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 예산 독립영화.. 노감독의 독특한 개성 물씬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지금, 한국영화는 상업적 성공에 도취해 있다. 한 편의 영화로 불과 몇 달 만에 수백억원의 고수익을 올리는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꾸만 영화의 크기를 키우려고만 한다.

티켓 파워가 있는 빅 스타를 캐스팅해서 거대한 제작물량이 투입된 스케일 큰 영화를 만들고, 엄청난 홍보비로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한 다음, 한꺼번에 전국 수백 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와이드 릴리즈 배급으로 순식간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방식에 눈이 멀어 있다. 만약 영화의 평이 좋지 않아도 이미 개봉 첫 주에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적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배우 스텝을 통틀어서 6명의 적은 인원으로 불과 3000만 원이 넘지 않는 제작비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우선 그 순수한 제작방식에서부터 우리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영화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노동석 감독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흑백으로 완성시킨 이 영화는 출구 없는 답답한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병석과 재경은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청춘들이다.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고작 결혼식 비디오 촬영기사와 갈비집의 숯불 지피는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병석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이력서를 들고 다녀보지만 제대로 취업해서 일 한 번 해 본 경험이 없는 재경은 답답한 청춘들이다.

축 쳐진 어깨에 늘 시선을 밑으로 내리깔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내뱉는 재경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안쓰러움까지 불러일으킨다. 병석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점점 꿈에서 멀어져간다. 그의 형은 병석의 이름으로 돈을 빌려 그 부담을 그에게 떠넘긴다.

그러나 병석은 억울한 현실에 고함 한번 치지 못한다. 재경은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인터넷 홈쇼핑을 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빚을 진다. 재경은 자신이 일하다 너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해고당한 사채업자의 사무실까지 찾아가 카드깡으로 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들을 짓누르는 것은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청춘의 의기소침함은 내부의 모순 보다는 외적인 환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감독은 말하고 싶어 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병석이 비디오 카메라를 팔려고 구매자와 공원에서 접촉하는 신은 우리들에게 짙은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킨다. 비디오 카메라는 영화감독이 되려는 병석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연결고리다. 그런데 그것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게 팔리지 않는다.

노동석 감독은 과장하지 않고 있는 현실 그대로를 인물의 개인적 삶에 밀착해서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홍상수와 닮아 있으며 리얼리스트로서 삶의 세부 묘사와 행간의 여백을 저울질한다는 점에서 허진호와 닮아 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하는 병석 역의 김병석과 재경 역의 유재경은 전문 배우가 아니다. 그들은 원래 이 영화의 스텝으로 참여했지만 캐스팅이 난항을 겪자 결국 연기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자신들의 촬영분량이 없을 때는 스텝으로 돌아가 조명기도 들고 운전기사도 하면서 영화를 찍었다. 이런 독립영화들이야 말로 한국 영화의 토대를 튼튼하게 구축해주는 힘의 원동력이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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