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다음'의 이중성
 
오늘날 미디어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채널이 인터넷을 통한 다중매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티즌이 정보 창구로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일부 대형 인터넷 포털들은 여론 형성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혹자는 지금을 포털 미디어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미디어를 표방하고 있는 다음조차도 언론윤리강령을 토대로 한 독자성과 독립성의 결격 사유로 인해서 한국인터넷신문협의회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의 역할을 하면서도 언론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터넷 포털은 미디어가 갖춰야 할 윤리와 의무의 사각지대 안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인터넷 포털을 미디어로서 규제할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다음과 같이 자체적으로 뉴스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포털들은 ‘뉴스의 유통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면서 개별 언론사에서 제작한 뉴스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포털은 뉴스 공급자인 언론을 주무르는 ‘갑’의 입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미디어다음은 자체적인 뉴스를 생산하면서 인터넷미디어를 표방하고 있으며, 뉴스 편집에 대한 고유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개별 매체로부터 공급받은 뉴스에 대해서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서 기사의 밸류를 평가하고 포털 내에서 기사의 노출 위치를 선정한다. 개별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기사일지라도 포털이 도달률이 높은 위치에 기사를 걸면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를 기하급수적으로 읽게 되고 그 정 반대의 경우가 생기면서 인터넷 여론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별 언론의 포털 의존도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고 심지어 포털의 눈치를 살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미디어다음은 막상 개별 언론으로부터 공급받아 서비스하고 있는 기사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거나 문제성 기사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할 때면 가차없이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책임을 회피한다. 해당 기사의 저작권이 개별 언론에 있으므로 언론사의 책임일 뿐이며 자신들에게는 뉴스의 편집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도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편집이란 좁은 의미로는 기사의 취사선택, 레이아웃, 교정 등 주로 편집부의 작업만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편집계획부터 취재, 원고청탁, 수집, 삭제, 첨가, 취사선택, 레이아웃, 교정 등 편집국의 전반적인 작업이 모두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광의에 따르면 미디어다음과 같은 인터넷 포털은 언론의 편집 작업에 해당하는 기사의 취사선택, 레이아웃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편집에 대한 고유 권한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다음은 대중을 상대로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때로는 편집권을 성역인 양 주장하고 때로는 책임 회피를 위해 뉴스 생산자인 개별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대응을 하고 있다.

인터넷포털은 이미 언론에 준하는 영향력을 갖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은 순전히 개별 기업의 정책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중성 때문에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손쉽게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이젠 인터넷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폭넓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
 
이젠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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