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놀이' 등 단연 인기.. 악플로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리플 놀이를 아시나요?

리플(게시판 댓글)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수단을 넘어 놀이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웃긴대학, 도깨비뉴스 등 신세대 네티즌들이 많이 몰리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요즘 리플을 이용한 1등 놀이가 단연 인기다. 1등 놀이에 앞서 도배, 쿵쿵따, 삼행시 짓기, 그림그리기 등의 리플 놀이도 한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이에 따라 리플에 열광하는 네티즌들을 가르키는 리플러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일덩.

오! 글 올리는 사이에 2등이네.

3등. 이런 X 누느라 느져따.

제발 가르쳐 주세요. 몇 시에 기사 올라오나요. 저도 1등 한번 하고 싶어요.
몇달 전에 윗분과 같은 고민을 했었는데...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요즘들어 신세대 네티즌들이 드나드는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유형의 댓글들이다. 등수놀이 좀 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댓글이 달리고 육두문자까지 튀어나와도 막무가내다. 아무런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같은 리플 놀이에 왜 네티즌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 가벼운 게시물이 리풀러들의 공략 대상

 리플러들이 놀이로 수단으로 삼는 게시물은 주로 가볍게 재미로 읽거나 볼 수 있는 글과 사진. 남녀차별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게시물에 리플을 잘못 달았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1등 놀이가 비교적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데 비해 일부에서는 악성 리플을 취미삼아 하는 ‘악플러’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무의미한 반복적인 리플을 올리거나 다른 리플러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리플을 달아 싸움을 유발하고 이를 즐기는 것이 특징.

‘강남귀공자’ ‘도배마왕’ ‘씨벌교황’ 등은 리플러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3대 악플러다. 박 이사에 따르면 강남귀공자는 이해수 작가 홈페이지에서 난동을 피우다 검찰에 고발 당해서 실형까지 살기도 했고 도배마왕은 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 다른 참석자들한테 키보드를 다시는 못 만질 만큼 두들겨 맞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씨벌교황은 아무한테도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다고.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진위를 따지기 힘든 사진들이 게시물로 많이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합성’ 논쟁도 놀이거리를 찾는 리플러들에게는 좋은 먹이 감이다.

이들은 그림자의 방향이나 원근감, 착시효과 등 온갖 논리적인 설명과 전문 용어를 동원해 자신의 실력을 은근히 과시한다. 일례로 최근 도깨비 뉴스에서는 한국공군의 곡예비행팀 블랙이글과 미 해군의 블루엔젤의 믿기 어려운 곡예비행 사진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었다.

# 악플러 관리가 가장 어려워

리플러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활동하는 사이트들은 적지 않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DC 인사이드의 경우, 2년전 히트갤러리에 ‘쿠키닷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무려 1만300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렸는데 아직까지도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공인기록은 아니지만 아마도 세계 기록일 것이라는 것이 박 이사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웬만한 사양의 PC로는 이 게시글이 열리지 않고 심지어는 PC가 다운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댓글 때문에 해당 사이트의 시스템에 막대한 부하가 걸려도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에서는 리플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주는 재산이기 때문에 리플에 제한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악플러들 관리는 가장 큰 고민 거리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10명의 인력이 매달려 하루 18~20시간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악플은 보이는대로 삭제하고 있지만 게시물이 워낙 많아 지난 게시물에 달리는 악풀은 사실상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용자의 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최근에는 유동 IP를 사용하는 리플러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있는 IP에 대해 차단을 하는 것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개죽이로 유명한 디지털인사이드의 박주돈 이사는 “리플러들이 남들보다 빨리 게시물을 보았다는 성취감과 경쟁 심리를 즐기는 것 같다”며 “한때 유행으로 끝난 쿵쿵따나 삼행시 짓기 놀이와는 달리 1등 놀이는 상당히 오래 갈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현재 리플의 기능이 많이 변질되기는 했지만 아직 순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며 “리플 놀이에 굳이 의미를 두기 보다는 단순한 유행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도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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