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속에 빠져 '게임'을 잃었다
 
‘구원’은 메카닉 액션게임 ‘아마드코어’로 유명한 프롬소프트웨어의 첫번째 공포게임이다. 일본에서 최고의 공포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게임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한글판으로 발매돼 호러 마니아들을 사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화면이나 음향 연출에서는 공포영화에 손색이 없지만 게임성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크로스리뷰팀은 하면 할수록 싫증이 나는 이 게임의 한계를 질타했다.

평점 : 6.2, 그래픽: 7, 사운드: 6.3, 완성도: 6.3, 흥행성: 5.6, 조작감: 6.3
 
‘구원’은 어떤 게임인가
으스스한 ‘일본 호러’의 진수
 
‘구원’은 일본에서 공포게임의 진수라는 찬사가 쏟아진 호러물이다.

목이 꺾어진 한 여자가 등을 대고 드러누워 유저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렬한 표지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의 일본의 헤이안시대를 무대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당과 유사한 존재인 일본의 ‘음양사’가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전해지는 저택에서 모험을 펼친다.

크게 3장으로 이뤄져 있는 이 게임은 각 장마다 등장하는 주인공과 기본 무기가 달라지는데 주로 부채와 칼, 창이 사용되며 보조로 주술을 부릴 수 있는 부적이 있다.

특히 이 게임은 잘 연출된 공포 미학이 호러장르에 아주 충실하다는 평가다. 천정에서 엿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등 뒤에서 접근하는 기분 나쁜 손, 어둠 속에 울리는 기척 등. 끊이지 않는 공포가 게이머를 엄습한다.

호러게임중 정상의 공포를 선사한다는 이 게임은 지난달 한글화돼 국내에 발매됐다.
 
여름밤을 ‘구원’하지 못하는 호러게임
김성진기자@전자신문
 
멋쟁이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색깔은 검정색이다. 다른 어떤 색상보다도 잘 차려입은 검은 옷은 사람의 격을 한 단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급차에 검정색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정쩡한 검정 옷처럼 보기 흉한 것이 없다.

밸런스가 맞지 않은 검은 색은 시장에서 파는 평범한 티셔츠 한 장보다 못한 경우도 더러 있다. 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레벨을 떨어뜨리고 마는 것이다. 호러게임이 바로 이런 경우다.

어설프고 수준 낮은 공포게임보다 더 지겹고 재미없는 것이 없다는 말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다. 짜증나는 공포게임을 할 바에는 점 십원짜리 고스톱이나 치는 게 백배 낫다.

이런 점에서 ‘구원’은 눈부신 검은 색이 아니라 어설픈 검정 옷이 된 경우다. 유저들을 무더운 여름밤에서 구원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절망에 빠뜨리고 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먼저, 시각적으로 봤을 때 나무랄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사방에 널린 시체와 피, 위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살점과 그 무엇, 나름대로 그래픽에 신경 쓴 흔적도 보이며 현실감도 은근히 있다.

 또한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망량들의 울부짖음 등도 귀를 자극하는 청각적 공포로 쓸만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 30분만 플레이를 해보면 100년이나 한 듯 익숙해져 시체가 하나 떨어져도 “아이 귀찮아, 옆으로 돌아가야 하잖아”로 바뀐다.

게다가 위급한 상황에도 가만히 서서 정신을 집중해야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지만 왠지 우습다. 부적과 소환으로 망량들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도 액션게임 수준이라 대체 공포를 어디서 느끼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결국 이 게임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을 꼽는다면 DVD 케이스를 장식한, 눈을 위로 치켜뜨고 목이 꺾어진 여자의 모습이 메뉴 첫 화면에 똑같이 등장해 갑자기 눈을 깜빡인다는 정도다. 프롬소프트라면 차라리 캐릭터들을 모조리 메카닉으로 등장시켜 새로운 시도를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평점 : 5.6, 그래픽: 6, 사운드: 5, 완성도: 6, 흥행성: 5, 조작감: 6
 
8시간짜리 공포영화. 그것뿐이다
윤주홍 게임메카 기자 rough4719@gamemeca.com
 
흔히 드라큐라, 좀비, 미이라 등이 등장하는 서양식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깜짝깜짝 놀라긴 해도 그 여운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반면에 ‘구미호’나 ‘여곡성’처럼 한국적인 공포가 주제가 되는 경우엔 영화를 보고난 뒤에도 그 찝찝한 기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경험이 우리나라 대다수의 게이머들에겐 꽤 익숙할 듯 싶다.

‘구원’은 그런 동양적 공포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올 여름밤 에어콘을 틀고 싶지 않은 공포게임 마니아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령-제로’를 선두로 동양적인 공포를 중시하기 시작한 일본의 공포타이틀은 ‘구원’에 이르러 그 감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멋들어진 연출과 스토리라인으로 시종일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오싹오싹 공포체험’을 선사한다.

‘구원’은 전체적으로 액션에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은 게임이다. 앞서 언급한 동양적인 공포에 조금은 어긋나는 내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게이머를 깜짝깜짝 놀라게하는 이벤트로 마치 긴 플레이타임의 공포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연출된’ 화면 위주의 짜릿한 경험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호롱불을 들고 지나가는 게이머 위의 지붕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귀신의 머리카락이라든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푹하고 꺼지는 마루의 연출효과까지 분위기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느낌을 살려냈다.

하지만 ‘구원’은 지나치게 익숙한 공포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일단 공포감을 주어야 할 각종 효과들부터 그렇지 않은가. 초중반을 제외하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정확한 타이밍에 튀어나오기 마련이고 효과음 역시 너무 적재적소에 쓰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에 중점을 맞춘 게임이라고 해도 전투를 비롯해 게임 진행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없는 플레이스타일과 부족한 특전으로 소장할만한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은 이 게임의 맹점이다.

평점 : 7, 그래픽: 8, 사운드: 7, 완성도: 7, 흥행성: 6, 조작감: 7
 
‘공포’는 있지만 ‘재미’는 없다
이광섭 월간 플레이스테이션 기자 dio@gamerz.co.kr
 
여름이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공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인데, 올 여름 발매된 몇몇 공포게임 중에서도 ‘구원’의 경우는 좀 특별한 느낌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제로-붉은 나비’ ‘사일런트 힐4’ 등이 인기 공포 게임의 시리즈인 반면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작품, 그것도 로봇 액션인 ‘아머드코어’로 유명한 프롬소프트웨어가 돌연 내놓은 공포 게임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런 ‘오리지널리티’ 때문일까. ‘구원’은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다. 체력과 정신력을 동일시하는 참신한 설정, 부적을 사용하는 전투, 흉풍과 현기증 등 새로운 요소가 많을 뿐 아니라, 특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에 의한 ‘놀람’이 주는 공포가 상당히 잘 연출되어 있어 공포감 역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참신함이 뛰어난 게임으로 이어지기란 역시 쉽지 않은 것일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자체에서 공포감을 만들어주는 부분에서는 꽤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일단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후에는 연출에 대한 공포는 있을지언정, 게임 플레이가 주는 공포감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낮은 난이도가 더해져 밋밋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영-제로’가 첫 작품부터 ‘공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조금 상반된 느낌이다.

게다가 알고 보면 과거 ‘에코나이트’ 등의 공포게임 시리즈를 만들었던, 그리고 ‘오토기’ 등 액션 게임메이커로서 꽤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내놓았던 프롬소프트웨어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이번 작품은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포에 대한 연출만 있고,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점이다.

평점 : 6.6, 그래픽 7/10, 사운드 7/10, 게임성 6/10, 흥행성 6/10, 조작감 7/10
 
장지영기자(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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