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시간 이용해 한 판씩"... 10대들의 새 문화코드로
 
“한손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없나요? 폴더를 닫으면 게임이 자동 저장되거나 일시 정지하도록 해 줬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한 모바일게임 동호회 현모에 참석한 개발사 직원에게 동호회원 가운데 몇명이 이런 내용의 주문을 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아∼ 유저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를 한 이유가 너무 깜찍해서 그 개발사 직원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모바일게임 마니아 가운데서도 인터넷에서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회원들이 게임 시스템이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파워유저로 급부상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단편이다.

# 수업시간에도 모바일게임을?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게임을 하려면 한손으로 해야 하거든요. 지금은 대부분의 게임이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들키기 십상이예요. 또 일시정지 기능이 있으면 들킬것 같을 때 얼른 폴더를 닫고 모른척 하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꺼내서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지 않겠어요.” 학생들이 내건 이유였다.

모바일게임은 언제 어디서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거나 지하철 안에서 무료할 때, 잠시 잠시 쉬는 시간 등을 이용해 즐기는 것이 모바일게임이다.

그런데 이같은 학생들의 요구는 어느새 모바일게임이 수업시간까지 침투할 정도로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를 들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사실 모바일게임은 어느새 10대들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았다. 중고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까지도 휴대폰이 필수품처럼 보급이 되면서 모바일게임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 사실 모바일게임은 최근 몇년새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 2000억원대의 거대 시장을 형성했다.

매월 수많은 모바일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유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돼 동호회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고 이들이 모바일게임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 모바일게임에도 공략집 등장

특히 일부 인기 게임의 경우는 공략집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청소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난이도가 높은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 등에 공략집이 나오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간단해 보이는 모바일게임에 공략집이 나온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렇지만 모바일게임 업체 관계자들은 주 유저층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젊은 학생들의 경우 게임에 적응하는 속도가 워낙 빨라 개발자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는 모바일게임의 난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어떤 유저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 유저인 학생층을 겨냥하게 된다. 자연히 간단하고 쉬워보이는 모바일게임이지만 처음에 접하는 유저나 고난도의 스테이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략집이 필요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 개발방향에 영향 미치는 파워유저층 형성

자연히 이들의 요구도 점점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요구는 용량을 늘려달라거나 게임의 스피드와 인터페이스 등의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를 해달라는 것. 이들이 워낙 게임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파워유저인데다 수요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 수요층인지라 개발사나 이통사들도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추세다.

특히 모바일게임이 점점 대작화 되어 가면서 용량이 커지고 있는 관계로 새로운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기존에 받은 게임을 삭제해야 한다며 휴대폰의 용량을 늘려달라는 요구는 휴대폰 업체들에게도 큰 설득력을 지닌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메이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차세대 휴대폰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고스톱류나 타이쿤류의 등을 벗어나 좀더 다양한 소재의 창의적인 게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많다.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다양한 요구가 모바일게임 산업은 물론 휴대폰 기술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는 셈이다. 다음은 최근 한 모바일게임 카페에 유저들이 올려놓은 요구사항 가운데 일부다.

MOBA™ : 요즘 슬라이드폰이 많이 나오는데 원버튼이나 확인과 방향키만으로 가능한 게임이라면 슬라이드가 닫혀있는 상태에서도 게임이 가능하게 해주세요.
섹쉬거부기 : 일단 게임을 위한 nate. 멀티팩 용량을 최소 8메가로 업그레이드 & 핸드폰 게임 용량 제한 없애기

靑夜 : 게임 용량 메가급은 필수. 용량 통합기능(저는 벨소리를 안받거든요), 친구들이 폰을 닫고 노는지라 폰을 닫으면 자동 저장이나 그대로 일시정지같은 기능. NATE, 멀티팩 같은게 아닌 '별개의, 자체적인' 프로그램(위피처럼 게임폰을 이 프로그램으로 하고 NATE, 멀티팩 등의 구버전도 지원), 휴대폰 자체의 속도 조절기능.

참眞이슬露 : 종료키누르면 종료할까요? 예 아니오 를 물어 줬음.

이스타타 : 휴대폰 용량좀 많이 늘려줬으면 합니다. 그러면 개발자분들도 용량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고…더욱더 완성도 높은 게임들이 많이 나올거 같아요 ^^

핸디백두 : ('' )인터넷 요금제 무제한 정액제라도 얼른 만들어 달라!! (싸게..^^;)

루피아 : 정보이용료 정액제를 만들어 달라!! 예1달에 얼마 내고 몇개를 받든 정보이용료는 똑같이 나오게 ex)10개받아도 만원 20개 받아도 만원

종일군 : 유행타지 않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한장르가 인기가 많으면 그쪽에 많이 편중되는것같아요. ㅜ_ㅜ

gray-human : 게임 내에 화면을 캡쳐 했으면…그리고!! 속도!! 스피드야 스피드!!!!
 
김순기기자(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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