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걸물' 키워내는 '명문 e고교"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이하 애니고)는 국내 문화콘텐츠 전문 인력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0년 하남시에 설립됐다. 이곳 ‘컴퓨터게임제작과’는 최초의 고등학교 게임전공과로 조기 교육을 통한 게임 디렉터 양성의 산실이자 이후 등장한 게임고등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게임제작과’를 비롯해 만화창작, 애니메이션, 영상연출 등 4개 과에 학년당 100명씩 총 300명의 학생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문 과정을 공부한다. 과별 선발 인원이 25명이어서 교사 한 명당 배당된 학생 수가 10명이 채 안 된다. 그만큼 학생들은 1 대 1 직접 지도에 가까운 대면 학습을 통해 보다 심도있는 교육을 받게 된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장점은 학교 시설이다. 푸른 나무와 잔디에 둘러싸인 파라솔과 벤치,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의 건물 2개가 어우러진 캠퍼스는 여느 단과대학 못지 않다.

남한강의 길목인 하남시 창우동에 위치한 이 학교는 올림픽 대교를 타고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 직전에서 광주방면으로 가면 바로 나온다. 학교 위치를 안내하는 것도 개별 입간판이 아니라 도로교통표지판을 통해 애니메이션고등학교라는 이름을 안내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학부모와 예비학생들이 학교를 찾는 과정에서, 그리고 학교의 외관 시설에서부터 호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형형색색의 헤어스타일에 자유스런 복장의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이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켜 기존 고등학교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내부시설은 더욱 훌륭하다. 체육관이나 휴게실은 기본. 작화실과 대·소형시사실, 영상자료·도서실, 2D·3D실, 디지털촬영·편집실, 녹음스튜디오와 믹싱룸 등 실습에 필요한 과목별 전담 공간들이 5층과 7층 두 개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학처럼 학생이 이동하면서 과목별 전공 수업을 심화시켜 나간다.

특히 ‘작화실’은 학생들의 자율탐구활동 공간으로 애니고의 자랑거리다. 4층부터 6층까지 한 학년당 1개 작화실이 배정돼 있고 작화실 내부에는 학생마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전체 교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산학겸임교사’는 애니고만이 가진 또 하나의 특장점이다. 특성화 고교라는 이점을 살려 산업계 현장의 전문 인력을 교사로 영입,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일반 고등학교 교과목 수업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게임 과목 대 일반 교양 과목의 비중이 55대 45다. 오경희 게임디자인 교사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학진학 등 취업 외의 진로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일반 교과목에 대한 수업 안배도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기 졸업생을 배출한 애니고 게임디자인과의 실력은 외부 각종 공모전 입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고 공모전 고등학생 부분은 애니고 게임과가 거의 휩쓸다시피한다. 전공간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애니메이션, 만화창작, 영상연출이라는 타 전공의 우수한 능력을 게임제작에 십문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고 게임제작과의 입학은 PC프로그램(C언어 등) 사용 능력이 85%를 차지해 절대적이다. 게임제작은 물론 대부분의 교육이 컴퓨터를 활용해 이뤄지기 때문에 PC조작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신 및 특기보유, 자격증 소지자에게 주는 가산점 제도의 비중을 높여 보다 다양한 층으로 지원 기회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Interview] 최승관 산학겸임교사
 
- 산학겸임교사란 무엇인가

▲일반 사립고는 외부 전문 인력을 강사로 채용할 수 없다. 애니고처럼 정부로부터 특성화 고등학교로 인정받은 곳만이 가능하다.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특성화고이므로 보다 현장 실무에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업계의 전문가를 교사로 채용해 강의에 활용하는 제도다.

- 애니고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와 게임을 전공했다. 3년여간 게임 개발자로 기업체에서 근무하다 대학 은사님의 권유로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 오기 전에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직접 학교에 와보니 다른 일반 고등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시설과 환경에 매료돼 결정하게 됐다.

- 교사로서 수업 상의 특징은 무엇을 꼽을 수 있나

▲특장점이 여럿 있지만 수업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을 기초 수준별로 나누고 이에 맞춰 여러 단계의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게임전공 및 기타 과목이 모두 전문 분야이다 보니 학생들이 갖고 있는 기초 수준도 차이가 많다.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학생을 묶어 5명의 강사가 레벨에 맞게 지도한다.

- 컴퓨터게임제작과의 자랑은

▲자랑이라기 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전문 인력으로 양성되고 있는데 반해 외부에 게임과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학교명이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라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분야에서 인지도는 물론 입학 경쟁률도 매우 높다. 이번 기회에 게임제작과를 외부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임동식기자(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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