보우식스’ 세계 랭킹 1위와 ‘카운터스트라이크’ 시범대회 챔피언, 제1회 피방배 스패셜포스 최강전 준우승 등의 화려한 입상경력을 갖춘 클랜을 이끌었단다. 다행히 사부는 제대로 만난 듯하다.

“일단 오늘은 기본부터 배우고 다음 주에는 기본기를 제대로 익혔는지 평가하고 문제점을 고치도록 하죠.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클랜 입단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허걱. 갈수록 태산이다. 김솔 선수를 보자 마자 ‘나이가 많아 손이 굳었다’ ‘게임치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연신 너스레를 떨었는데 클랜 입단 테스트까지 보라니….
 
# 캐릭터 무기 신중하게 골라야
 
사부의 말씀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 어쨌든 사부의 가르침이 시작됐다. 모델 겸 탤런트인 강동원의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김솔 선수는 외모 만큼이나 차분하게 기본부터 알려주기 시작했다.

먼저 캐릭터 선택.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캐릭터의 복장에 따라 특정 맵에서 눈에 잘 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단다. 음 역시 고수는 달라도 뭐가 다르군….

이어서 기본 화기인 소총선택. M4A1은 정확도, 연사속도 등이 좋아 안정성이 뛰어난 데다 반동까지 적어 초보자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파워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 이에 비해 AK는 파워가 좋아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제합하는데 제격이다.

고수들은 상황에 따라 소총을 바꿔 사용하는데 일례로 방어입장일 때 AK 소총을 선택한다고. 보조무기인 권총 역시 소총과 마찬가지로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류탄과 섬광탄 등 투척무기를 장착해야 하는데 이것도 순서가 중요하다. 키보드 ‘4’ 키에 투척무기가 배정돼 키를 누를 때마다 장착된 투척무기가 토글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수류탄을 맨 앞에 오도록 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 마우스 감도 낮추는 게 유리
 
“이제 키세팅을 해볼까요?”

복장하고 장비도 사고 총도 골랐겠다 이제 한번 M4A1을 시원하게 난사해볼까 했는데 아직 준비가 끝난 게 아니었다.

사부는 기자에게 어떤 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한 지 일일이 묻고 일일이 키를 세팅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단순히 캐릭터를 이동하는 키만으로 키세팅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색품질은 16비트로 해야 상대편 캐릭터가 잘 보여 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단다. 해상도 역시 800×600으로 놓아야 캐릭터가 크게 보여 좋은데 이때 단점은 화면이 일부 가려지기 때문에 자신이 받은 점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마우스 이동속도를 느리게 해야 정확도가 높아지거든요. 경기에서는 긴장하게 되는데 마우스 속도를 빠르게 해놓으면 조준점이 흔들려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예요.”

사부는 기본 60으로 맞춰 있던 마우스 이동속도 옵션을 0으로 끌어내렸다. 보통 게이머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그는 이같이 설명하고 마우스 속도가 느려 조준이 늦어지는 문제점은 ‘털어’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턴다’는 것은 마우스를 순간적으로 잡아채 조준점이 신속하게 타깃 근처로 옮겨지도록 하는 것. 요즘 나오는 광마우스는 예전의 볼마우스처럼 대부분 털 수 있다고 한다.
 
# 적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야
 
“하하…, 그래도 3명이나 잡았네!!”
“그거.. 제가 잡은 건데요.”

실전의 결과는 역시나 예상대로 참담했다. 19번이나 죽었다. 분명 기자가 먼저 보고 먼저 쏜 것 같은데 왜 기자만 쓰러지는지….

옆에 있던 후배 사진기자 보기가 너무 민망해 한마디 내뱉었는데 옆에 있던 사부. 야속하게도 말을 바로 잡는다.

사부가 강조한 가장 중요한 점은 적의 행동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 적의 이동로를 예상하고 미리 앞서 주요 길목에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달리지 말고 소리가 나지 않는 걷기를 이용해야 한다. 또 신속한 이동을 할 때에는 총 대신 칼을 들고 이동해야 한다.

‘스페셜포스’에서는 소리와 캐릭터 머리 위에 뜨는 라벨로 피아를 구분할 수 있다. 라벨에는 적 또는 아군과의 거리까지 나타난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초보가 이같은 많은 정보를 모두 받아드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부는 처음에는 소리면 소리 라벨이면 라벨 둘중에 하나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날 이밖에도 많은 팁을 배웠다. 적과 정면에서 조우, 같이 총을 쏠 때에는 적탄에 맞지 않으려면 계속 움직이고 점프를 해줘야 한다. 단 움직이면서 총을 쏘면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쏘고 움직이고 쏘고 움직이고를 반복해야 한다고. 또 ‘스페셜포스’에서는 초탄이 빗나가면 이탄, 삼탄도 빗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처음에 못 맞추면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

‘스페셜포스’가 ‘카운터스트라이크(카스)’와 다른 점 하나. ‘카스’는 원샷원킬이 되기 때문에 점사를 해야 하지만 이 게임은 연사로 쏴야 한다고.

“그래도 처음 치고 잘하신 거예요. 실력은 투자한 만큼 늘어나는 겁니다”

기자는 다행히 팀플레이를 배우면서 막판에 가서야 연속 3번의 킬 수를 기록, 겨우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

멀고 멀게만 보이는 클랜입단의 길. 일단 첫 단추는 채워졌다.
 
황도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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