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작품 만들면 마케팅, 홍보는 저절로"
 
국내 출판 만화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인 300만부를 달성한 ‘열혈강호’의 양재현 작가를 만났다. KRG소프트와 함께 만들고 있는 ‘열혈강호 온라인’으로도 바쁜 그는 진정한 프로 중의 프로였다.

“전 다른 욕심 안 부립니다. 제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다른 부가 사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되니까요.”

양재현 작가는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는 산전수전에 공중전까
지 다 겪은 노 사업가의 경험이 녹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기존에도 만화를 원작으로 게임화한 사례가 있었죠.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점이 만화가는 본업에 충실해야 게임도 잘 되는 것인데 그걸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열혈강호’를 제가 열심히 밀도있게 그려내는 것이 바로 가장 큰 마케팅이고 홍보 아닌가요?”

그는 제대로 알고 있었다. 라이선스만 넘겨주고 신경도 안 쓰는 작가가 있고, 너무나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본업을 벗어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양 작가는 선을 분명히 긋고 원작 만화가로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깨닫고 있었다.

# 300만부의 신화

양 작가는 다른 만화가들에 비해 성공의 길을 수월하게 밟은 케이스다. 원래 꿈은 애니메이터였으며 92년 제대한 후 2주일만에 데뷰했다. 경력이라곤 군대가기 전에 동호회 활동을 조금 한 것이 전부. ‘외로운 검객’이라는 명랑무협물로 단숨에 인기 작가 대열에 합류했고 이어서 94년 5월부터 시작한 ‘열혈강호’가 시리즈 총 합계 300만부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열혈강호’의 완성은 총 60권이라고 하니 앞으로 300만부는 더 팔릴수 있다는 얘기다.

“98년도에 처음 KRG소프트를 알게 됐고 곧바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물론 함께 일하는 전극진 시나리오 작가님과 함께였지요.”

그리고 그는 처음 ‘열혈강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PC게임에 실망을 많이 한 듯 말을 아꼈다. 당시 PC게임 ‘열혈강호’는 버그 투성이에 각종 문제를 안고 있었고 유저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양 작가도 그 게임은 미완성이라며 당시 경영진에 대해 불신을 나타냈다.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저도 출시된 직후 구입해 플레이를 해 봤는데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분위기나 캐릭터 등 전체적인 냄새는 괜찮았지만….”

그래도 그는 직접 게임 제작까지 손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일이 있는 것처럼 게임도 전문인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것. 현재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인 ‘열혈강호 온라인’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전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안 하는 것인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은 완성된 버전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열혈강호 온라인’이 완성되기 전까지 아무런 간섭도 터치도 안 할 생각일까? 그건 아니다. 한 달에 한 두번은 KRG소프트를 방문해 지금까지의 작업 진행을 검토하고 자신이 넘겨준 캐릭터 원화 등에 대한 모델링 감수도 한다.

또 오픈 베타 테스트부터는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원작자로서의 할 일을 고민하겠다는 것. 아무래도 만화가인 만큼 게임 시스템보다는 그래픽에 포인트를 둬 원작과의 이질감은 없는지,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살아있는지 등을 볼 생각이다.

# 게임마니아로서 양재현

양 작가는 게임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 한 켠에 대형 TV와 PS2를 마련해 놓고 휴식시간에 각종 게임을 즐긴다. 그가 가장 잘 하는 장르는 스포츠 게임이고 그 중에서도 ‘위닝 일레븐’을 자신있게 소개했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없어 PC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을 많이 못하지만 ‘리니지’나 ‘뮤’, ‘라그나로크’ 등도 모두 섭렵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른 작가들의 만화를 많이 안 본다고 말해 의외였다. 그는 이유를 다른 훌륭한 만화가들의 작품을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아 그림에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모방을 방지하기 위해 안 본다는 것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면 그 작품을 완전히 잊어 버릴 때까지 게임을 한다. 참 다양한 용도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었다.

# 나의 길, 나의 삶

“만화계를 결코 떠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양재현 작가는 자신의 본업을 결코 떠나지 않고 ‘열혈강호’를 그려 가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그에게는 성공한 자신의 작품을 토대로 무수히 많은 제의가 들어 왔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이고 영화와 뮤지컬, 음반, 캐릭터 상품 등등 그 중에는 사기꾼도 있었고 실현 불가능한 사업을 하자며 조르는 사람도 있었으며 큰 돈을 벌게 해 준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인물도 있었다.

 KRG소프트는 시나리오 작가 전극진씨가 아는 분이 근무하고 있어서 겨우 믿음을 가졌다고 하니 얼마나 시달림을 많이 당했을지 짐작이 됐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본업에만 충실하자’였고 옆으로 눈 돌리면 잘되는 것도 망한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떠나려는 기자에게 양 작가가 의미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이렇게 오셨는데, ‘위닝’ 한 판 하고 가셔야죠.”

역시 다르다. 당연히 오우케이지.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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