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 망가지는 생체실험 '다큐'
기록성과 사실성에 극적 재미까지 갖춰
 
감독 자신이 자신의 몸을 생체실험으로 내 놓고 찍은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가 어떻게 인체를 망가트리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달 동안 하루 세끼 모두 맥도날드에서 파는 음식만을 먹고 인체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관찰한 이 다큐멘터리는 감독인 모건 스폴럭의 몸을 한 달 만에 11kg을 더 늘려 놓았으며 코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해서 지방간 수치가 급등하는 등 심각한 건강이상 증세를 일으켰다. 의사로부터 당장 중단하라는 경고를 수차례 받았지만 감독은 결국 한 달의 실험을 끝냈고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그 결과는?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화씨911’의 마이클 무어처럼 지명도 있는 감독이 아니어서 맥도날드에서는 처음에 모건 스폴럭을 무시했지만 영화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매장 내의 ‘슈퍼사이즈’ 주문이 없어졌다. 그리고 친환경제품들인 샐러드 메뉴가 추가됐다. 물론 맥도날드는 이 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치라고 주장하고는 있다. 30만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현재 40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천만달러는 더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슈퍼사이즈 미’는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무기인 기록성과 사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극적 재미까지 갖췄다. 한달 뒤에는 실험이 끝날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매일 매일 맥도날드를 먹으며 변해가는 감독의 몸을 보면서 예측 가능한 미래를 가정해본다. 영화는 실험이 끝나는 마지막을 향해서 힘이 급증하는 강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모건 스폴럭 감독은 그 수직적 구조 안에서 유머를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자신의 몸을 나쁜 실험에 내놓는 어리석은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슈퍼사이즈 미’가 우리를 흡입하는 근본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모두들 패스트푸드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는 보고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감독은 자신이 직접 실험대상자가 되기로 한다. 이 살신성인의 정신! 한달 동안 맥도날드에서 파는 음식만 먹는다. 매장 직원이 슈퍼사이즈를 권하면 반드시 응한다. 영화의 전제조건은 이 두 가지뿐이다. 그리고 우선 뉴욕 시내의 80개가 넘는 맥도날드 매장을 순례하며 한끼씩 먹는다. 그리고 미국 내 비만도가 가장 높은 텍사스 주를 비롯해서 전국의 맥도날드 매장을 순례하며 실험을 한다.

영화 촬영하는 동안 먹고 토한 것은 한 번 뿐이었고 처음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며칠 지나자 먹을 만 했으며 나중에는 중독 증세를 일으켜 맛있게 맥도날드로 식사를 했다. 그러나 그의 여자친구는 섹스도 예전 같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발기한 페니스의 강직도도 떨어지고 여자친구 자신이 위에서 하지 않으면 섹스하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증언한다.

한달만에 몸무게가 11kg이 늘어난 모건 스폴럭의 몸이 원 상태로 되돌아오는 데는 14개월이 걸렸다. 채식주의자인 그의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각종 수치는 두달 만에 정상을 되찾았지만 몸무게는 식이요법과 운동 등을 꾸준히 지속해도 14개월이나 걸려서 제 자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맨해튼 사무실에 해먹을 걸어 놓고 잠을 자던 감독은 이 영화의 믿을 수 없는 성공으로 부자가 됐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서 세계 각지의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아직도 세계 각 나라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맥도날드를 특별히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여서 그렇지 버거킹 등 다른 패스트푸드들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환경운동을 하는 실험대상자는 24일 만에 의사의 심각한 경고를 받고 포기했다. 이 영화를 보면 다시는 패스트푸드를 먹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확실히 요즘 패스트푸드 매장에 손님이 줄었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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