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선혈의 낭자한 악몽 속으로...
무더위 식힐 호러물 '사일런트 힐4'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더운 여름 밤에는 역시 공포물이 최고다. 공포 영화나 만화, 소설도 좋지만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만큼 소름끼치는 것도 없다. ‘사일런트 힐 4’는 시리즈를 집대성하면서도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작품으로 호러물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추천할 만 하다.

 한일 동시발매라는, 국내 비디오 게임계의 커다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조용해 출시된 호러 게임 ‘사일런트 힐 4: 더 룸(이하 사일런트 힐 4)’. 단순히 일본어 버전을 국내에서 동시에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한글화도 수행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에서 각기 다른 언어로 동시에 발매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게임의 제작 여건상 오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게임 개발사들이 점차 한국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인 셈.

이 게임은 지난 E3에서 공개된 오프닝 동영상만으로도 공포물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환희와 기대를 잔뜩 불어 넣어 줬었다. 4편에 이르기까지 매번 뛰어난 작품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었지만 특히 이번 타이틀은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출시되자 마자 곧바로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름 시즌이 호러게임을 대환영하는 계절이지만 옥석은 따로 있는 법. 코나미의 야심작 ‘사일런트 힐 4’는 유저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도록 만드는 명작이다.

‘사일런트 힐 4’는 기분 나쁜 단편적인 영상과 기괴한 사운드로 가득 찬 동영상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꿈에서 깬 주인공 헨리(유저)는 그것이(동영상)이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 본 헨리는 자신의 방이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알고 정신을 잃는데, 다시 잠에서 깬 헨리는 그것조차 꿈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현실로 돌아온 헨리는 자신이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TV도 전화도 끊어지고 현관은 쇠사슬과 주먹만한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창문은 열리지도 않고 깨지지도 않는다. 헨리는 유일한 출구로 화장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그리고 내딛은 곳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 세계였으며 혼란과 불균형이 가득 찬 장소였다. 그 곳을 헤매던 헨리는 자신이 지금 꿈 속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사일런트 힐 4’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안심하고 지내는 자신의 집과 방을 공포무대로 바꿔 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신의 집을 지옥으로 떨어뜨려 공포의 근원을 건드리고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호기심을 자극, 보지 않아도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도록 만들어 버린다.

이 게임은 선혈과 살점이 난무하지 않지만 ‘무엇이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갖게 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작품이다. 과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면의 세계. 그 속으로 발을 내디딘 유저는 이제 모든 의문이 풀릴 때까지 등뒤로 흐르는 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사일런트 힐 4’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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