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 '살아있는 전설'
"온라인 명예회복" 출사표
 
‘와신상담(臥薪嘗膽)’. 원수를 갚기위해 장작 위에서 자고 쓸개즙도 마다하지 않던 부차와 구천의 고사는 일컫는 말이다. 게임시장에도 이같은 단어를 곱씹으며 재기의 칼날을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른바 90년대 한국 게임 시장을 이끌던 패키지 시장의 명장들이다.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한게임’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게임이 급부상하면서 게임시장의 규모와 내실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온라인게임의 성장과 함께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된 국내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뛰어 넘어 대만, 중국, 일본으로 무대를 넓혀나갔다.

이처럼 한국 게임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바뀌며 가장 크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이 바로 PC 패키지 개발자들이다. 90년대를 이끌던 PC게임의 주역들은 시대의 뒷편으로 물러나야 했다. 소프트맥스, 손노리 등으로 대변되는 스타 개발사의 중심도 엔씨소프트, 넥슨, NHN 등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PC 게임 개발자들은 와신상담하는 자세로 재도약을 준비해왔다. 패키지 시장에서 닦아온 탄탄한 기술력이 있기에 온라인 네트워크 기술에만 적응하면 언제든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악튜러스’의 개발자 김학규가 ‘라그나로크’를 히트시키며 주목을 받았으며 손노리에서 가지를 친 엔트리브소프트는 지난해 온라인 골프게임 ‘팡야’를 내놓으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또 드래곤플라이는 온라인 FPS게임 ‘스페셜포스’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간 재기의 칼을 갈아온 다수의 개발자들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새롭게 도전할 예정이다. 서버 기술이 중시돼온 온라인 게임에서도 최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야흐로 PC게임 명장들이 다시 주목받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 히트예감 박지훈, 전찬웅, 김문규
 
재기의 칼을 갈아온 인물 중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은 KRG소프트의 박지훈 사장이다. 인기 무협만화 ‘열혈강호’를 소재로 한 ‘열혈강호 온라인’을 선보여 학생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말 랭키닷컴의 온라인게임 방문자 순위에서 1위에 올라선 데 이어 게임트릭스가 조사한 PC방 이용량 조사에서도 톱 10위 권에 입성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지훈 사장은 ‘드로이얀’ ‘드로이얀2’ ‘열혈강호’ 등의 PC게임을 개발하며 실력을 닦아온 중견개발사. 하지만 야심차게 준했던 ‘드로이얀 온라인’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이네트, 엠게임으로 회사가 여러차례 매각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열혈강호 온라인’의 뜨거운 반응으로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조이맥스의 수장인 전찬웅 사장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조이맥스는 90년대 후반부터 ‘파이널 오딧세이’ ‘아트록스’ 등을 내놓으며 국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명가로 부상했지만 패키지 시장이 침체되며 지향점을 잃어 버리고 만다. 급기야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업분야를 옮긴 전 사장은 2년간 야심차게 개발해온 ‘실크로드 온라인’을 내놓으며 재기를 위한 빠른 걸음을 내딛고 있다. ‘실크로드 온라인’은 성인들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임에도 최근 동시접속자가 3만명을 넘어서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로즈 온라인’을 선보인 트리거소프트의 김문규 사장도 주목해볼 인물. 90년대부터 ‘충무공전’ ‘장보고전’ ‘태조 왕건’ ‘퇴마전설’ 시리즈 등을 선보인 그는 PC게임 분야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실력가였지만 온라인 게임 분야에는 이제 막 얼굴을 내민 새내기. MMORPG 처녀작인 ‘로즈온라인’은 지난해 말 동시접속자 4만명을 돌파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 주목할 기대주 김건, 정대화, 양승준, 이상희
 
을유년 새해에는 와신상담 칼을 갈아온 PC게임 명장들의 온라인 게임 도전작들이 잇따라 쏟아질 예정이다.

‘토막’ 등의 PC게임과 비디오 콘솔 게임을 개발해온 씨드나인엔터테인먼트의 김건 사장도 올 초 온라인 게임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가 준비한 게임은 리듬액션과 인라인 레이싱을 결합한 퓨전 형태의 게임 ‘알앤알(RNR)’. 리듬에 맞춰 키를 정확히 하면 음악이 연주되고 캐릭터가 장애물을 피해 달려 나가는 형식이다. 김건 사장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알앤알’을 온라인게임과 PSP용 타이틀로 동시에 개발하고 있어 휴대용 게임 시장에도 함께 도전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소울슬레이어즈’ ‘다크퀘스트’ ‘거울전쟁 어드밴스드’ ‘장보고’ 등의 PC패키지 게임으로 잘 알려진 그림엔터테인먼트의 양승준 사장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그가 준비한 야심작 ‘마블몽’은 차별화된 팻시스템을 도입한 MMORPG 게임으로 팻인 ‘몽’을 활용한 집단전투, 난투, 난입, 합체 등이 특징이다. 올 여름 께 오픈베타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동서게임채널에서 근무하다 외주개발회사를 운영해온 니다엔터테인먼트의 정대화 사장도 올해 온라인 시장에 도전하는 새내기로 주목받고 있다. 정 사장은 자신을 포함해 단 3명만의 소수정예 인력만으로 ‘니다온라인’을 개발해온 괴짜 개발자. ‘니다온라인’은 팬터지와 SF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MMORPG로 아직 게임 정보가 일반에 많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다음카페에 2만여명의 회원이 모일 정도로 게임 매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 ‘코코룩’ ‘써니하우스’ 등 여성용 게임 시장의 개척자 나비야인터테인먼트의 이상희 사장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겨루는 온라인 캐주얼 게임 ‘바닐라캣’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에는 퍼블리셔와의 마찰로 게임 론칭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넷마블을 운영하는 CJ인터넷과 배급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 옛 명성 회복 선언한 심경주, 정영희, 이원술
 
패키지게임 시장의 대부로 통하던 전 위자드소프트의 심경주 사장도 온라인 게임 개발사 네오리진으로 컴백한다. 네오리진이 개발한 첫작품인 ‘젤리젤리’는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와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퀴즈게임으로 상반기 중 서비스될 예정이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도쿄콘텐츠마켓(TCM) 어워드 2004’에서 인터랙티브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아 주목을 받고 있다.

국산 PC게임의 양대 산맥이었던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과 손노리의 이원술 사장도 그간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불운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재정비, 온라인 게임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선다.

국내 최대 히트작 시리즈인 ‘창세기전’으로 코스닥 시장 등록까지 성공한 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은 ‘테일즈위버’ ‘포리프’ 등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도전했지만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PS2용 콘솔 RPG 게임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이 국내 뿐만 아니라 게임의 본고장 일본에서 좋은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정 사장은 올해는 ‘창세기전’의 컨셉을 응용한 온라인 게임으로 재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94년 ‘어스토니아 스토리’로 국산 창작 RPG 시장의 포문을 연 손노리의 이원술 사장도 온라인 게임 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이 사장은 국내 개발자 중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개발자. 하지만 게임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변동되며 플레너스와의 합병, 독립 등 여러가지 우여곡절 겪으며 실패의 쓴 맛도 봐야 했다.

지난해 독립법인 손노리로 다시 복귀한 이 사장은 MMORPG에 집착하는 다른 개발사와 달리 다양한 유저층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연기된 비행슈팅게임 ‘에이스 필드’는 3D 그래픽으로 재정비해 선보일 예정이며 유저의 통념을 뒤엎는 신개념의 온라인게임을 추가로 내놓아 손노리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다시 살려낸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은 “온라인 게임이 발전하면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며 “패키지 게임 개발사들은 수년간 탄탄한 기술력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이제 곧 저력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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