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이의 죽음이 남긴 것
 
김선일씨의 얘기를 하기 앞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는 사업하는 사람들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 기업가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김선일씨의 얘기를 하고자 한다. 그냥 개인적인 사견으로 듣고 잊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이데올로기를 뛰어 넘어 지켜져야 할 가치가 바로 휴머니즘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먹고 사는 것 이상으로 추구되어야 할 큰 이상이 있겠지만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휴머니즘이 가장 우선한다고 스스로 생각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김선일씨의 경우를 보면서 한 인간이 복잡한 외부상황 때문에 죄 없이 희생되는 것을 모두 목격했다. 물론 사건 이후 여론은 그 희생이 무엇을 위한 희생인지, 희생이 필요한지, 희생을 막을 수 없는지, 희생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지 등 다양한 시각들을 다루고 있다.

죽음 앞에서 그가 절규하고 호소하는 모양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이었고, 아마 한국과 다른 문화권에서는 미처 공감하지 못할 정서적인 공유 때문에 보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에 비수가 꽂혔다.

그러나 이 여름, 안 그래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김선일씨 사건을 보며 답답함에 에어컨을 켜는 우리와 그의 죽음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해마다 기온이 올라가고 도시화되는 국토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사무실도 돌려야 되고 백화점도 돌려야 되고, 공장도 돌려야 되고 저녁에 집에서 시원하게 휴식도 취해야 한다. 해마다 많은 에너지가 요구된다.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의 움직임은 때로는 대체 에너지 개발로 때로는 화석 에너지의 소유권 확보로 치열하다.

서울을 움직이는데 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한 것 같은가. 그런데 그 거대한 미국이란 땅덩어리를 돌아가게 하는 에너지는 얼마나 필요할까. 미국이 에너지 문제에 민감한 이유를 이해 할 것이다. 불행히도 에너지가 필요한 국가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들이다.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쓸 수 없는 개발도상국은 그만큼 뒤쳐진다.

슬픈 현실이다. 이미 한계가 있는 지구상의 에너지를 힘을 앞세운 몇몇 강대국이 독차지하고 그것으로 인해 국가간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되지만, 우리는 풍부한 석유를 자신의 발 밑에 두고도 그것을 사용할 수 없는 이라크를 보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굳이 뉴욕의 911 사태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명확히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한 침공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기독교 대 이슬람교의 대립이니 테러리스트니 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명분일 뿐이다.

미국이 석유를 컨트롤 하겠다는데, 미국이 없으면 존립조차 힘든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하겠는가. 미국에 맞서 이라크 같은 존재가 되던지 아니면 동조하는 제스처를 쓸 수 밖에 없다. 슬픈 현실 아닌가. 더러는 우리는 왜 미국에 맞설 만큼 힘이 없는지 한탄하고 약소국에 태어난 것에 한없는 상실감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상실감과 탄식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 자손도 같은 설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우리는 하루 빨리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우리 대에서 불가능하면 다음 대에서라도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지 김선일씨 같은 희생이, 진정한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젠 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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