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무대로 '미르의 전설' 신화 재창조
 
“중국 게임시장 이제 시작입니다.”

‘미르의 전설’ 시리즈는 이미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전설로 자리잡았다. 중국내 온라인 게임 부동의 1위, 최대 동시접속자 80만명 등 지금까지 게임사에 아로새긴 기록만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미르의 전설’ 신화를 일궈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박관호(33) 회장은 “이제 시작이다”란 말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조그만 성공에 자만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최근 높아지는 중국의 규제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국내 업체들의 생존 여부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선점효과 덕택에 국산 게임이 높은 지명도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진출 전략 등이 다각도로 모색돼야 할 시점입니다.”

# ‘회장’이라는 낯선 호칭

2년만에 다시 만난 박 회장과의 첫 화제는 어색한 호칭에서부터 시작됐다. 33살의 나이와 회장이란 직함이 불려지는 사람에게나 부르는 사람에게 모두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내 ‘미르의 전설’ 서비스와 매출 배분을 놓고 복잡한 송사에 휩싸이다 보니 사실 개발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습니다. 보다 개발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실무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책상위에 쌓여있는 복잡한 결제서류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느낌입니다.”

이번 인사는 개발자 박관호로서의 색깔을 더욱 강하게 키우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최근 수년간 액토즈소프트와의 분쟁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중국 최대의 인기 게임을 배출했지만 분쟁 때문에 위메이드로 돈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한번 시작된 싸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정다툼으로 번지면서 이해당사자인 양사 모두 회사의 비전까지 잃어버릴 지경이였다. 하지만 최근 양측은 ‘미르의 전설2’와 ‘미르의 전설3’의 저작권과 수익배분에 합의하고 타협국면으로 전환했다.

박 회장도 이를 계기로 경영을 전문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 또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최근 액토즈로부터 받은 로열티 중 20억원 가량을 특별 인센티브로 나눠주기도 했다.

“제가 쓸 수 있는 여력의 4 분의 3 이상을 개발에 쏟을 계획입니다. ‘미르의 전설’ 후속작을 비롯해 챙겨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유저들에게나 주변 게임업계 사람들에게나 개발자 박관호로 남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 경영학도에서 프로그래머로 변신

박 회장이 게임개발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입학때부터다. 국민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박 회장은 입학식이 치러지기 전부터 학내 컴퓨터 동아리인 ‘KCC’에 들어가며 프로그래밍을 익히기 시작했다.

대학에 와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행동으로 모아진 곳이 바로 컴퓨터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박 회장은 경영학도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로 변신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통신에뮬레이터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던 것같습니다. 그러다 군대 제대후 마음 맞는 선후배들과 모여 설립한 것이 액토즈소프트였습니다.”

액토즈소프트에서 ‘미르의 전설1’을 개발한 박 회장은 2000년 2월 독립을 결심하고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다. 박 회장을 스타로 만든 ‘미르의 전설2’도 바로 분사 후 첫 프로젝트로 추진한 작품.

“‘미르의 전설2’는 일찍부터 중국시장을 공략한 데다 ‘리니지’ 등이 미국 시장에 주력하면서 일종의 선점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동양풍의 배경이 중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서버 증설이나 마케팅 시기를 놓쳐 유저를 확대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개발자 박관호

회장 취임과 함께 박 회장은 최근 개발 프로세스 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최근 직원이 160여명을 넘어서면서 조직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러다 보니 초기 장점이었던 벤처정신이 상당히 미약해진 상황.

박 회장은 이런 회사 분위기를 다잡아 ‘미르의 전설’을 잇는 후속작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개발에 정진하고 있다. 현재 위메이드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기획단계인 것을 포함해 5∼6종. 우선 가장 먼저 선보일 작품은 ‘프레스티아 이야기’를 리모델링한 ‘샤이아’ 프로젝트. 중국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화시켜 올 연말 새롭게 론칭시킬 계획이다.

또 ‘삼국지’를 소재로 한 대작RPG 게임도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아르고’ ‘카일라스’ 등 다수의 대작 RPG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가동중이다. 특히 중국에서 강한 위메이드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각 게임들 마다 동양적 배경으로 집중 구현하는데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개발 프로젝트를 다원화시키기 위해 자회사인 위메이드소프트도 설립했다. 본사가 동양풍의 전통 RPG에 주력한다면 자회사에서는 좀더 가벼운 컨셉트의 게임을 구상중이다. 아직 기획단계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RPG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육성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강화시킨 게임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삼국지, 영웅문 등을 읽고 느꼈던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게임, 그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욕심입니다.”

# 중국 이제부터 시작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온라인 게임 심의를 강화하는 등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다. 단순히 판권을 넘기고 로열티를 받는 국내 업체들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도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때문에 위메이드도 새로운 대안으로 최근 중국에서 합작파트너를 찾는 작업을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중국 정부의 규제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액토즈로부터 받지 못했던 200억원대의 로열티가 들어오면서 투자여력이 생긴 만큼 해외 개발사의 지분이나 우수 게임 판권을 확보하는 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외관이 확대된 만큼 비즈니스의 형태도 보다 고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경쟁이 격화되고 규제도 심화되는 등 국산게임의 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제대로 된 콘텐츠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개척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합작법인 형태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국산 온라인 게임의 진출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규제 내용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나 심의관계자들의 시각전환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중국 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김태훈기자(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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