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올림픽 주도 'WCG의 사마란치'
 
4년 마다 한번씩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올림픽은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이라는 스포츠정신을 인류에게 심어주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선수들 또한 메달을 따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올림픽에 열광했다면 정보화시대에는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게임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러한 작업은 우리나라가 주최하고 있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라는 형태로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의 정흥섭 사장을 만나봤다. 삼성그룹에서 광고관련 일을 해 왔던 정 사장이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아주 평범했다.

정 사장은 7년여 동안 제일기획의 미주 지사장과 법인장을 지내며 다양한 해외마케팅 경험을 쌓게 된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IOC의 위원이기도 하고 삼성이 올림픽 스폰서 업체였기 때문에 정 사장은 올림픽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루게 됐다. 이를 눈여겨 본 윤종용 부회장이 WCG를 올림픽에 버금가는 젊은이들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그를 발탁했던 것이다.

# 게임의 문외한에서 세계 게임축제 주관하는 총사령관으로

“예전에는 중학생 아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함께 즐기는 정도의 조금은 깨인 아빠에 불과했지요. 그러다 수년간 해외 마케팅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는 게임산업을 눈여겨 보게 됐습니다.”

정사장은 처음에는 막연히 게임이 유망한 산업이라는 정도로만 생각 했었는데 직접 WCG를 운영해 나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정 사장은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모습과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보면서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문화인 게임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설프긴 하지만 다양한 게임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업무 외 틈나는 대로 WCG 정식 종목 뿐만 아니라 세계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을 직접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정 사장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즐기는 젊은들과 게임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부 및 기업들의 적극성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게임문화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게임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놀이문화가 아닌 사이버 광장에서 함께 즐기고, 느끼며, 대화하며 국경과 문화,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거대한 산업이자 디지털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정 사장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지난 2000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WCG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0년에는 참가국이 17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64개국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호주 등을 비롯한 20여 개 국가에서는 국가 공식행사로 후원할 만큼 세계가 게임에 큰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할 일은 많다

정 사장은 게임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기가 대단하지만 아직까지는 세계 유수의 대기업에 WCG 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식 월드와이드스폰서인 삼성전자와 꾸준히 협력해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WCG의 인지도 제고와 마케팅 가치를 알리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정사장의 꿈은 결코 작지 않다.

“WCG는 올림픽처럼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축제의 장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한데 모여 동시대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원활한 행사 진행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컨퍼런스 및 전시 등을 통해 비즈니스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정 사장은 특히 월드와이드스폰서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스폰서 회사들의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어 보다 알찬 대회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WCG가 세계 젊은이들에게서 사랑받는 대회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의 해외수출과 해외 마케팅에 일조할 수 있는 행사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다.

“올림픽은 4년에 한번씩 열리는 대회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에도 여유가 있지만 WCG는 매년 개최되기 때문에 1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한달에 절반 이상은 외국에서 머물 정도로 할 일이 많습니다”

정 사장은 힘이 들긴 하지만 정식 대회로 4회 째인 올해 처음으로 국내를 벗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겼다. 그리고 머지 않아 지국촌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WCG를 관람하며 열광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믿음도 강해지고 있다.

게임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를 누비고 있는 정 사장의 두 어깨가 무척이나 든든해 보였다.
 
[PROFILE]
 
 
1989년 - 1992년 제일기획 뉴욕 지사장
1992년 - 1996 제일기획 미국 법인장
1996년 - 1997 누존인터내셔널 부사장
1997년 - 1999년 TMG Group 사장
1999년 - 2002년 Frannet Korea 사장
2002년 - 현재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 대표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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