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로 변신한 'M&A의 귀재'
 
그를 만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분단위로 짜여진 스케줄을 못 맞춰 두번이나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다시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약속 끝에 만난 그는 여전히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CJ인터넷 송지호(43) 대표이사. 그가 바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지 이제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는 CJ그룹 계열사로 새출발하는 CJ인터넷(옛 플래너스)의 첫번째 대표라 스포라이트를 받고 있다. 스스로 ‘M&A 전문가’라고 밝힌 그는 플레너스와 CJ그룹의 인수협상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당장 시네마서비스 매각과 넷마블 일본 파트너 선정이라는 ‘빅딜’도 준비 중이었다. 신임 대표라 시간을 갖고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는 한가한 이야기는 그에게 사치처럼 들릴 법했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에도 그는 CJ인터넷의 뚜렷한 비전을 그리고 있었다.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최강을 넘볼 겁니다. CJ인터넷은 이 같은 대업에 맞춰 차근차근 움직일 거에요. 온라인 콘텐츠 유통하면 자연스럽게 CJ인터넷이 떠오르는 날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 ‘빅딜’에 웃고 우는 ‘M&A 전문가’

송 대표는 ‘M&A 전문가’로 통한다. 로커스홀딩스가 시네마서비스를 합병하고 플레너스를 새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넷마블과 플레너스의 합병, CJ그룹의 플레너스 인수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빅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해 플레너스의 재무이사(CFO)로 합류한 그는 CJ그룹과 빅딜 과정에서 양사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주도면밀하게 풀어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빅딜을 꿈꿉니다. 플레너스와 야후가 결합하면 어떨까, 아니면 다음과 합병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하고요. 물론 상상으로 끝나곤 하지만 시너지 효과만 낼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의 M&A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입니다.”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합리적인 M&A가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CJ인터넷 신임대표로 취임하자 마자 시네마서비스 매각과 일본 넷마블 제휴사 선정이라는 또 다른 ‘빅딜’과 씨름하고 있었다.

“매번 M&A를 진행할 때마다 사소한 문제가 끝까지 애를 먹여요. 시네마서비스 매각이나 넷마블 일본 제휴사 선정도 비슷한 케이스에요. 두 건 모두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라 어쩌면 금방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CJ인터넷은 현재 시네마서비스의 지분을 강우석 감독에게 넘기는 방안을, 넷마블 일본 법인을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CJ그룹과 크로스 마케팅 ‘시동’

그는 2개의 ‘빅딜’이 끝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에 고민을 집중할 계획이다. CJ그룹 계열사에서 해외 파트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그가 ‘빅딜’을 통해 만들어온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윈윈전략’이 입체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고 해서 급하게 공동 사업을 펼칠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영화, 게임,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두루 포진해 있는 계열사와 함께 펼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할 거에요.”

그는 일단 낮은 단계의 ‘크로스 마케팅’으로 CJ계열사로서 신고식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CJ엔터테인먼트와 SF영화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 공동 마케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CJ몰의 고객포인트와 넷마블의 포인트를 호환한다든지, 전국 CGV 상영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CJ인터넷의 게임을 홍보하는 등 작지만 연대를 과시할 수 있는 공동 사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플레너스의 최고 강점은 강력한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CJ 계열사는 영화, 음반 등 오프라인 콘텐츠가 풍부한 것이 강점이죠. 지금은 공동 마케팅이라는 낮은 단계의 사업부터 시작하지만 앞으로 오프라인 콘텐츠를 넷마블을 통해 유통하는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도입될 것입니다.”

# 엔터테인먼트와 검색 ‘쌍두마차’

송 대표는 현재 넷마블과 마이엠을 ‘쌍두마차’로 CJ인터넷을 온라인 콘텐츠 유통의 최강자로 만든다는 야심이다. 넷마블 사업부문의 경우 기존 게임포털에 CJ계열사의 영화, 음반 콘텐츠를 접목해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마이엠은 올해 말까지 200억원을 투자하고 CJ몰과의 연계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카드류 게임 위주의 다른 게임포털과 달리 게임으로 승부를 거는 진정한 게임포털이에요. 여기에 음악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가 붙으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포털로서 손색이 없을 거에요.”

그는 중국 시나닷컴과 합작한 게임포털 ‘아이게임’이 이달 중순 정식 오픈하고, 파트너 선정이 임박한 일본에서도 3분기면 ‘넷마블’이 서비스될 예정이라 게임포털사업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마이엠의 경우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쟁쟁한 검색포털의 위세가 여전한데다 후발업체들의 마케팅 공세도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엠이 기존 검색포털을 위협할 차별점이 없다는 우려가 없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오픈한 마이엠은 온라인게임으로 치면 베타버전과 마찬가지에요. 오는 9월로 예정된 정식 버전이 나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거에요.”

그는 향후 3년 이내에 마이엠이 검색포털 3강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CJ그룹이 넷마블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플레너스를 인수했다면 플레너스는 마이엠을 키우기 위해 CJ를 선택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와의 인터뷰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1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인터뷰는 사진촬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1년6개월간 플레너스 CFO로서, CJ인터넷 산파로서 활약하며 무르익은 고민이 막힘없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아직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많다”는 그는 다음 미팅 약속 장소로 종종 걸음치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요즘에는 미국, 대만, 태국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시장조사가 한창이에요. 아마 내년쯤에는 가시화될 거에요. 세계로 뻗어가는 CJ인터넷, 상상만해도 행복하지 않나요.”
 
장지영기자(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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