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 앞세워 화려한 컴백쇼
 
“값비싼 수험료를 치렀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사장(49). 그녀는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야심작 ‘프리스트’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오로지 게임 개발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관심도 멀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하지만 화려한 ‘컴백쇼’를 준비중이었다. 4개의 개발팀을 동시에 가동중인 그녀는 “올해 잘 하면 4개의 게임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기를 벼렀다.

이달 말 클로즈 베타테스트로 첫선을 보이는 ‘러쉬’는 재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프리스트’를 리뉴얼한 ‘러쉬’는 그녀가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분석한 유저와 시장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보여준 ‘러쉬’는 흙먼지 바람이 금방이라도 불 듯한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마치 ‘러쉬’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벼르는 그녀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처럼….

# 세상을 앞서가는 여자

김 사장에겐 늘 ‘파이어니어’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다. 7년간의 주부 생활을 끝내고 불혹의 나이에 회사를 설립한 용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던 96년, 온라인게임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워바이블’ ‘레드문’ 등 온라인게임을 내놓으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0년에는 신개념 커뮤니티 게임 ‘조이시티’를 서비스하면서 제이씨엔터테인먼트를 가장 유망한 온라인게임업체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주인공도 김 사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출시한 ‘프리스트’는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비운을 맞기도 했다.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제이씨가 만들면 뭔가 달라야 한다 생각 말이죠. 돌이켜보면 독특한 색깔을 만들자는 욕심이 결국 상업적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셈이죠.”

사실 ‘프리스트’는 MMORPG에 슈팅 게임의 재미를 접목한 실험작이다. 처음 이 게임이 공개됐을 때 몬스터를 총으로 맞춰잡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슈팅게임의 묘미를 살리면 마니아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마니아가 움직이면 대중들도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유저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어요.”

김 사장은 지난해 ‘프리스트’를 띄우기 위해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올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결국 서비스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 퓨전 서구 팬터지 ‘러쉬’

“게임의 세계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프리스트’의 약점으로 지적된 인터페이스와 그래픽을 바꾸는데 집중했죠. ‘프리스트’가 마니아에 크게 어필했다면, ‘러쉬’는 마니아와 일반 유저를 동시에 공략할 거에요.”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프리스트’ 리뉴얼버전 ‘러쉬’를 소개하려고 애 썼다. 워낙 아쉬움이 많았던지 인터뷰 중간에 아예 게임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실제 ‘러쉬’는 ‘프리스트’와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었다. 두 손으로 조작하던 플레이 방식을 마우스 하나만으로 가능하게 했고, 게임 시점도 백뷰에서 쿼터뷰로 바뀌었다. 다소 어둡던 그래픽도 훨씬 밝아져 진짜 색다른 게임처럼 보였다.

“‘프리스트’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정말 냉정하게 평가했어요. 결국 마니아를 위한 인터페이스가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김 사장은 뼈아픈 반성과 시장 조사를 통해 재탄생한 것이 ‘러쉬’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흥행도 자신했다.

“보통 한번 접었다 다시 시작하는 게임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프리스트’는 달라요. 이달 말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끝나면 다음달 바로 오픈 베타서비스에 돌입할 거에요. ‘프리스트’의 동시접속자가 5000명을 넘지 못했지만 ‘러쉬’는 5배에서 10배도 가능하다고 봐요.”

# 지나간 10년, 다가올 10년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직원들과 조촐한 파티도 열었다.

“10주년을 맞은 제이씨의 성과는 한마디로 성숙된 개발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에요. 사실 우리는 그동안 ‘러쉬’ 이외에도 3편의 작품을 개발해왔어요. 잘 하면 이들 게임이 올해 모두 서비스될 수도 있어요.”

김 사장은 제이씨의 자랑을 꼽으라면 기술과 사람이라고 말했다. 10년간 큰 돈을 벌지 못했지만 4개의 게임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제이씨는 ‘러쉬’ 출시에 이어 9월에 액션 대전게임, 연말에 새로운 MMORPG를 내놓는다는 계획 아래 개발작업에 한창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잖아요. 온라인게임 시장환경도 참 많이 변했어요. 사실 MMORPG가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게임보다는 일종의 시스템에 가까웠지요.”

김 사장은 10년전의 게임업체와 지금의 게임업체가 다른 것은 ‘기업전략의 유무’라고 말했다. 10년전에는 산업에 대한 매력만 보고 무작정 뛰어들었다면 요즘에는 게임업체도 확실한 기업전략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전략의 핵심은 결국 사람과 기술, 그리고 돈이에요. 돈은 사람과 기술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제이씨의 10년은 이런 면에서 결코 뒤처지거나 낙오된 것이 아니에요.”

김 사장은 그동안 너무 잠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제 다시 뛸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러쉬’는 제이씨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에요. 후속작들도 ‘러쉬’ 만큼이나 이슈를 몰고 올 거에요. 제이씨가 한동안 움추린 것은 사실이지만 잔뜩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뛰잖아요.”
 
장지영기자(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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