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팀원 - 게임에 푹 빠진 e코리아 '영국인 사위'
한국인 팀장 - "문화 코드를 잘 읽어야 마케팅서 성공"
 
서울 거리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자주 볼 수 있지만 게임회사에서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영국 국적을 가지고 사랑과 게임을 찾아 한국에 온 윌리스씨와 그와 함께 일하는 최세란씨를 더 게임스에서 만나 봤다.

# 한국사람이 다 된 영국인

“게임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어요. 지금은 ‘워크래프트 3’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업무에 바빠서 매일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녹색 눈동자에 어눌한 말투, 부정확한 한국어 발음의 이 사람은 영국인 본 월리스씨로 한국 여자와 결혼해 이 땅에 정착한 외국인. 그는 현재 모바일 게임 업체 컴투스의 해외 마케팅팀에 몸 담고 있으며 알탕과 고스톱을 즐기는 한국사람이 다 됐다.

“월리스씨는 영국사람이지만 한국말도 매우 잘 하고요. 게임도 좋아해서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물론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죠.”

영국인을 휘하에 둔 최세란 해외마케팅 팀장은 월리스씨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어와 한글을 모두 잘해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고 일도 열심히 한다면 미소를 지었다.
월리스씨는 사랑을 찾아 한국에 뿌리를 내린 케이스다.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유학온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고 기간이 다 돼 한국으로 돌아가자 그녀를 못 잊어 자신도 교환학생을 신청, 경희대에서 일년동안 수학했다. 그리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본 학업을 마무리 짓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여자와의 결혼에 성공한 의지의 영국인이다. 그런데 월리스씨가 좋아하는 음식은 의외로 알탕이었다. 그리고 비오는 날이면 소주와 삼겹살도 잘 먹는단다. 불고기나 비빔밥이라고 말했다면 의례 하는 말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정착해 살기 위해 8년 동안 지켰던 채식주의를 버렸다는 말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눈치 챌 수 있었다.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기 위해서는 음식부터 맞춰야 하겠더라고요.”
산전수전 다 겪은 냄새가 났다.

# 장인 어른, 장모님과 고스톱 즐겨

모바일 게임 업체에서 일을 하면 매일 핸드폰과 씨름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최 팀장도 게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지만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게임이 아니면 ‘즐기기 힘들다’는 대답이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게임 마니아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모바일 게임에는 정통한 도사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지만 ‘붕어빵 타이쿤’은 불멸의 게임이라고 침을 튀겼다. 자신은 주로 출퇴근하면서 게임을 즐기는데 ‘삼국지 무한대전’도 괜찮은 게임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나 월리스씨에 비하면 새발의 피. 그는 PC게임과 비디오 게임을 골고루 꿰뚫고 있어 대답에 막힘이 없었다.

“가장 처음 플레이한 게임은, ‘팩맨’하고 ‘스페이스 인베이더’였던 기억이 나고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는데 ‘C&C’ 시리즈보다는 블리자드에서 만든 게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고스톱도 재밌어요. 스포츠 게임도 즐기고요”

“본씨는 장인, 장모님하고 고스톱도 같이 쳐요.”

본씨가 고스톱 얘기를 꺼내자 최 팀장이 얼른 말을 받아 비밀(?)을 공개했다. 그는 약간 상기된 얼굴을 하며 온라인으로 하는 ‘맞고’도 좋지만 실제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고스톱 치는 것이 좋다며 웃었다.

# 최선전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수출 역군들

해외로 모바일 게임을 수출하는 최전선에 위치한 전사들로서 국내 작품들의 경쟁력에 대해 물어 봤다. 국내 모바일 게임은 뛰어난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문화의 차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어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 성공한 작품이라도 해외에서 냉담하게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 현재 가장 유망한 시장은 유럽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큰 시장은 물론 미국이지만 유럽에서의 모바일 게임은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있어 수출의 주요 포인트. 중국과 일본, 인도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잠복기에 있고, 아무래도 핸드폰의 보급이 우선돼야한다는 점도 관건이라고. 또한 삼성 핸드폰이 뛰어나긴 하지만 유럽은 여전히 노키아가 7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모바일 게임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팀장은 “어떤 면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해외 제품이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도 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초기 기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게임분야는 평생의 직업

월리스씨가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액토즈소프트에서도 한동안 일을 했는데 유럽을 겨냥한 온라인 바둑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력이 있다. 비록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말았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의외로 유럽에서 바둑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잘 진행됐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돼 아쉽네요.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한 게임화는 매우 비전있는 사업이죠. 모바일 게임도 그 중의 하나고요. 게임을 좋아하는데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해서 마음에 듭니다.”

그는 한국에서 사는 한 게임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적이 영국이라 언제 다시 돌아가야할지 모르지만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도 게임회사면 다 좋다고 한다. 한국사람들과 뒤섞여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어려움 중 하나만 말해 보라는 질문에 본씨는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항상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다. 한국여성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하면 한국인으로 대접받고 싶은데 피부색이 다르다고 너무 잘해주거나 너무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설명이었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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