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게임 시장 첫 개척... 싱글모드 도입한 MMORPG에도 도전
 
나코인터랙티브의 서정원 이사(33)는 요즘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달 중순 ‘라스트 카오스’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게임은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 처음으로 ‘노말범버맵핑’과 ‘필터링 효과’를 채택해 화제가 된 게임. 여기다 MMORPG 내에서도 콘솔이나 PC게임의 액션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싱글모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 이사는 지난 2001년에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래픽을 3D로 전환한 ‘라그하임’을 내놓아 주목받은 바 있다. 차분하고 조용한 외모와는 달리 항상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 충격을 던져온 서 이사를 만나 역동적인 그의 개발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 텍스트 머드 ‘사라진 대륙’

서 이사가 게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전북대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던 학창 시절이다. 당시 유행하던 텍스트 머드게임인 ‘반지 머드’ 등을 즐기다 게임개발에 직접 도전장을 내민 것이 개발 인생의 출발점이다. 절친한 대학 동기며 현재 나코인터랙티브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상은 사장과 함께 당시 만든 것이 머드게임 ‘사라진 대륙’. 하지만 두 사람은 대학 졸업과 함께 잠시 다른 길을 걷기도 한다. 한 사장이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서 이사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게임과의 인연도 끊어지는 듯했다.

 이들이 다시 뭉치게된 계기는 ‘사라진 대륙’이 외부업체의 제의로 상용화에까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으면서부터다. 회사를 다니던 한 사장이 먼저 퇴사해 개발사 설립을 제의했고 서 이사가 석사 논문을 마치면서 함께 지난 2000년 설립한 것이 나코인터랙티브다. 하이텔 통신 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그래픽 전문가 이동현 이사가 합류한 데 이어 당시 전자상거래 사업을 펼치던 갤럭시게이트 홍문철 사장이 재정 지원자로 나서면서 나코인터랙티브의 모습도 한층 위용을 갖춰 나갔다.

# 3D 시장에 도전하다

나코가 설립될 당시 기획됐던 작품은 2D 온라인 게임. 하지만 향후 시장 변화를 조사해보니 2D로는 시장에 전혀 파장을 불러오기에 부족했다. 게임이 출시될 2001∼2002년에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3D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3D 작업을 익히기 시작해 개발한 것이 바로 ‘라그하임’. 조금 앞서 출시된 ‘뮤’와 함께 2001년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특히 ‘뮤’가 쿼터뷰로 시점을 제한한 2.5D 게임이었던 것과 달리 ‘라그하임’은 시점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진정한 3D 게임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서 이사의 개발철학이 시장에서 첫 성과를 거둔 시기다. 하지만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다 보니 많은 약점도 노출됐다.

우선 3D를 처음 다루다 보니 게임 그래픽의 친숙함이나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다 온라인 게임의 생명인 유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약점을 보여 밸런싱 등에 불만을 느낀 상당수 유저들이 발길을 돌리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라그하임’을 서비스하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역시 유저들과의 교감 문제였습다. 유저들과 정보를 나누고 이를 통해 게임 밸런싱에 대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게 중요한데 당시만해도 개발자 중심의 운영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라스트 카오스’에서는 ‘라그하임’을 거울 삼아 보다 유저 중심의 게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다”

# 또 다른 도전

‘라그하임’이 시장에 한창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서 이사는 이미 차기작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한 사장이 ‘라그하임’ 서비스에 주력하는 대신 서 이사가 신규 프로젝트팀을 꾸려 ‘라스트 카오스’ 개발에 나선 것. ‘라그하임’이 들고 나온 주제가 3D였다면 ‘라스트 카오스’의 핵심 키워드는 ‘싱글모드’다. 표현의 제약이 많은 MMORPG에서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싱글모드’를 도입키로 한 것. 한마디로 온라인 게임에서 콘솔게임 같은 시원한 액션감을 전해주겠다는 의도다.

“네트워크 기술이 향상되면서 온라인 게임에서도 여러가지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싱글모드를 도입해 MMORPG 내에서도 콘솔게임같은 시원한 액션감을 맛볼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최근 개발 중인 ‘길드워’ 등이 비슷한 모드를 도입한 것을 보면 향후 온라인 게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됩니다.”

‘라스트 카오스’는 싱글모드 뿐만 아니라 그래픽에 채택된 각종 기술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PC게임에서 구현되는 ‘노말범퍼맵핑’을 도입해 2000∼3000 폴리곤에서도 1만폴리곤 대의 고화질 그래픽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용자에게 보이는 최종 화상을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묘사하기 위해 ‘필터핑 효과’도 도입했다. 여자들이 화장하는 것처럼 일명 화면에도 ‘뽀사시’ 효과를 얻도록 한 것. 현재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 중 이 두가지 기술을 모두 적용한 게임은 물론 ‘라스트 카오스’ 밖에 없다.

싱글모드에서부터 각종 그래픽효과까지 새로운 무기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서 이사는 당대 최고 작품인 ‘리니지2’와도 당히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까지 내보인다.

“싱글모드 등 ‘라스트 카오스’에 도입된 여러가지 기술들은 2005년 후 시장에 일반화될 기술입니다. 누구 보다 앞서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만큼 ‘라스트 카오스’도 시장에서 리딩 게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장 트렌트를 읽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개발자들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차분해 보이던 그의 눈빛이 이 대목에서는 강렬한 빛을 발했다.
 
김태훈기자(김태훈기자@전자신문)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