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무쇠주먹' 세계를 충격 속으로
 
‘철권’이 등장한지도 어언 10년이 흘렀다. 대전 격투 게임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3D로 구현한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 이 게임은 마니아층을 양산하며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와 격투게임의 양대 산맥을 구축, 지금까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오락실을 평정한 캡콥의 ‘스트리트 파이터’가 그 인기의 한계점에 다다렸을 무렵, 홀연히 나타난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버추어 파이터’였다. 그 당시 게임은 무조건 2D였고 기술적으로 3D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개발자들을 경악케 했던 작품이었다.

이에 자극받은 남코는 아류작이라는 비평속에 ‘철권’을 출시했다. 이 두 게임은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는데 ‘버추어 파이터’가 사실적인 격투를 추구한 반면, ‘철권’은 다소 허황되고 과장된 액션과 강한 타격감을 지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들은(특히 국내) 화끈한 액션을 자랑하는 ‘철권’에 매달렸고 답답한 면이 있는 ‘버추어 파이터’의 유저들과 싸움을 하기 일쑤였다. 지금도 이 두 패거리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과 기름 같은 사이지만 ‘철권’은 다른 격투 게임이 가지지 못하는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으며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다.


1994년에 출시된 업소용 ‘철권’은 대전 격투 외에 다른 것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 나온 PS용 ‘철권’은 원본과 달리 CG 동영상이 추가됐으며 신선한 보너스 모드가 탑재돼 있었다. 당시 개발사들은 업소용의 것을 그대로 비디오 게임기로 이식해 팔았지만 남코는 달랐다.

 빠르게 식상해하는 유저들의 성향을 눈치채고 게임의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했던 것이다. 유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집에서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고, 게다가 새롭게 추가된 모드가 궁금해 이 게임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PS용 철권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엄청난 판매량을 보였다.

이 때부터 게임 개발사들은 업소용 버전을 먼저 발매하고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로 이식하게 되면 다양한 추가 모드를 삽입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남코가 자랑하는 ‘초월이식’은 따라 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머리 아픈 스토리 - 일명: 콩가루 집안 연대사

이 게임의 배경 스토리는 TV 드라마보다 복잡하다. 시리즈가 매번 이어질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기획자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매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미시마 재벌의 회장 헤이하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격투기 대회 ‘더 킹 오브 아이언 피스트 토너먼트’를 개최하지만 결승전에서 패한 후 행방불명된다. 그의 아들 카즈야는 데빌에게 영혼을 팔고 훗카이도에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2회 대회를 개최하는데 홀연히 나타난 헤이하치가 사투 끝에 목숨을 끊어 버린다.

 헤이하치는 화산에 카즈야를 던져 화장시키지만 데빌은 카자마와 진에게 나타난다. 헤이하치는 다시 미시마 재벌로 돌아 왔지만 묘한 권태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투신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세계 정복의 꿈을 위해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투신이 강한 영혼을 가진 격투가를 찾아 헤맨다는 것을 안 헤이하치는 3회 대회를 개최해 미끼로 삼지만 오우거를 잡는데 실패한다.

 그러나 헤이하치는 오우거의 게놈과 자신의 게놈을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러던 중 카즈야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내고 그를 습격하지만 부대는 전멸하고 만다. 헤이하치는 카즈야를 꾀어 내 악마 유전자를 얻고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철권 4회 대회를 개최한다.

 챔피언은 미시마 재벌의 상속자가 되는 것. 결국 최종 우승자 진은 헤이하치를 살려주지만 카즈야의 배신으로 헤이하치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 제 5회 대회를 개최하는데…. 전세계 무술 강자들은 각기 의문을 가슴에 품고 철권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게 된다.

# 독특한 캐릭터들 인기 만점

‘철권’은 게임의 인기와 함께 등장 캐릭터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붕권의 대가 폴 피닉스를 비롯해 카자마 진, 카즈야, 스티브 폭스, 화랑, 헤이하치, 니나 윌리엄스, 마샬 로, 킹, 아머 킹, 레이 우롱, 줄리아 등 각각 독특한 무술과 무예로 다져진 세계 최강의 남녀들이 유저의 가슴에 각인됐다. 유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만 플레이했고 관련된 상품을 구입하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이 게임은 과도한 액션과 동작, 콤보가 너무 많아 밸런스가 정확히 맞지 않는 단점이 있었으나 남코가 캐릭터를 과감히 삭제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었다. 실례로 아머 킹의 경우, 사실상 최강의 캐릭터로 몇 번의 공격만 성공하면 상대방은 죽음에 이른다.

아머 킹은 2편에 등장한 이후 자취를 감췄지만 남코는 ‘철권’의 인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캐릭터 전면 재조정에 착수하지 못했다. 격투 게임의 캐릭터도 인기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철권’. 이는 ‘버추어 파이터’도 이룩하지 못했던 것이다.

# 목마에서 탄생한 남코

‘철권’을 만든 남코는 1955년 백화점 옥상에 목마 2대를 설치하면서 탄생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으나 아타리를 일본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1979년 업소용 게임 ‘갤럭시안’을 발표해 많은 돈을 벌었는데 이 게임은 후에 대 히트작 ‘갤러그’와 ‘제비우스’의 모체가 된다. 1980년 남코는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팩맨’을 공개했고 이것은 지금도 남코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1981년에는 ‘제비우스’와 ‘갤러그’를 발표하며 슈팅 게임계를 이끌었으며 1993년 ‘릿지 레이서’, 1994년 ‘철권’, 1995년 ‘철권 2’, 1997년 ‘철권 3’를 각각 발매했다. ‘철권 2’은 일본 내에서 백만개를 돌파했으며 ‘철권 3’는 세계적으로 400만개가 팔리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겨우 목마 2개로 시작한 회사가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탄생하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그 견인차는 바로 ‘철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전설은 철권 5로 이어지리라

올 하반기에 업소용 ‘철권 5’가 드디어 공개될 예정이다. PS2로 이식되는 시점은 내년 여름 경이라고 하니 일단은 오락실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야할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가 대폭 추가되고 전작에서 인기를 얻었던 인물들도 대거 등장하며 독특한 필드를 자랑했던 무한 스테이지도 다시 등장한다.

과연 헤이하치는 진짜 목숨을 잃은 것인가, 마지막에 나타난 미지의 남자는 누구일까? 카즈야의 행방은? 이 모든 의문이 ‘철권 5’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주먹에 목숨을 건 사나이들이여! 다시 격투의 계절이 돌아 왔도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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