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기승에 시원한 PC방으로 비상탈출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PC방에서 밤을 새워 게임을 즐기며 더위를 잊는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PC방이 손님을 끌기 위해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로 에어콘을 세게 틀어 놓고 있는데다 야간 정액제를 운영해 5000~7000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만 내면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게임 마니아들에게 최적의 바캉스 장소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 뜨거운 여름밤을 잊은 사람들

새벽 2시께 마포구 신수동 단독주택이 밀집한 외진 주택가에 위치한 사이버존 PC방. 출입문을 열기 전까지는 ‘과연 이 시간에도 손님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막상 들어서자 예상과 다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다. 29개의 좌석을 갖춘 소형 PC방인 이곳에 10여명의 게임 마니아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늦은 시간이이서 졸 법도 한데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자세조차 흩트리지 않고 또렷한 눈망울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22·무직)씨는 “게임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하도 더워서 나왔다”며 “큰 돈 안들이고 더위를 피하는 데는 PC방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PC방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김일씨는 “밤손님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라며 “가끔 직장인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손님들이 잠도 자지 않고 게임을 하다 세벽 3~4시면 빠져 나간다”며 “단골 여자 손님 중 하나는 24시간을 쉬지 않고 게임만 하다 나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개업한 사이버메카 대학로점. 뜨내기 손님이 많은 이곳 역시 늦은 시간까지 손님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곳의 하경석 사장은 “가게가 대학로에 있기 때문에 단타가 많다”며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늦은 시간에 들어와 스타를 즐기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 골수파와 시간 때우기파

PC방 올빼미족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게임 골수파다. 이들은 이른 시간부터 자리잡고 앉아 혼자서 밤새도록 한가지 게임에만 매달리는데 심지어는 2~3일 정도를 꼬빡 PC방에서 보내기도 한다. 주로 하는 게임은 십중팔구 ‘리니지2’와 같이 중독성이 강한 MMORPG. 이들은 PC방 업주들한테는 골칫거리다. 자주 PC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면을 튼 후 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유료게임을 주로 하기 때문에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이 시간 때우기파. 이들은 어쩌다 한번 친구들과 만나 PC방에서 친목을 도모하는데 PC방에 오기에 앞서 저녁을 먹고 술을 한잔 걸치거나 당구를 친후 늦은 시간대에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일단 친구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으로 서로 실력을 겨뤄보면서 우의를 다지고 친구들과 함께 배틀넷에 들어가 다른 팀과 대결하기도 한다. 또 지겨워지면 각자 고스톱 등 취향에 맞는 게임을 즐기고 이조차도 실증이 나면 앉은 자리나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새벽에 사우나로 직행해 찌뿌둥한 몸을 풀고 헤어진다.

이와 관련, 사이버존PC방의 김씨는 “밤샘손님은 거의 온라인 게임을 하는데 이에 비해 술먹고 온 손님은 주로 스타를 한다”고 설명했다.
장마가 지나가고 앞으로 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잠못이루는 PC방 올빼미족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발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면역력 약화로 건강 '빨간불'
 
밤을 새우는 것이 신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밤샘이 해롭다는 것은 이미 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미국 시카고대의 앨런 레치섀픈 박사는 잠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용 쥐들을 회전하는 턴테이블에 올려 놓아 재우지 않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13일째 첫 번째 쥐가 죽었고 21일이 지난후 모든 쥐가 죽었는데 쥐들은 모두 체온이 떨어지면서 평소에 늘 접하던 박테리아에 감염돼 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밤샘을 하고 난 뒤 쉽게 감기에 걸리는 것도 결국은 수면 부족 때문인 것이다.

사람의 경우, 랜디 가드너라는 사람이 무려 264시간(11일)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를 관찰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잠을 자지 않는 동안 피해망상증, 우울증, 언어장애, 근육 이상 등의 각종 증세를 보였으나 실험뒤 14시간 45분을 잔후 대부분의 이상증세가 없어졌고 며칠간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는 일을 반복하다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PC방에서 밤샘을 하게 되면 더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을 환기가 제대로 안되는 제한된 공간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늦은 여름밤 게임으로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게임에 오래 매달려 건강을 해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두시간 정도 잠깐씩 이라도 눈을 붙이는 것이 장시간 게임만 해온 육체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황도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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